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권심판론과 나라망국론 ◈
4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84석을 얻었어요
비례대표 19석을 보태 전체 103석을 얻었지요
민주당은 전체 180석이었어요
국민의힘은 특히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121개 지역구에서
단 16석을 얻어 사실상 전멸했지요
이번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은 최소한 103석보다는 늘어나고
민주당은 180석보다는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슨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니라 4년 전 총선이
워낙 비정상적으로 한쪽으로 기울어,
그것이 어느 정도는 균형 쪽으로 바로잡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지요
그러나 이제 선거를 목전에 두고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람들 얘기를
직간접으로 들어보면 4년 전 선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하고 있어요
서울, 경기도와 인천에서 당선 가능권으로 우세한 국민의힘 후보는
‘희귀종’이라고 하고 있지요
윤석열 대통령은 2년 전 대선에서
서울에서 ‘무려’ 5%포인트 가까이 승리했어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서울에서 승리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밖에 없었지요
경기, 인천은 졌지만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서울 국회의원 49개 선거구 중 윤 대통령은 절반이 넘는 27곳에서 이겼지요
그런데 지금은 강남 3구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민주당 우세라고 하지요
사람들은 웬만하면 2년 만에 찍었던 당을 바꾸지는 않아요
그런데 윤 대통령이 선전했던 수도권에서 2년 만에 다시
국민의힘 전멸의 기운이 어른거리고 있어요
지난 2년 동안 외환 위기와 같은 국가적 사태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그런데도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었어요
기자들은 선거 예측을 하지 않아요
워낙 많이 틀린 탓이지요
신문사 편집국에서 선거 결과 맞히기 내기를 하면
현장 취재를 하지 않는 편집부 기자가 승자가 되기도 하지요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지요
초년병 기자 시절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가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었어요
실제 그런 경우가 많았지요
하지만 지금은 여론조사 등 선거 예측 기술이 과거보다 발전했어요
그런 예측 기술이 지금 국민의힘 수도권 위기를 가리키고 있지요
불과 2년 만에 이토록 사회 분위기를 바꾼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 대통령이지요
혼자서 이 큰 변화를 만들었어요
커다란 정책 실패 없이 개인적이거나 사소한 일들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비호감을 키워왔지요
거기에는 이곳 저곳 자리마다 모두 검사들로 채워지고
그 검사들은 제대로 한 것이 없어요
물론 사법부의 만행이 우리나라 정치판을 개판으로 만들었지요
초등학교 수준의 이재명의 구속연장 기각 논조도 그렇고
조국의 2심 실형선고에도 법정구속을 하지않은 불평등도 그렇지요
그렇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만 불통이지요
한국인은 업적이 많은 지도자라도 오만 불통이라면
바로 응징하는 기질이 있어요
그래서 오만 불통을 가장 싫어하는데
윤 대통령 이미지가 거기에 완전히 갇혔지요
몸에 작은 뾰루지가 생길 때마다
잘못 건드리고 방치해 모두 암으로 키웠다고 볼수 있어요
수도권 상당수 지역이 초박빙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끝내 마의 40% 선을 넘지 못하고 다시 뒷걸음질하는 윤 대통령 지지율,
4년 전 총선 때보다 도리어 더 커진 보수 정권 심판론이
국민의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려워요
이상한 것은 만약 이대로 선거 결과가 나오면
윤 대통령은 그날로 식물 대통령이 될 텐데
대통령실 쪽에선 이에 대한 위기감, 절박함 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정치 경험이 부족해 선거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 것인지,
누가 뭐라 해도 자기 생각대로만 해온 스타일 탓인지 알 수가 없어요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 누구 할 것 없이
‘윤석열 심판’ ‘윤석열 탄핵’ 등 온통 윤 대통령 얘기이지요
선거가 윤석열 대 반(反)윤석열로 흘러가는데
용산 쪽은 ‘조용’하니 어떤 반전이 일어나기 힘들어요
이렇게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이 크게 패하면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는 선거 책임론의 형태로
국민의힘 쪽에서 먼저 불거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선거는 무서운 것이지요
오래된 우스개 중에
‘파출소 담장을 넘어 도망쳤더니 경찰서 마당이더라’는 말이 있어요
한국 사회가 윤 대통령을 심판한다면 그 다음에 오는 것은 이재명 대표이지요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라는 말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어요
‘오만’을 피하니 ‘범죄 방탄과 1인 독재’가 기다리고 있다면
참으로 진퇴양난이지요
민주당을 개인 사유물로 만든 이 대표는 국가도 그렇게 만들 수 있어요
승리한 이재명, 조국 두 사람이 요즘 야권 지지자들이 하는 말대로
“3년은 너무 길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보복을 시작하면
어떤 소용돌이가 칠지 모르지요
여당 지지자들에게도 다른 의미에서 3년은 너무 긴 시간일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선거운동은 어제 막 시작됐을 뿐이지요
결과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지요
이제 남은 것은 오만불통을 버리고 국민곁으로 다가 가는길 밖에 없어요
허심탄회한 기자회견을 열어 무슨질문이든 솔직담백하게 털어 놓고
정면돌파를 해야 하지요
취임초기 도어스테핑을 하던 초심으로 돌아 가
검찰독재든 김건희 여사건이든 성역없는 대화를 나누어야 하지요
그러면서 야당이 말하는 정권심판론에 대해
“그래 잘못했다
그렇다고 범죄인들에게 나라를 넘겨줄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정권심판론’을 ‘나라망국론’으로 맞불작전을 펼처야 하지요
솔직히 극 좌파에게 정권 주도권이 넘어가면
나라가 망하는건 불을 보듯 뻔한 일이지요
그리고 좌파들은 진보든 종북인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데
우파는 왜 분열하여 광화문 세력을 괄시하나요?
장경동 목사의 자유통일당과 고영주 대표의 자유민주당은
극우이긴 해도 국민들은 우파의 본산(本山)으로 보고 있어요
괄시할것이 아니라 손잡고 함께가야 하지요
‘좌파는 자충수로 망하고 우파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이래서 나온 것이지요
4년 전 압승으로 거대 의석을 얻은 민주당은 그게 독이 돼
온갖 폭주, 방탄, 꼼수를 거듭하다 모든 선거에서 패했어요
그럼에도 이번 총선에서 지지받고 있다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요
파출소 담장을 넘으면 경찰서가 있다는 것을 왜 모를까요?
아무튼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압승해야 하지만
차선책으로는 여야가 서로 독주할 수 없는 의석을 갖게 돼
우리 정치가 어쩔 수 없이 협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지요
이런 소박한 바람조차 환상인 듯이 느껴지는 것이
솔직힌 요즘의 심정이네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상가를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발언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