이 책은 중세 이슬람의 법관이자 학자로서 30년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빈 이븐 바투타(Ibn Batutah, 1304~68)의 여행기를
완역한 것이다. 흔히 우리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을 여행문학의 고전적 전범으로 꼽지만 알고 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이슬람세력이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14세기 초, 모로코 탕헤르(퇀자)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21세의 젊은 나이에
혈혈단신 세계 주유의 대장정에 나서 30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3대륙 장장 10만여 km를 여행한 이븐 바투타야말로
희대의 여행가이자 탐험가라 할 수 있다.
23년간의 여행 동안 17년을 중국에서 보냈으며 이의 기록도 옥중 구술의 필사본이라는 마르코 폴로에 비해볼 때
이븐 바투타의 여행과 기록은 그 방문지의 범위와 여정에서나 탐험성 짙은 그 성격으로 보나 단연 독보적인 것이다.
모로코 명문사족의 자손으로 철저하게 이슬람문화 속에서 교육받고 자라난 이븐 바투타의 이 여행의 동기는 무슬림의 필생의
종교의무의 하나인 메카 성지순례였다.
돈독한 신앙심, 넘치는 탐구심과 지식욕, 강인한 기상과 더불어 당시 세계의 지배적 세력이던 이슬람문명권의 현실적 힘은 그를
아라비아 반도를 넘어 카스피해 북부와 인도, 중국, 아프리카 내륙까지 이끌었다.
그리고 당시 성행하던 이슬람교파의 하나인 수피즘이 전도를 위해 세계 도처에 설치한 무슬림의 숙소인 '자위야'와 이슬람교 특유의 형제애는 이 오랜 여정을 가능하게 만든 또 하나의 주요한 배경이었다.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죽을 고비를 기적적으로 넘겨가며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역시 앞선 위대한
여행가들의 후예이지만, 당시 세계의 역사, 문화적 정황은 그의 탐험에 독특한 성격을 더해준다.
철두철미하게 이슬람적 사고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 여행문학의 영원한 고전
이븐 바투타가 세계를 탐험하던 14세기 전반은 1258년 압바쓰조 이슬람 통일제국의 멸망 후 세계 각지에서 지역중심세력이
형성되기 시작하던 시기이다.
3대륙을 아우르는 이슬람세계는 여전히 세계 지배세력의 하나였으나 동쪽의 일한국, 서쪽의 맘루크조, 이베리아반도의
나스르조를 중심으로 이전의 통일 이슬람세계는 다극화하고 있었다.
각지에 파고든 이슬람문명은 토착화되는 한편으로 지역적 특성이 가미되어 독특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변화추세는 이븐 바투타의 탐구욕과 호기심을 더욱 불러일으켰고, 10세기를 전후한 이슬람문명 전성기에 세계로 뻗어나간
무슬림 학자와 상인, 여행가들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은 그의 여행의 충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었다.
그의 대장정은 당대 이슬람 마리니야조의 쑬퇀(군주) 아부 아난에 의해 진가를 인정받고 기록으로 남게 된다.
이븐 바투타는 27년간의 아시아와 유럽 여행을 마치고 한창 아프리카 내륙을 여행하던 중 아부 아난의 특명을 받고 귀향해
여행기 집필을 시작한다. 이후 아부 아난의 지시로 이 여행기 원본을 요약하고 다듬은 당대의 대문장가 이븐 주자이 알 칼비의
손에 의해 다시 태어난 것이 지금 우리가 보는 이 여행기의 저본(底本)이다.
여행기 앞뒤에 붙은 이븐 주자이의 서문과 발문은 아랍문장 특유의 화려한 만연체 수사법을 유감없이 보여줌으로써 흔히 접하기
힘든 아랍문학의 진수를 맛보게 한다.
철두철미 이슬람적 사고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하고 문물을 접한 바투타의 개성과 함께 사실적 내용과 생동감 넘치는 서술은
이 여행기를 주저없이 여행문학의 고전으로 꼽게 한다.
동서교역사와 씰크로드학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지를 이룬 정수일 선생, 그가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상세한 역주를 붙여가며 세계 두번째로 완역
이 책은 지난 4백여년간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비롯한 약 15개 언어로 축약, 번역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완역본은 1853~58년에
빠리에서 출간된 프랑스어본이 유일하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에서 두번째의 완역본을 한글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동서교역사와 씰크로드학의 권위자로서 현지에서 수학해 아랍어에 정통한 정수일 선생은 이 여행기의 더할 나위 없는 역자이다.
초역본들에서 보이는 한계를 충분히 감안하고, 찬미와 기원의 삽입구를 비롯한 중세 아랍문학의 특성을 보여주는 원서의 특징을
모두 살려 옮겼다.
또한 시공간적 거리에서 오는 이질감과 낯선 느낌을 해소하고 최대한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유명사와 문물에 대한 상세하고
방대한 역주를 붙였다.
옮긴이의 해박한 식견과 아울러,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굽힘없는 소신과 열정 가운데 태어난 번역본이라는 점에서 이 한글
완역본 역시 소중한 작업이다.
원서에 수록된 이븐 바투타 여정의 세부도 25장과 함께 옮긴이가 꼼꼼한 고증 끝에 만든 '이븐 바투타 여행로 전도'와
'마르코 폴로와 이븐 바투타 여행로 비교도'가 실려 있다.
저자 소개
정수일(鄭守一)
중국 연변에서 출생하여 연변고급중학교와 북경대학 동방학부를 졸업했다.
카이로대학 인문학부 연구생으로 수학했고 중국 외교부 및 모로코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했다.
평양국제관계대학 및 평양외국어대학 동방학부 교수를 지내고, 튀니지대학 사회경제연구소 연구원 및 말레이대학
이슬람아카데미 교수로 있었다.
단국대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을 졸업하고(문학박사), 동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었다.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5년간 복역하고 2000년 출소했다.
저서로 『신라.서역교류사』 『세계 속의 동과 서』 『 기초 아랍어』 등이 있고 '동서 상이의 역사적 연원' '이슬람과 민족학' 등
20여편의 논문을 썼다.
첫댓글 손오공과 저팔개 ,사오정은 없지만...
장법사님이 걸었던 실크로드를 걸어야 할건데....
우리나라에선 신라 혜초스님이 더 앞섰구만....
신라에서 이란까지... 걸어서...그 길을 가고파요
누가 그럴라... 울지말고 가라구...
ㅎㅎㅎ 배낭연스블 추천해여...실크로드에서...걸어나니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