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고성쇠 하루아침에 나뉘나니(榮枯一朝分)
··············································································· 서하 이민서 선생
감우 3수〔感遇 三首〕
겨울에 내린 눈 쌓이니 / 玄冬雨雪積
올해도 벌써 저무는도다 / 玆歲已暮矣
추위와 더위 잠깐 사이 교차하고 / 寒暑暫推遷
대자연은 시작과 끝이 없어라 / 大化無終始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고 / 白日不我謀
속절없이 흘러 나그네를 속이나니 / 倏忽欺遊子
한가히 지내며 시운(時運)을 살펴 보니 / 端居感時運
만고(萬古)가 모두 이와 같구려 / 萬古皆如此
옛사람과 지금 사람들 모두 / 古人與今人
아득하여 각기 끝이 없는데 / 悠悠無窮已
어이하여 분화자(紛華子)는 / 柰何紛華子
늙어 죽는 날까지 분주한가 / 營營至老死
2
세상살이가 한바탕 꿈만 같으니 / 處世若大夢
덧없는 인생길 얼마나 되랴 / 浮生能幾時
일반사람들은 들풀 같은 존재이건만 / 衆人同野草
현자(賢者)는 오래도록 이름 전한다오 / 賢者名長垂
분분(紛紛)하니 합심하여 도모하지 못하고 / 紛紛不相謀
백가(百家)가 나뉘어 서로 경쟁하며 달리도다 / 百家競分馳
나는 마음 가는 곳 따로 없으니 / 余心無所適
탄식한들 끝내 어이하리오 / 歎息竟何爲
3
도성에 있는 경상(卿相)의 집은 / 長安卿相宅
호화로운 저택이 푸른 구름과 닿았는데 / 甲第連靑雲
화극(畫戟)을 삼엄하게 늘어놓고 / 畫戟森以列
고당(高堂)에선 난초와 사향 태운다네 / 高堂蘭麝焚
저물녘 퇴조(退朝)하여 귀가하면 / 日暮退朝歸
빈객(賓客)들 어이 그리 많은지 / 賓客何紛紛
왜 그러하냐고 물으면 / 借問何以然
다행히 밝은 성군(聖君) 만나 / 幸逢聖明君
천금(千金)으로 옛 은혜 갚았고 / 千金報舊恩
만호후(萬戶侯)로 봉해 큰 공훈에 답하셨다 하네 / 萬戶答奇勳
뜰에 다섯 가지 솥 벌려 놓으매 / 中庭列五鼎
종 치는 소리가 멀리까지 울려 퍼지고 / 擊鍾數里聞
화려한 누각엔 물총새 깃으로 장식하였는데 / 彫樓翡翠羽
비단 휘장은 연하(煙霞) 무늬를 수놓았다오 / 繡帳煙霞紋
그 가운데 미녀들 늘어서니 / 其中列玉女
낭창낭창한 모습 세상에 보기 드물고 / 縹緲世不群
제나라 노래에 초나라 춤 어우러져 / 齊謳雜楚舞
한바탕 웃고 왁자지껄 하다네 / 笑語氣氤氳
즐겁게 노는 일 미처 끝나지도 않아 / 行樂未云央
영고성쇠(榮枯盛衰) 하루아침에 나뉘나니 / 榮枯一朝分
이 때문에 옹문자(雍門子)가 / 所以雍門子
거문고 연주하자 전문(田文)이 눈물 흘렸지 / 鼓琴感田文
[주-1] 분화자(紛華子) :
세상의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2] 화극(畫戟) :
당(唐)나라 때 3품 이상의 관원이 대문에 늘어 세웠던 병기이다.
[주-3] 다섯 가지 솥 :
소[牛], 양(羊), 돼지[豕], 생선[魚], 순록[麋] 다섯 가지 고기를 다섯 솥에 각각 담아 먹는 것을 이른 말로, 고관 귀족(高官貴族)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뜻한다.
[주-4] 옹문자(雍門子)가 …… 눈물 흘렸지 :
‘전문(田文)’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다. 옹문자는 제나라 옹문에 살았던 사람으로 본디 금곡(琴曲)에 뛰어나서 그가 거문고를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사람을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는데, 그가 일찍이 맹상군 앞에서 인생의 부귀영화가 덧없음을 소재로 하여 거문고를 한 곡조 타니, 맹상군이 슬퍼서 눈물을 줄줄 흘렸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說苑 善說》
<출처 : 서하집(西河集) 제1권 / 오언고시(五言古詩) 에서>
ⓒ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ㆍ한국고전문화연구원 | 황교은 유영봉 장성덕 (공역)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