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희
‘한국신춘문예 2026년 여름호’ 시 부문 당선작
동행 외2
짙은 안개 낯선 숲
홀로 걸어왔다
안개속 묻혀있던
햇살은 따뜻한 미소로
우릴 감싸 주었지
함께한 세월은 머리 위에
하얀 서리꽃 피웠지만
사랑과 정으로 피워낸
황혼의 정원되었고
같이한 시간은
아름다운 꽃들이
만개한 봄날이고
눈빛 등불이 켜져 있는
보금자리 쉼터였다
너와 내가 손잡은 사랑처럼.
사랑은 무계절
봄이면
꽃이 만개할 그림 그리며
꽃씨 심고
여름이면
빗물에
아픈 추억 씻어버린다
가을엔
웃는 단풍잎 보쌈해서
동산에 소풍가고
내리는 하얀 눈으로
인간세상에 쌓인
욕심의 먼지 닦아낸다
약속처럼 찾아오는
계절이지만
내 인생엔 계절 없이
늘 꽃이 피고진다.
나의 언니
차디찬 봄날
조용히 피어나는
연분홍 진달래꽃 처럼
미소가 이뻣다
차가운 바람에도
먼저 손 내밀고
웃으며 날 기다려 주었지
어릴 적
따뜻한 등에 업혀 가는
그리움과 정 때문에
시집가던 날 발버둥 치며
함께 따라 나섰던 철부지
세월은 흘러가도
언니는
내 삶의 한 페이지가 되어
책장 넘길 때마다
묻어온 엄마의 체취가 풍겨온다.
[심사평]
‘한국신춘문예 2026년 여름호’시 부문 당선작으로 조영희 씨의 ‘동행 외2 편을 선정한다.
시를 문학의 꽃이라고 하는 이유는 함축적이고 간결한 단어와 문장으로 독자에게 강한 느낌을 전달하고 긴 여운을 마음 한구석에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조영희 씨의 이번 시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의 기본이 잘 갖춰져 있고 시의 소재를 자연의 현상들과 어우러지게 비유하고 구성한 우수한 서정시이다.
시 ‘동행’의 짙은 안개 낯선 숲 홀로 걸어왔다/함께한 세월은 머리 위에/하얀 서리꽃 피웠지만/사랑과 정으로 피워낸/ 황혼의 정원되었고/눈빛 등불이 켜져 있는/ 보금자리 쉼터이었다. 에서 자연과 인간 내면의 본질을 비유 표현한 그의 시를 가름해 볼 수 있다.
앞으로 더욱 천착하여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서정시인으로 대성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석정희, 신인숙, 윤노을, 엄원지)
[당선소감]
어릴적 마음속에 품어왔던 작은 씨앗이 드디어 꽃을 피워낸 것 같고 당선이라는 뜻깊은 순간을 맞이하게 되어 밤잠을 설쳐가며 마음을 진정시키기도 했습니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어온 이야기들이 글로 세상에 새롭게 탄생하여 독자들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고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됩니다.
저에게 글을 쓰는 시간은 언제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이었고 부족함과 아쉬움이 마주하는 연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한 걸음씩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저의 가족과 든든하게 옆에서 지켜 봐주신 동료 문학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 기회를 통하여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주신 한국신춘문예협회에 감사하며 수고 하신 심사위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일상의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진심을 담아 기록하며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 남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 조영희 프로필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생.
수상: 한국 KBS 라디오방송 시부문, 수필부문 우수상 2회(202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