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동킥보드 vs 접이식 전동스쿠터
방탄소년단 슈가가 지난 8월 6일 밤 서울 한남동에서 전동스쿠터를 타고 음주운전을 했다. 이 사실은 다음 날 7일 오전 연합뉴스에서 최초보도했다. 이후 소속사와 슈가는 같은 날 오후 1시경에 입장문을 통해 사과했다. 소속사와 슈가는 전동킥보드를 탔다고 했고 몇시간동안 이를 기반으로 보도가 쏟아졌다. 그런데 언론은 슈가가 탄 건 전동킥보드가 아니라 안장이 있는 전동스쿠터며 소속사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전동킥보드라고 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7일 저녁 8시 JTBC는 슈가가 운전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안장이 있는 접이식 전동스쿠터라고 증거를 제시했다. 이후 다시 소속사는 사건축소의 의도는 없었고 전동킥보드 모양에 안장만 있는 전동기로 정확한 분류에 따른 명칭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소속사는 첫 해명에서 슈가의 전동기를 킥보드이며 운전면허 취소와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고 발표했을까?
연합뉴스는 7일 오전 11시 47분에 경찰에 따르면 슈가가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음주운전을 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1시간 30분 후 오후 1시 12분에 소속사와 슈가가 사과문을 올렸다. 즉 소속사도 연합뉴스처럼 경찰을 통해 슈가가 탄 것은 전동킥보드며 이는 범칙금 처분대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데 이후 한겨레 기자가 경찰에게 안장이 있는지 물었고 경찰은 다시 조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이 연합뉴스 최조 보도에선 킥보드라고 했다가 이후 전동스쿠터라고 언론 취재에 응한 과정이 좀 이상하다. 뉴스1과의 통화내용을 살펴보면 기사에 없지만 '처음에는 왜 킥보드라고했다가 전동스쿠터라고 말씀하신 건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경찰의 답인 것으로 보인다.
위 사진은 슈가가 이용한 전동스쿠터와 가장 유사한 모델이다. 당신에게 킥보드로 보이시나요? 스쿠터로 보이시나요?
보통 스쿠터라고 하면 우리는 아래 사진을 떠올린다.
물론 자전거로도 음주운전하면 안 된다. 그런데 현실에서 번호판을 붇일 필요가 없는 소형전동기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은 낮은 편이다. 슈가가 음주운전의 고의가 있었다면 더운 여름에 더 편한 자동차를 가져갔을 것이다. 그러나 헬멧까지 챙기고 JTBC가 보도한 영상을 보면 제일 바깥 차선을 지키면서 흔들림없이 운전하는 것을 보았을 때 경각심은 부족했지만 고의성은 없어보인다.
2. 음주측정 수치 0.08% 이상 vs 0.2% 이상
7일 첫보도부터 일관성 있었던 것은 슈가는 면허취소를 받을 정도로 술을 많이 마셨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은 추측하여 음주측정 수치 0.08%이상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몇일 후 9일 보도에서 0.2%이상의 수치로 그 당시 인사불성사태였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또 거짓말 논란이 있었는데 슈가가 술을 마신 당일 '한 잔'마셨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인사불성사태였다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슈가 본인에게 확인하지 않은 언론사의 일방적인 주장이다. 슈가는 사과문에서 면허취소를 받았다고 했지 얼마나 마셨는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술마신 사람들에게 얼마나 마셨냐고 질문했는데 의례적으로 '한 잔했습니다.'라는 말을 정말 한 잔만 마셨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다. 어차피 음주측정하면 과학적으로 측정이 가능한데 당사자에게 무슨 술을 얼마나 마셨냐하는 질문이 왜 필요한가?
3. 넘어진 곳은 집 앞 vs 대로변
7일 사과문에서 소속사는 500m 정도 이동 후 주차시 넘어졌다고 했고 슈가는 집 앞 정문에서 전동 킥보드를 세우는 과정에서 넘어졌다고 했다. 저녁 식사를 한 곳 즉 출발지가 어디인지 보도마다 다른데 경찰에게 발견된 곳은 슈가의 집과 반대방향에 있는 유명아파트 단지 앞이다. 어떤 언론은 1.5km 정도 이동했는데 왜 500m 정도 이동했다라고 거짓해명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슈가의 집은 언덕에 있고 왕복2차선 도로에 있기 때문에 이곳까지 기동대가 순찰을 했을 가능성은 없고 큰 도로변에서 슈가를 만난 건 분명해 보인다. 다만 집앞이라고 했지 자신의 집이라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유명 아파트 단지 정문에서 누군가를 만나려고 한 건지, 만취상태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하고 엉뚱한 해명을 한 건지 알 수 없다. 그리고 회사는 실제로 슈가의 동선을 모르니 식당과 집의 직선 거리를 기준으로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 슈가의 집, 식당이 모여있는 곳, 경찰을 만난 곳 모두 반경 3 ~ 4km 이내에 있기 때문에 아무리 멀리 이동해도 장거리를 운전한 건 분명히 아니다. 다만 음주운전은 단 1cm를 이동해도 불법이기때문에 이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4. 결론 : 슈가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음주운전을 한 차량이 전동킥보드(최고속도 25km)였다면 행정처분 범칙금 10만원과 면허취소 처분으로 끝났을 것이다. 그러나 외관뿐만 아니라 최고 속도(최고속도 30km), 무게, 배기량을 따져봤을 때 전동스쿠터이고 이는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경찰도 처음 킥보드로 인식할만큼 다양한 전동기가 출시되고 있고 당사자인 슈가도 충분히 전동킥보드로 인식했을 수 있다. 그리고 술에 취해 자기방어적으로 한 말을 어투나 상황도 모르는 언론이 꼬투리 잡아 거짓말 논란을 제기하는 것은 명예훼손을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제기하고 싶은 것은 최근 5일 동안 수많은 불확실한 언론보도가 넘쳐났지만 언론은 자신의 오보에 대해 반성없이 새로운 기사로 이를 대체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소속사와 슈가에게 돌렸다. 무죄추정원칙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있기 전까지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을 함부로 언론에 공개하면 안된다. 경찰과 언론의 이런 관계가 계속되는 한 오보로 인한 대중들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당사자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법적 처벌에 앞서 언론재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는 많은 사람을 잃는 슬픈 경험을 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