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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사기동대] 09
S# 1 창신 골동품 (D)
쾅 -! 소리가 울리며 창신 골동품을 급습하는 서너 명의 남자들! 노방실에게 다가가더니,
남자 구숙희씨?
노방실 그런데요?
남자, 일행들에게 짧게 손짓하면, 노방실에게 수갑을 채우는 남자들! 저항하는 노방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테이블에 올려진 청자가 깨지며 박살난다! 당황한 얼굴의
방미나. 빨리 이 상황을 피하고 싶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는 찰나!
누군가 (OFF) 문화재청에서 나왔슴다!
일동, 입구를 바라보면! 쓰윽 – 모습을 드러내는 누군가! 그는! 백성일이다! 양 옆으로
정자왕과 최지연을 대동하고 나타난 백성일! 경직된 얼굴로 노방실을 꼬나보고!
터벅터벅 – 노방실을 향해 걸어가는 백성일. 정자왕과 최지연이 뒤따르고, 백성일을
바라보는 방미나. 동시에 백성일의 시선도 방미나에게 향하면! 방미나를 스쳐보며
정면을 보는 백성일. 경직된 얼굴에 씨익 – 미소가 번지며!
S# 2 창신 골동품 인근 (D)
창신 골동품 내부를 수색하는 정자왕과 최지연, 그리고 남자들. 그들을 비추는
카메라가 무빙하면, 창신 골동품 입구에 서서 대화 중인 백성일과 방미나가 보인다.
백성일 구숙희 저 여자가 가진 물건 중에
진품 하나두 없어요. 다 저기 어디
동묘 그런 데서 개당 1000원, 2000원에
물건 뗘와서 몇 천만 원씩 받고 파는
거라고. (텀) 다시 한 번 물어볼게요.
구숙희한테 물건 산 거 없어요, 진짜?
방미나 진짜 없어요. 말씀 드렸잖아요.
백성일 나한테 오리발 내밀고 다른 사람한테
물건 팔라 그러는 거 아니죠? 아줌마
그럼 문제 복잡해져. 쇠고랑 차신다고.
방미나 (답답하다) 저는 오늘 여기 처음 왔구요,
진품 아닌 거 저두 알았어요. 그쪽 분들
안 왔어두 제가 신고하려고 했다니까요?
백성일 (바라보다가) 알았어요. 믿지 뭐 그럼.
그때 창신 골동품에서 나오는 정자왕과 최지연. 노방실을 끌고 나오는데,
노방실 (끌려가며) 추팀장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니가 누구 때문에 지금까지 먹고 살았는데?!
백성일 (무시하면)
노방실 (끌려가며 큰 소리로) 내가 너 다 꼰지를 거야!
뒷돈 받고 물건 빼돌린 거! 암거래 알바 뛴 거!
싹 다 불 거라구, 내가!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순간 백성일을 흘겨보는 방미나. 눈빛을 의식한 백성일은 정자왕을 향해,
백성일 야 뭐하냐. 빨리 실어. 말 드럽게 많네, 거.
쉴 새 없이 폭언을 쏟아내는 노방실의 입을 막는 정자왕. 봉고차에 태우면,
방미나의 눈치를 살피는 백성일. 어색한 미소를 머금으며,
백성일 하, 저 아줌마는 자꾸 있지도 않은 일을 자꾸.
허허. 한귀로 듣고 흘리세요. 다 거짓말이야.
방미나 (어색한 미소) 네, 뭐...
백성일 허허. 아무튼 (명함을 꺼내 건네주며) 무슨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부담 같은 거 갖지 마시고.
방미나에게 짧은 눈인사를 하는 백성일. 봉고차로 걸어가 몸을 실으면,
봉고차는 빠르게 출발한다. 룸미러로 방미나를 힐끔 바라보는 백성일.
방미나는 백성일이 준 명함을 보다가, 명함을 지갑에 집어넣으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는데, 고개를 돌려 방미나를 스쳐보는 노방실.
노방실 첫 삽 괜찮네.
백성일, 짧은 한숨을 내쉬는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보면, 안국장이다.
백성일 (받으며) 예, 국장님. (듣고) 지금요? 예. 알겠슴다.
(전화를 끊고 / 운전하는 정자왕에게) 나 잠깐 시청 좀
들어갔다 와야 될 거 같은데. (고개 돌려
노방실에게) 먼저 창고 가 계세요. 일 보구 바루 갈게.
S# 3 국장실 (D)
백성일, 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누군가와 마주 앉아있는 안국장.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안국장 아우, 우리 백과장님 이제 오셨네.
식사는 하셨어요?
백성일 예. 돼지 불백...(앉아있는 누군갈
스쳐보고) 근데 넌 여기 왜 있냐?
안국장 아, 심 조사관 다음 달부터
징수 1과장으로 발령 날 거예요.
강과장님 자리 채워야지.
백성일 아, 예....
1과장 (백성일에게 인사하며) 잘 부탁
드릴게요. 많이 가르쳐 주십쇼.
백성일 어, 그래. 그 나이에 과장이야?
(안국장 스쳐보며) 같은 대학이 좋긴 좋네.
안국장과 새로운 1과장, 순간적으로 낯빛이 경직되면,
백성일 2과 백성일이 밑에서 궂은 일 다 하더니
결국 올라왔네. 축하해. 나중에 한 턱 쏴.
1과장 아이구, 두 턱 쏘겠습니다. 하하.
안국장 그럼 그냥 오늘 하지 뭐. (백성일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 어떻게 돼요?
술 한 잔 하셔야지.
심 조사관, 아니 우리 심과장두 왔는데.
백성일 오늘은 좀 힘들 거 같구요, 담에 하시죠.
안국장 왜? 뭐 일 있으셔?
백성일 요즘 외근이 좀 많아서요. (1과장에게)
다음에 한 잔 해.
1과장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백성일. 국장실을 나가려는데,
안국장 그렇게 바빠요?
백성일 (멈칫하고 / 보며) 예.
안국장 왜 과장님만? 3과 오늘 외근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잠시 바라보다가, 안국장을 향해 짧게 목례하는 백성일.
국장실을 나가면, 미소 짓던 얼굴이 굳어지는 안국장.
안국장 심과장. 공무원이 사기치고 다니면
안 되는 거지? (1과장을 보며)
그게 나쁜 놈인 거지?
1과장,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바라보는데, 순간 무언가 번뜩이는 안국장.
빠르게 국장실을 나가며,
안국장 일 봐, 가서.
1과장 어디 가시는!
대답 없는 안국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국장실을 나가고! 쾅 -! 문을 닫으면!
S# 4 국장실 복도 (D)
몇 미터 떨어진 거리의 백성일이 복도를 걷고, 뒤를 따르는 안국장.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성일의 동선을 주시한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듯 코너를 도는 백성일. 안국장도
뒤따라 코너를 도는데, 전화 통화 중인 백성일이 안국장 쪽을 바라보고 있다. 동선을
유지한 채 빠르게 몸을 돌리는 안국장. 벽에 기대어 서서 백성일의 통화 내용을 듣는데,
백성일 (전화에) 다 왔다구? 알았어. 금방 갈게.
순간 번뜩이는 안국장. 곧장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고!
S# 5 시청 로비 (D)
비상계단 문을 열고 나오는 안국장. 로비를 걸어가는 백성일을 발견하고 빠르게
뒤를 쫓는다. 몇 발자국 떨어진 거리에서 백성일의 뒤를 쫓는 안국장.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더니,
안국장 (전화에) 김형사님. 저예요. 시청 안국장.
많이 바쁘세요? 뭐 대단한 건 아니고,
김형사님 실적 좀 올려드릴라 그러지.
(듣고) 사기요. 사기꾼 한 놈이 눈앞에서
알짱알짱 거리네, 자꾸. 암튼 제가 지금
뒤 밟고 있으니까 금방 다시 연락 할게요.
전화를 끊는 안국장. 걸음이 빨라지며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로비를 지나가던
한 여자의 얼굴이 화면에 드러난다. 천성희다! 안국장의 통화 내용을 들은 듯
멈춰 서 있는 천성희.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안국장을 바라보는데, 안국장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천성희의 시선. 그 시선의 끝엔 로비를 걷는
백성일이 보인다. 상황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천성희! 미간이 구겨지는 찰나!
S# 6 시청 주차장 (D)
자신의 차로 걸어가는 백성일. 핸드폰이 울리고, 전화를 받으면,
백성일 (전화에) 응. 딸. (듣고) 아빠? 일하지.
무슨 일이! (듣고) 핸드폰 고장 났다고?
전화 통화를 하며 자동차에 올라타는 백성일. 빠르게 출발해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안국장의 자동차. 백성일의 자동차 뒤를 조심스레 미행한다.
순간 주차장으로 달려오는 천성희. 주차장을 나가는 백성일의 차와 뒤 따르는
자동차 속 안국장의 모습을 확인하고! 두 대의 자동차가 시청 주차장을 빠져나가자
머리를 만지며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핸드폰을 꺼내 백성일에게 전화를
걸면, 동시에 고객님이 통화 중이라는 안내 멘트만 울린다.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는 천성희. 다시 백성일에게 전화를 걸면 통화 중이란 멘트가 또 들려오고!
S# 7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전화 통화를 하며 도로를 달리는 백성일의 차.
백성일 (전화에) 그러게 핸드폰을 왜 물에
빠트려. 어떻게 말려서 쓸 수 없어?
S# 8 시청 주차장 (D)
고객님이 통화 중이라는 안내 멘트가 또 다시 들려온다. 답답함의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잠시 전전긍긍하다가 안국장에게 전화를 거는데, 이번엔 연결음이 들려온다!
통화 연결음이 끊어질 듯 이어지다가!
S# 9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백성일의 차 뒤를 미행하는 안국장의 차. 백성일의 자동차를 주시하는 안국장의 눈매가
예리하게 번뜩이는데, 핸드폰이 진동한다. 보면, 천성희의 전화다. 안국장, 전화를 받으며,
안국장 그래.
천성희 (F) 예. 국장님.
S# 10 시청 주차장 (D)
천성희 급하게 국장님 결재를 좀
받아야 될 일이 있어서 그런데요,
S# 11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천성희 (F) 지금 어디!
안국장 (끊으며) 밖이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천성희 (F) 국장님! 이게 정말 급한 일이라서요!
지금 얘기!
안국장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으면)
S# 12 시청 주차장 (D)
천성희 (전화에) 여보세요? 국장님?! 여보!
혀를 차며 핸드폰을 내리는 천성희. 순간 무언가 번뜩이고 통화 목록을 검색하다가!
누군가를 발견한다. 바로 통화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귀에 대는 천성희.
통화 연결음이 초조하게 이어지는 동안!
천성희 (읊조리듯 혼잣말) 받아라...받아...
S# 13 냉동 창고 (D)
냉동 창고에 모여 있는 양정도, 조미주, 노방실, 장학주, 정자왕, 최지연. 백성일을
기다리듯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조미주의 가방에서 징징 –하는 진동음이 들려온다.
장학주 (조미주에게) 너 뭐 왔나부다.
가방으로 걸어가는 조미주. 가방을 열면, 핸드폰 7대가 보이고, 진동하는 핸드폰을
꺼내는 조미주. 번호를 보면 모르는 번호다. 전화를 받는 조미주.
조미주 여보!
천성희 (F) 미주야?! 미주 맞아?!
조미주 (전화를 끊으려는데)
천성희 (F) 나 성희 언닌데!
조미주 (순간 멈칫하면)
S# 14 시청 주차장 (D)
천성희 우리 과장님 지금 거기 가고 있어?
니네 모여 있는 데, 거기 창고!
S# 15 냉동 창고 (D)
천성희 (F) 거기로 가고 있냐고, 우리 과장님 지금?!
조미주 (반응 없다가 / 정자왕에게) 시청 아저씨
여기 오고 있어?
정자왕 네. 누나.
조미주 누나라고 부르지 말! (참고 / 전화에)
그렇다는데요? 왜요?
S# 16 시청 주차장 (D)
천성희 아직 확실한건 아닌, 아니 거의 확실한 거
같거든, 내 생각엔?
S# 17 냉동 창고 (D)
천성희 (F) 그 사람이 어떻게 알았는진 모르겠는데!
S# 18 시청 주차장 (D)
천성희 지금 우리 국장이 백과장님을!
S# 19 냉동 창고 (D)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천성희의 말에 낯빛이 조금씩 경직되는 조미주.
순간 미간이 구겨지더니 빠르게 뒤돌아 양정도를 보며!
조미주 오빠!
순간 멈칫하는 양정도. 의아한 얼굴로 조미주를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서!
S# 20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여전히 전화 통화를 하며 운전 중인 백성일.
백성일 (전화에) 오래 쓴 거 알지, 아빠두. 근데 어떡하냐.
아빠가 돈이 없는데...(씁쓸한 미소) 미안해, 아빠가.
S# 21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전방 유리로 백성일의 차가 보이고, 안국장의 핸드폰이 진동한다.
전화를 받는 안국장.
안국장 (전화에) 예. 김형사님. 지금 출발 했어요.
(듣고) 확실하다니까. 김형사님 나 못 믿어?
S# 22 냉동 창고 (D)
분주하게 움직이는 38 사기동대! 냉동 창고를 정리하기 바쁘다! 커다란 검은 봉지에
대포폰, 대포 통장들을 비롯한 냉동 창고의 모든 물건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는
조미주와 장학주! 노방실과 정자왕은 마사장, 방필규와 관련하여 수집했던 자료들을
박스에 옮겨 담고! 벽면에 붙은 방필규, 방호석, 방미나 관련 자료들을 모조리 떼는
양정도와 최지연! 그럼에도 한 손에 든 전화기는 놓지 않는 양정도는 백성일에게
전화를 하는데 계속 통화중이다. 짜증 가득히 혀를 차는 양정도. 정자왕을 향해!
양정도 신나 갖구 와!
S# 23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백성일 (한숨 푹 – 쉬고 / 전화에) 알았어. 엄마 바꿔 봐.
(잠시) 응. 여보. 우리 지은이 핸드폰 바꿔주자.
(듣고) 뭐 맨날 돈 없대. 너 뭐 그 말 녹음 해놨냐?
S# 24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안국장 (전화에) 이 사기꾼 놈이
공무원이야. 그림 나쁘지 않죠?
S# 25 냉동 창고 (D)
냉동 창고의 흔적을 지우는 데 여념이 없는 38 사기동대. 동시에 벽면과 테이블,
의자를 비롯한 모든 집기에 촥촥촥 – 신나가 뿌려지고! 헝겊 더미로 닦기
시작하는 38 사기동대! 그들의 정신없는 모습에서!
S# 26 달리는 백성일 차 안 (D)
마장동 정육 시장 초입에 들어서는 백성일의 차. 백성일은 여전히 통화 중이다.
백성일 (전화에) 우리한텐 별루 안 중요한 게 걔들한텐
정말 중요한 거래니까? 요즘 꾸진 핸드폰
쓰면 애들이 놀린대요. 니네 집 가난하냐고.
S# 27 달리는 안국장 차 안 (D)
안국장 (전화에) 여기? (듣고 / 주변을 살펴보며)
마장동 주변인거 같은데? 김형사님
지금 어딘데? (듣고) 왕십리? 가깝네?
S# 28 냉동 창고 (D)
헝겊이 축축해지자 입고 있는 티를 벗는 정자왕. 티를 걸레 삼아 흔적을
지우다가! 바닥에 미끄러져 자료를 모아놓은 박스 더미를 덮치며 쓰러진다!
허공에 흩날리며 떨어지는 자료들! 신나로 흥건한 바닥에 축축하게 들러붙자!
양정도 너는 쫌 씨!
물기로 흥건한 자료들을 정리하는 양정도! 미안한 듯 멀뚱히 앉아있는 정자왕에게!
양정도 뭐해? 줏어, 빨리!
S# 29 냉동 창고 인근 (D)
냉동 창고 골목에 백성일의 차가 멈춰 선다. 통화를 하며 차에서 내리는 백성일.
백성일 (전화에) 아우,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할게.
(듣고) 뭘 또 어떻게 알아서 할 거냐 그래?
50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 안국장의 차가 멈춰 선다. 시선은
백성일에게 고정된 채 전화를 하는 안국장.
안국장 (전화에) 내렸네, 차에서.
슬슬 출발하셔도 될 거 같은데?
S# 30 냉동 창고 (D)
양정도, 장학주, 정자왕은 바닥에 떨어진 자료들을 긁어모으고!
헝겊이 축축해지자 입고 있는 자켓을 벗는 조미주와 최지연!
그것으로 주변을 닦으며 흔적을 지운다! 자신들의 흔적을
지우는 38 사기동대의 분주한 모습이 계속되다가! 다시금
핸드폰을 꺼내는 양정도! 백성일에게 전화를 하는 순간!
S# 31 냉동 창고 인근 (D)
백성일 (걸으며 / 전화에) 그만해.
또 싸우겠다, 이러다. 오늘 늦어. 끊어.
전화를 끊는 백성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려는 순간, 다시 핸드폰이
진동한다. 보면, 양정도의 전화다. 차에서 바라보는 안국장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이고, 통화 버튼을 누르는 백성일. 핸드폰을 귀에 대며,
백성일 다 왔어. 앞!
양정도 (F) 오지 마!
S# 32 냉동 창고 (D)
양정도 오지 말라구, 여기!
S# 33 냉동 창고 인근 (D)
백성일 (의아해지며) 뭔 소리!
양정도 (F) (끊으며) 꼬리 밟혔다고!
S# 34 냉동 창고 (D)
양정도 아저씨네 국장이 아저씨
쫓아 왔다고, 형사 끌고 여기까지!
S# 35 냉동 창고 인근 (D)
서서히 낯빛이 식어가는 백성일. 당황한 듯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흐른다.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백성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안국장.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듯 미간이 짧게 구겨지는데, 본능적으로
천천히 뒤도는 백성일. 골목길 어귀에 주차된 안국장의 차를 마주하려는 찰나!
누군가 (OFF) 백성일씨?
멈칫하는 백성일. 다시금 정면을 보면, 낯선 남자가 백성일을 향해 다가온다.
그는 사재성의 수하인 구형사다!
구형사 저 알죠? 함 봤잖아요, 댁에서.
상황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안국장. 본능적으로 상체가 숙여지고,
자신에 대한 답답함과 한심함이 차오르는 백성일. 한숨을 내쉬는데,
구형사 우리 반장님이 백성일씨를 꼭
만나야겠다고 하시는데.
백성일 저를 왜...? 제가 좀 바쁜데요.
구형사 다 바쁘지 뭐, 직장인이.
같이 갑시다. 오래 안 걸려요.
구형사, 백성일을 잡아끌면, 얼떨결에 끌려가는 백성일. 구형사의 차로 향하며,
백성일 무슨 신고를 어떻게 또 받고 오셨는진
모르겠는데 저 그런 사람 아닙니다.
그 때도 그냥 풀려났잖아요.
구형사 누가 신고를 받고 와? 근데
뒤에 따라 온 사람은 누구예요?
백성일 예?
구형사 시청부터 아저씨 뒤 밟든데?
백성일 그쪽이랑 같이 온 거 아니에요?
구형사 뭔 소리야. 사기 쳐서 세금 받구
다니는 거 걸린 거 아니야?
윗사람한테?
백성일 (당황한 듯 바라보면)
구형사 뭘 놀래. 피차 다 아는 건데.
(차 앞에 서고) 타요.
백성일 제가 왜 타야 되는 건지 좀....
구형사 (바라보다가) 애들 데리고 저기
학주네 창고 한 번 털어줘요?
백성일 (뜨끔) 굳이 그러실 거 까진...
구형사 탑시다, 그럼. 군말하지 말고.
백성일 예. 그럼 안전 운전 부탁...예...
백성일, 구형사의 차에 타면, 출발하는 구형사. 골목길을 나가는 순간
안국장의 자동차와 짧게 스쳐 지난다. 동시에 고개를 돌리는 안국장.
백성일도 안국장의 자동차를 애써 외면하는데, 전화를 거는 구형사.
구형사 야, 쟤 좀 치워라. (전화를 끊으면)
구형사의 차가 골목길을 빠져나가면, 차의 시동을 켜는 안국장. 빠르게
뒤를 쫓으려는데! 빡 -! 소리와 함께 운전석 옆면 유리가 박살난다!
놀라는 안국장! 잔뜩 움츠리는데, 운전석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히
들이미는 한 남자. 사재성의 수하 조형사다.
조형사 아씨. 조용히 집에 가.
남 뒤 꽁무니 밟지 말고.
안국장, 발끈한 듯 무언가 말하려는데, 상체를 숙인 조형사의 옆구리에서
권총과 수갑을 보는 안국장. 경찰이란 것을 직감하고, 무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한 듯 잔뜩 구겨지는 그의 얼굴에서!
S# 36 냉동 창고 (D)
한바탕 폭풍에 몸에 힘이 쭉 빠진 38 사기동대. 정자왕과 장학주는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조미주와 노방실, 최지연도 힘없이 창고를 정리하고 있는데,
백성일에게 전화를 하는 양정도. 이번에는 고객님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안내 멘트만 들려온다.
노방실 아직도 안 받아?
양정도 (짧게 끄덕이면)
장학주 혼자 어디 잡혀 간 거 아녀?
대답 없는 양정도. 다시 통화 버튼을 누른다. 백성일이 걱정되는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양정도. 통화 연결음은 이어지고, 그 위로 들리는 백성일의 음성.
백성일 (E) 참내, 진짜 이해할 수가 없네, 지금 상황.
S# 37 면회실 (D)
백성일 날 왜 여기 끌고 왔냐고. 밑에 애들 시켜서.
카메라, 반대편에 앉은 남자를 비추면, 그는! 사재성이다! 잠시 백성일을
바라보는 사재성. 유리벽 가까이 다가가 백성일과 최대한 밀착해 앉더니,
사재성 양정도.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뭔 말인가?’ 바라보는 백성일. 응시하는 사재성.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지더니,
사재성 정도 그 놈한테 그만 놀아납시다.
그러다 나처럼 돼.
백성일 뇌물 받고 감옥에 있는 사람이 말은.
아, 몰라. (일어나며) 나 갈래.
사재성 앉아, 이 새끼야. 쳐 뒤지고 싶지 않으면.
멈칫하는 백성일. 살벌한 얼굴로 꼬나보는 사재성과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구형사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으며,
백성일 앉으래서 앉는 거 아니야. 서울 갈
차편이 없어서 그래. 내 차 안
갖고 와서. (손짓) 하던 말 계속, 예.
사재성 (꼬나보다가) 내 말 잘 들어.
정도 그 새끼, 나 하나 잡아 늫겠다고
등신 행세하면서 몇 년을 버틴 놈이야.
나 잡아 늫겠다고! 안본지 20년두 넘은
우리 큰 형 명의 대포 통장에 돈
집어 너 놓고 비리로 엮은 거라구, 나를.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는 백성일. 불현듯 무슨 기억이 떠오른 듯
얼굴이 굳으면!
S# 38 다미 식당 (5부 119씬)
백성일 누굴 엮는데? 무슨 말 한 거야, 둘이?
장학주 (당황한 얼굴로 양정도를 보면)
양정도 (머뭇) 마진석! 마진석 잘 엮자구요!
S# 39 면회실 (D)
그때의 기억에 미간이 일그러지는 백성일. 사재성을 바라보면!
사재성 정도 그놈 처음에 어떻게 만났어?
다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텐데?
S# 40 경찰서 (2부 56씬)
양정도 나한테 맡기면 60억 한 큐에 땡겨줄 수 있는데.
S# 41 면회실 (D)
사재성 당신이 정도 찾아가서 세금 걷게
사기 치자 그러진 않았을 거 아냐?
S# 42 경찰서 (2부 56씬)
양정도 나한테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
들어나 볼래요?
S# 43 면회실 (D)
믿을 수 없는, 아니 믿기 싫은 백성일. 치미는 의심에 한숨만 내쉬는데,
사재성 양정도 그놈 만난 게 우연 같지? 세상에
우연 없어.
나 봐. 그놈 믿었다가 이렇게 됐잖아. 허.
깊은 혼란이 오는 백성일. 감정을 주체 못하겠는 듯 자학하듯 머리를 매만지면,
사재성 (끊으며) 지금 방필규 공사치는 중이지?
방필규 체납 세금 500억, 그거 받을라구.
백성일 (대답 없는데)
사재성 방사장 공사 끝나면 백성일 당신 어떻게
될 거 같애? 톡 까놓구 말해서 사기꾼 새끼가
세금 걷는 거를 도와준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백성일 (대답 없는데)
사재성 양정도 그 새끼가 방필규 돈 500억 갖구
튀면, 다 그쪽이 독박 쓰는 거야. 당신은
지금 정도랑 사기를 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도한테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거라니까?
어차피 다 쓰면 용도폐기 당할 거
(바라보다가) 슬슬 줄 갈아탑시다, 이제.
미소를 머금는 사재성. 혼란스런 얼굴로 바라보는 백성일. 두 사람의 얼굴이 교차하다가!
S# 44 냉동 창고 인근 (N)
터벅터벅 – 냉동 창고를 향해 걸어가는 백성일.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무의식적인
발걸음을 내딛는다. 자신의 차 앞에 도착하는 백성일. 차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양정도 (OFF) 왜 전화 안 받아요?
백성일, 소리가 들린 쪽을 보면, 골목길에서 걸어 나오는 양정도. 백성일 앞에 서더니,
양정도 사람이 연락이 돼야지 말야. 걱정했잖아.
백성일 (어색한 미소) 미안해. 일이 좀 있어서.
양정도 무슨 일이요? 혼자 경찰에
잡혀가고 그랬던 거 아니죠? 그럼
안 되는데. 너무 멋있는데. 혼자
다 뒤집어쓰고 잡혀가고 그러면.
백성일 안 잡혀 갔었어. 니 전화 받고
바로 방향 틀었어. 너무 빨라서
아무도 못 봤어.
양정도 (바라보다가) 다행이네. 알았어요.
근데 아저씨네 국장은 어떻게
할 거예요? 냄새 맡은 거 같다든데.
백성일 내가 조심해야지 뭐. 니들한테까지
피해 안 가게 할게. 너무 걱정하지 마.
양정도 우리가 걱정인 게 아니라,
아저씨 땜에 그러지.
백성일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보면)
양정도 조심해요. 나는 감옥 안 가고 아저씨는
안 짤리고. 그 약속 지켜야지.
(바라보며 / 짧은 미소가 번지고) 가요.
뒤돌아 걸어가는 양정도. 백성일은 말없이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순간 백성일의 귓가에 울리는 면회실 사재성의 음성.
사재성 (E) 양정도 그 새끼가 나한테 누명 씌웠다는 증거,
S# 45 면회실 (43씬 연장선)
사재성 그거만 찾아서 구형사 쟤한테 갖다 줘.
백성일 (눈빛이 요동치는데)
S# 46 냉동 창고 인근 (N)
걸어가는 양정도를 바라보는 백성일. 짧은 한숨이 터져 나오고,
사재성 (E) 그 증거 갖구 항소 걸면
S# 47 면회실 (D / 과거)
사재성 나 여기서 나갈 수 있어.
사재성, 구형사를 향해 턱짓하면, 백성일 앞에 무언가를 놓는 구형사.
그것은 녹음기다.
S# 48 냉동 창고 인근 (N)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는 백성일. 전 씬에서 받은 녹음기다.
녹음기를 물끄러미 보는 백성일.
사재성 (E) 그럼 내가 양정도 처리해 줄게.
S# 49 면회실 (D / 과거)
사재성 정도 그 놈은 감방가고, 나는 복직하고, 그 쪽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계속 하던
일 마저 하고. (히죽) 다 있던 데로 돌아가야지.
S# 50 냉동 창고 인근 (N)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짜증나는 듯한 백성일. 자신에 대한 짜증을 주체 못하겠는지
자동차를 내려치는데,
백성일 (E) 내가 그 짓을 왜 해야 돼.
S# 51 면회실 (D / 과거)
백성일 당신 말만 믿고 정도 뒤통수치는 일을 왜!
사재성 그럼 양정도 그 새끼 말을 믿을래?
S# 52 냉동 창고 인근 (N)
한숨만 내쉬는 백성일. 그 때, 걸어가던 양정도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더니,
양정도 아저씨.
순간 바라보는 백성일. 무언가 말하려고 하는 양정도의 얼굴을 응시하는데,
사재성 (E) 그 사기꾼 새끼 말을?
S# 53 면회실 (D / 과거)
사재성 우리 같은 공무원이잖아.
공무원이 공무원 말을 믿어야지.
나랏밥 먹는 사람들이잖아, 우리.
S# 54 냉동 창고 인근 (N)
백성일의 얼굴을 바라보는 양정도. 잠시 말 없다가, 어렵게 입을 뗀다.
양정도 지금까지요, 믿어줘서 고맙다구요.
미소를 머금고 뒤도는 양정도. 다시금 걸음을 옮기고, 미안함과 죄책감이
엄습하는 백성일. 그런 백성일의 얼굴과 양정도의 얼굴이 교차를 이루다가!
S# 55 도심 전경 (N to D)
달이 빌딩 사이로 모습을 감출수록, 자동차 라이트, 건물 조명 불빛도 점차 사라진다.
이어 조금씩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 조금씩 세상을 밝히고, 출근 차량과 인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S# 56 세금 징수국 (D)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복도를 걷는 천성희. 세금 징수국 내부로 들어가면, 자리에 앉아있는
몇 명의 조사관들과 백성일이 보인다. 짧은 출근 인사를 하고 자신의 자리로 걸어가는
천성희. 자리에 앉는데, 백성일이 계속 신경 쓰인다. 오늘따라 더욱 태연해 보이는
백성일의 모습을 보자 안 되겠다는 듯 일어나는 천성희. 백성일 앞으로 걸어가더니,
천성희 저 과장님.
백성일 응, 뭐.
천성희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깐 얘기 좀....
백성일 해. 여기서.
천성희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닌 거 같아서요.
천성희를 바라보는 백성일. 잠시 아무런 말없이 빤히 쳐다보다가,
백성일 다 알어. 니가 무슨 말 할지.
천성희 (벙찌고)
백성일 (일어나고) 걱정하지 마.
(나가며) 내가 알아서 할게.
천성희 과장님....
천성희의 어깨를 다독여주는 백성일. 징수국 사무실을 나가며,
백성일 (의례적 멘트) 외근 갑니다.
세금 징수국을 나가는 백성일. 천성희는 말없이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사무실 전화가 울린다. 걸어가는 천성희. 전화를 받으며,
천성희 서원 시청! 네, 국장님. 지금요?
S# 57 국장실 (D)
국장실 복도를 걷는 천성희. 국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흥분한 듯 국장실을 배회하며
핸드폰으로 통화중인 안국장.
안국장 (전화에) 경찰까지 낀 거 같다니까?
경찰이 데려가더라고, 백성일이를.
(순간 천성희가 들어온 것을 보고)
나중에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
천성희에게) 앉아. (앉으며) 커피
저기 있으니까 필요하면 타 먹고.
천성희 (오며) 전 괜찮습니다. 국장님은?
안국장 어. 프림 넣지 말고. 찐하게 한 잔.
누구 땜에 잠을 못 잤더니 졸리네.
짧은 목례로 대답하는 천성희. 커피를 타기 시작하는데,
안국장 어디까지 알고 있어, 성희 너는?
천성희 (뒤돌아보며) 예?
안국장 지금 니네 과장이 뭔 짓을 하고
다니는지 너는 알고 있었냐고
묻는 거야, 나는.
천성희 (어색한 미소) 무슨 말씀인지 잘...
고개를 돌리는 천성희. 커피를 젓는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진정하려는 듯 호흡을 가다듬는 천성희. 커피를 들고 안국장
앞으로 걸어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으면, 천성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안국장. 천성희는 애써 태연한 척 미소를 짓는데,
안국장 (예리) 알고 있었지?
천성희 뭘...
안국장 당황했어? 손은 왜 떨어?
천성희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안 돼서요....
안국장 (바라보다가 / 짧은 미소) 그래.
몰랐으면 뭐. 알았어. 나가봐.
꾸벅 – 목례하는 천성희.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국장실을 나가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안국장. 답답한 듯 한숨을 내쉬고,
안국장 알았네, 저 기집애. 시장한테 뭐라 그래야 돼.
S# 58 세금 징수국 (D)
징수국 사무실에 앉아있는 천성희.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 ‘할까? 말까?’ 고민하는
천성희. 짧은 순간에도 마음이 왔다 갔다 하는 듯 극심히 갈등하다가, ‘에라이, 모르겠다’
생각하는 천성희. 낚아채듯 핸드폰을 집어 들고 사무실을 나가 복도를 걸으며
어딘가로 전화를 하더니,
천성희 (전화에) 어, 난데,
S# 59 냉동 창고 (D)
대화를 나누고 있는 양정도와 노방실이 보이고,
전화를 받는 조미주.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번지더니,
조미주 (전화에) 언니가 왜요?
양정도를 스쳐보는 조미주. 영문을 모르는 양정도는 의아해하는데,
조미주 (짧은 한숨) 잠깐만요.
양정도에게 걸어가는 조미주. 핸드폰을 내밀며,
조미주 바꾸래.
양정도 누군데.
조미주 받아보면 알거 아냐.
던지듯 핸드폰을 건네주는 조미주.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전화를 받는 양정도.
양정도 (상대방 말을 듣자 낯빛이 변하고)
어, 그래. 무슨 일이야? (듣고) 지금?
S# 60 시청 복도 (D)
천성희 (반응 없다가 / 전화에) 어. 지금.
S# 61 냉동 창고 (D)
양정도 (반응 없다가 / 전화에) 그래. 어디서 볼까?
컷 튀면, 자동차 키를 낚아채는 양정도의 손. 빠르게 냉동 창고를
나가려는데, 입구 근처에 서 있는 조미주.
조미주 진짜 가려고?
양정도 (걸으며) 응.
조미주 왜?
양정도 (걸으며) 보쟤잖아.
조미주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어?
내가 보잘 땐 안 그러잖아.
양정도 (스치며) 상황이 다르잖아.
순간 양정도의 팔목을 잡는 조미주. 양정도가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조미주 무슨 상황이 다른데?
양정도 (대답 없고)
조미주 사람이 다른 건 아니고?
대답 없는 양정도. 조미주의 손을 잡아 팔목에서 손을 떼고
냉동 창고를 나간다. 그저 바라보는 조미주. 원망이 차는데,
바라보고 있는 노방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노방실 기분 더럽니?
조미주 (노방실을 바라보면)
노방실 (가방 챙기며) 나만 손해 보는 거 같고,
(나가며) 저 인간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
화도 막 나고 그래? (조미주의 앞에 서면)
조미주 (기분 나쁘다는 얼굴이고)
노방실 지금 니가 하는 거, 줄 때는 크고 받을 땐 작아.
항상 양 쪽이 똑같지가 않은 거라구, 그건.
조미주 아는 소리 그만 하시죠.
노방실 아니까 아는 소리 하지. 누굴 좋아하는 건 니 권리야.
S# 62 차 안 (D)
시동을 거는 양정도. 불현듯 햇빛 가리개에
붙은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매만진다. 그 위로,
노방실 (E) 니 권리 마음껏 누려.
S# 63 냉동 창고 (D)
노방실 단 그 남자가 니 마음을 받아줄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진 말고.
서글퍼져, 그러면.
냉동 창고를 나가는 노방실. 조미주의 입에서 짜증 섞인 탄성이 터져 나온다.
S# 64 커피숍 (D)
커피숍에 마주 앉아있는 양정도와 천성희. 양정도는 여유로운 얼굴인데 반해,
천성희는 어딘가 초조한 얼굴이다. 아무 말 없는 천성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양정도.
양정도 (보다가) 나 보구 싶어서 연락 한 거야?
천성희 (의아) 뭐?
양정도 아니, 불러놓구 아무 말 없길래. 그냥
얼굴 보고 싶어서 연락한 건가....
(미소) 뭐 그런 생각이 드네, 갑자기.
천성희 그런 거 절대 아니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냥 고민 중이야. 무슨 말 할지.
양정도 니네 국장이 눈치 챘으니까 그만하라고?
그래야 백성일 그 아저씨 안 다친다고?
넌 나 만나면 그 말밖에 할게!
천성희 (불현듯 끊으며) 조심하라고.
양정도 (순간 의아해지면)
천성희 안국장이 너랑 과장님이 하는 일을 어떻게
알게 됐는지 생각해 봤어. 생각해 봤는데,
빙필규일수도 있겠더라.
양정도 방필규가 뭐. 방필규가 니네 국장한테
얘기해 준 거다?
천성희 만약에 그런 거면 여기서 관둬야 돼.
상황 봐가면서 덤비라구.
그 말 하려고 만나자고 한 거야.
양정도 (잠시 생각하다가) 그럼 물어보지 뭐.
천성희, 의아해지는데,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는 양정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고,
천성희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
가만있어 보라는 듯 손짓하는 양정도. 통화 연결음이 이어지다가, 상대방이
전화를 받으면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양정도 (전화에) 하이고, 방대표님. 잘 계셨습니까?
(듣고) 아, 마 일찍 드왔습니다. 왕치라우
그냥바이 갑자기 식중독에 걸려갖고 밥을
몬 먹는다카데? 밥 약속인데 밥을
몬 먹으면 그기 약속입니까? 그래서 그냥
드 왔십니다. 우리 내일 저녁 약속, 안
까묵으셨지요?
방호석의 말을 듣는 양정도. 순간 천성희를 바라보면, 경직된 얼굴의
천성희. 양정도의 반응을 기다리는데,
양정도 (전화에) 복지리 좋지요. 어디 맛집 아는 데
있으요? (듣고) 그 집 지리 좋아. 복이
비만이야. 살 제대로 올랐어. 하하. 암튼 뭐
알겠습니다. 내일 보도록 하고요! (듣고) 저요?
지금요? (천성희의 눈치 슬쩍) 와이프랑
데이트 중입니다.
천성희 (‘뭔 소리야’ 라는 얼굴로 양정도를 쳐다보는데)
양정도 (전화에) 결혼했지요, 그라몬! 와이프가 생긴 건
별론데, 그리 착해. 대학 때부터 마 내 좋다고
그리 따라다녔다 아입니까. 사람 귀찮구로.
천성희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차면)
양정도 (듣고) 예. 좋지요. 언제 부부동반 모임 한번
하입시다. (듣고) 그럼 내일 보도록 하고요,
이만 끊습니다. 예. 예에. (전화를 끊고)
아들은 모르는 거 같은데? 방필규 아닌가봐.
천성희 내가 왜 니 와이프야?
양정도 (뻔뻔) 그럼 내가 옛날에 사기 치려고
만났던 여자라 그래?
천성희 아니! 내 말은 왜 하구 많은 사람 중에!
(참고) ....와이프냐고....
양정도 방호석 얘가 와이프 끔찍이 생각한대.
애처가. 그래서 결혼했다 그런 거야.
일에 도움 될까 싶어서. 어차피 만날
일도 없는데 뭘 그렇게 흥분해?
천성희 상황이 지금! (참고) 됐다. 아무튼 몸
사려 가면서 해. 우리 국장은
확실히 아는 거 같으니까.
양정도 근데 왜 그만하란 소리 안 해?
마진석 땐 그랬잖아. 아무리 그래도
사기로 세금 걷는 건 아니라고. 근데
왜 이번엔 조심하란 말만 하고
그만하란 말은 안 하냐고.
천성희 (바라보다가) 그래도 할 거잖아.
너랑 백과장님.
양정도 (미소) 그거 말고. 진짜 이유. 그게 뭔데.
천성희 (잠시 바라보다가) 방필규가 공개 세무
법정 신청했어. 그거 통과되면
방필규 체납 세금 500억. 못 받아.
양정도 통과 못 되게 하면 되잖아.
천성희 앞에서 국장이 끌어주고, 뒤에서 시장이
밀어줘. 통과 될 거야, 무조건.
양정도 그래서 그거 통과되기 전에 우리라도
방필귤 혼내줬으면 좋겠다, 뭐 이런 거야?
천성희 내가 제일 바라는 건 너랑 백과장님이 하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야. 근데 그게 안 되네, 지금은.
사람만 다치더라. (일어나며) 갈게. 수고해.
양정도 성희야.
천성희 (멈칫하면)
양정도 (망설이다가) 밥 먹었어....?
천성희 (반응 없이 바라만 보는데)
양정도 같이 먹자. 안 먹었으면. (미소) 배고프다.
천성희 (바라보다가) 내가 너 보는 거 편한 거 같애?
양정도 아니, 나는 그냥 간만에 옛날 얘기하면서 밥이나!
순간 천성희의 어깨 너머로 누군가를 본 양정도. 얼굴이 사색이 되며 말을 멈추는데,
아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천성희. 그녀 뒤편으로 다가오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며,
천성희 밥 먹으면서 얘기 할 정도로
좋은 기억 없어, 나한테는. (한숨)
여기까지만 하자. 더 들어가지 말!
양정도 (벌떡 일어나 누군가에게 다가가며)
옴마야! 옴마야! 아이고, 방 대표님!
반응하는 천성희.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보면! 방호석이다!
그를 본 천성희의 얼굴이 경직되고! 신기하단 얼굴로
양정도와 인사를 나누는 방호석.
방호석 그쵸? 조대표님 맞죠? 난 또 긴가민가했네.
아니, 어떻게 방금 통화했는데 여기서
만나? 진짜 신기하다. 그죠? 그냥 조 앞에
지나가는데 조대표님이 딱 보이드라니까?
방호석의 말을 들으며 천성희의 눈치를 살피는 양정도. 당황한 천성희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며,
천성희 두 분 말씀 나누!
방호석 어디 가세요, 사모님?
천성희 예? 저 사모 아닌데.
방호석 조대표님 부인되시는 분 아니세요?
(양정도에게) 와이프 분이랑 데이트
중이시라면서요. 쫌 전에 통화할 때.
미소 짓던 얼굴이 식는 양정도. 천성희를 바라보면, 당황했던 얼굴이
사색이 되는 천성희. 어색한 미소에 떨림이 느껴지는데, 미소를 머금고
방호석을 봤다가, 다시 천성희를 보는 양정도.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천성희를 향해 다가간다. 자켓에 묻은 뭔가를 떼어주는 척 다가가는
양정도. 짧게 스치듯이 귓속말로,
양정도 그냥 화내고 빠져.
다시 몸을 일으키는 양정도. 천성희의 자켓에서 띈 것을 면전에 보이며,
양정도 이 뭐꼬 이기. 가스나가 칠칠치 못하구로.
천성희 (미처 반응하지 못하는데)
양정도 근데 니 진짜 갈기가? 화 풀라고. 갈 땐 가더라도
풀고 가라고. 집에서 또 밥두 안 주고 그레
새초롬하게 앉아있지 말고. 너 쩐번에도 내한테
삐져갖고 야밤에 짐 챙기가 친정 간다고 난리를!
계속 뭐라뭐라 말하는 양정도. 무슨 말이냐는 얼굴로 바라보는 천성희.
이내 양정도의 목소리를 비롯한 주변의 모든 소음이 사라지더니
띠잉 -! 하는 공허한 울림만 들리면! 양정도의 두 눈을 응시하다가,
방호석을 바라보는 천성희. 방호석은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된 듯 의아한
얼굴로 양정도와 천성희를 번갈아 보는 상황에서, 양정도는 계속해서
뭐라뭐라 말하고 있고, 양정도를 바라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는 천성희.
본능적으로 고개를 떨궜다가 고개를 듦과 동시에 모든 소음이 돌아오며!
천성희 왕치라우. 왜 약속 깼어?
순간 당황한 듯 말을 멈추는 양정도. 진지한 천성희의 얼굴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짧게 상황을 정리하고 모든 준비를 마친 듯 헛웃음 짓더니,
양정도 내 아까 다 말 했잖아. 갑자기 약속을 하루
미뤄 달라 캤다고. 약속 당일에 약속을
미루자는 게 말이야, 방구야 씨.
천성희 미뤄 달라면 그렇게 했어야지. 1000억이야.
왕치라우가 1000억 투자한다 그랬다고.
양정도 1000억이 대수가? 내는 (방호석 슬쩍 스쳐보며)
약속이 더 중요하다. 가 말고도 돈 댈 사람 많아.
방호석 (양정도에게 슬쩍) 혹시 저랑 약속하신 거 때문에!
천성희 (끊으며) 그쪽이 방대표에요? UN 커뮤니케이션?
방호석 예...그런....하하...
천성희 방대표님 때문에 1000억 날렸어요, 우리 남편.
어떻게 책임지실 거예요?
방호석 예? 제가 어떻게 그걸....허허...
천성희 됐구요.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진 모르겠는데,
이거 하나만 알아두세요. 우리 남편. 1000억짜리
계약 깨고 방대표님 만나러 온 거예요. 그러니까!
순간 말문이 막히는 천성희. 뒷말이 생각나지 않는 듯하다. 천성희의 말을
기다리는 양정도와 방호석. 천성희는 잠시 뒷말을 생각하다가!
천성희 그러니까...그러니까 내일 저녁에
우리 남편! (자기도 모르게)
맛있는 거 사 주세요...
양정도 (벙찌고)
방호석 예....?
천성희 (에라이 모르겠다) 비, 비싸고 맛난 거
사주라구요, 우리 남편. 1000억 생각
안 나게. 고급진 거...맛집 가서...
진짜 맛집....줄 서서 기다리는 그런 데....
여전히 벙찐 얼굴의 방호석. 어이없지만 귀엽다는 듯 실소를
머금는 양정도. 천성희를 바라보면, 당황한 얼굴의 천성희. 머뭇대다가,
천성희 그럼 집에서 봐. (빠르게 뒤돌아 커피숍을 나가며
궁시렁) 맛있는 게 뭐야. 맛있는 게. 아우 등신, 진짜.
천성희, 커피숍을 나가면, 폭풍이 휘몰아치고 간 기분으로 서 있는 양정도.
그럼에도 다행이라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 방호석을 바라본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S# 65 편의점 (D)
편의점에서 GET 커피를 따르는 양정도. 그것을 방호석에게 건네주고, 자신은
프라페에 커피를 붓는다. 편의점 식음대에 서서 대화를 나누는 양정도와 방호석.
방호석 저 때문에 1000억 날리시구.
아우, 진짜 생각할수록 죄송해서 어쩌죠.
양정도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 자꾸 또. 돈은예,
방대표님. 똑같이 생긴 게 많다 아입니까.
여기서 1000억 날려도 저기서 또 볼 수
있으요, 1000억. 그런데 사람은 말입니다,
똑같이 생긴 게 읍지요. 세상에 딱 하나.
하나밖에 없는 게 사람입니다.
방호석 말씀은 감사한데, 제가 너무 죄송해서
제가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양정도 하고마. 됐십니다. 보답은 무슨. 사람이
뭔 두꺼비도 아이고. 좀 닮긴 하셨지만.
방호석 (잠시 생각) 그럴게 아니라 제가 대표님
회사에 투자를 좀 하는 건 어떨까요?
양정도 투자요? 됐십니다. 방대표님 아니어도
저 돈 많!
방호석 아니에요, 아니. 저 좋자고 하는 거예요.
조대표님 도와드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투자금 500프로 받는다면서요, 조대표님
회사에 투자하면.
양정도 글킨 한데요, (생각) 아입니다. 됐십니다.
그냥 저랑 방대표님은요, 계속 이렇게
좋은 친구로!
방호석 (끊으며) 아니, 아니. 됐어요. 뭐 돈 많이
늘 거 아니니까 서로 부담 안 가졌으면
좋겠구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나가며)
집 사람 기다려서. 허허. (종종걸음)
연락드릴게요. 오늘 죄송해요. 들어가요.
양정도 하아, 그라모 안 되는데. 좋은 친구로
남아야 되는데, 우리는. 그기 좋은 긴데!
편의점을 나가는 방호석. 동시에 양정도는 다행이라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고, 편의점 식음대에 기대어 프라페를 먹는데,
모빌 소리가 울리며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방호석. 양정도를 향해,
방호석 그리구요, 조대표님! 내일 저녁이요!
방호석을 바라보는 양정도. 약간의 의구심이 배어있는 그의 얼굴에서,
S# 66 세금 징수국 (N)
세금 징수국 사무실에 홀로 앉아있는 백성일. 테이블에 올려진 무언가를
보고 있다. 사재성이 준 녹음기다. 그것을 보자 백성일의 뇌리에 스치는,
S# 67 면회실 (37씬)
사재성 정도 그 놈한테 그만 놀아납시다.
그러다 나처럼 돼.
S# 68 세금 징수국 (N)
잠시 녹음기를 보는 백성일.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온다. 고민 끝에 자리에서
일어나는 백성일.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으며 세금 징수국 사무실을 나가고,
S# 69 천성희의 집 인근 (N)
힘없는 걸음으로 언덕을 오르는 천성희. 집을 향해 걸어가는데,
누군가 (OFF) 집은 똑같네.
천성희, 누군가를 보면, 양정도다. 천성희를 향해 걸어오는 양정도.
그를 본 천성희는 본능적으로 굳어지는데,
양정도 아니, 너한테 할 말이 있는데, 전화를 하고
싶어두 번홀 모르잖아. 미주는 연락 안 되고,
백성일 그 아저씨한테 물어보긴 그렇고.
천성희 백과장님한테 얘기하지 마. 아까 있었던 일.
양정도 안 해. 그러니까 전화 안 했지.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는 양정도. 그저 아무 말 없이 천성희를 바라본다.
그런 양정도를 꼬나보는 천성희. 순간 기분이 나빠진 듯,
천성희 왜 웃어.
양정도 웃기잖아. 맛있는 거 사주란
말이 왜 나오냐, 거기서?
천성희 재밌어? 너 나 아니었으면
큰일 났어. 고마운 줄 알어.
양정도 아니, 그냥 화내고 빠지라니까
왕치라우 얘긴 왜 꺼내냐고.
천성희 무작정 화를 어떻게 내? 그냥
욕하고 나가? 그게 말이 돼?
아, 몰라. (한숨) 얘기할 힘도
없다. 할 말 하구 가, 빨리.
양정도 (미소 띤 얼굴로 바라보다가)
너 내일 나랑 저녁 먹어야겠다.
천성희 거기까지만 하라 그랬지.
더 들어가지 말고. 가라. (지나쳐 걸어가는데)
양정도 (잡고) 둘이 먹자는 거 아닌데?
천성희, 양정도를 바라보면, 그저 미소만 머금는 양정도. 그 위로,
방호석 (E) 그리구요, 조대표님!
S# 70 편의점 (65씬 연장선)
방호석 내일 저녁이요!
양정도 (바라보면)
방호석 (미소가 번지더니)
부부동반으로 하시죠!
당황하는 양정도. 잠시 경직됐다가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데,
어색한 미소가 환한 미소로 바뀌더니,
양정도 네. 좋죠, 저야.
S# 71 천성희의 집 인근 (N)
양정도 나두 안된다고 했는데 자꾸 쪼르네.
너한테 미안하대. 그러니까
거기서 왕치라우 얘긴 왜 하냐.
천성희 내가 거길 왜 가?! 안 가!
니가 알아서 해!
양정도 나두 내가 알아서 하고 싶지.
천성희 아, 몰라! 죽었다 그래!
더 이상 나 껴늫지 말라고!
양정도 누군 그러고 싶어서 그러냐.
천성희 죽어두 안 된다 그랬어야지!
넌 그랬어야지!
양정도 그렇게 말 했다니까, 나도?
아무튼 말했다. 갈게. 내일 봐.
언덕을 내려가는 양정도. 천성희는 뒤에 대고, 죽어도 못 간다는
말과 원망의 말을 쏟아내는데, 아무런 대꾸도 없는 양정도.
언덕을 내려가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S# 72 다미 식당 (N)
홀로 앉아 술을 마시는 백성일. 얼굴 가득히 근심이 서려있다. 테이블엔
녹음기가 올려져 있고, 백성일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술을 마시는데,
누군가 (OFF) 일 안 해?
백성일, 고개를 들어보면, 다가오는 노방실. 백성일의 앞에 앉는다.
재빨리 녹음기를 숨기는 백성일. 순간 쓰러진 소주병을 다시
세우는 등 허둥지둥 대는데, 잠시 백성일을 꼬나보는 노방실.
소주를 한 잔 마시고는,
노방실 일어나. 딸래미 움직인댄다.
노방실, 다미 식당을 나가고, 잠시 바라보는 백성일. 무언가
결심한 듯 마지막 잔을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나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S# 73 냉동 창고 (N)
모여 앉아있는 노방실, 정자왕. 노방실 뒤엔 최지연이 서 있고, 말하는 백성일.
백성일 첫 삽 잘 떴고, 간단하게 공사 끝낼 수 있을 거
같애요. 모두 조금만 파이팅 합시다.
(힘없이) 아자아자. 허허....일단 노여사님은
골동품 가게 가셔서
S# 74 골동품 가게 (N)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는 노방실. 동시에 주인이 다가온다. 그 위로,
백성일 (E) 청자 좋은걸루다가 하나만 구해다 주시고,
가게를 쓰윽 – 둘러보는 노방실. 주인에게,
노방실 여기서 제일 비싼 거 하나 줘요, 청자.
주인 예?
노방실 귀에 곱 꼈니? 왜 말을 못 알아들어.
여기서 제일 비싼 청자 갖구 오라구.
컷 튀면, 나무 상자에 담긴 청자를 낚아채는 노방실. 가게를 나오는 그녀의
동선을 따라 카메라 PAN 하면!
S# 75 냉동 창고 (N)
백성일 자왕이랑 최비서는 싸도 괜찮으니까 그냥
골동품 비슷하게 생긴 것들 좀 구해다 줘.
최대한 많이. 어디 동묘 같은데 가서. (PAN)
S# 76 동묘 (N)
주인을 따라 굽이굽이 골목길로 들어가는 정자왕과 최지연. 정자왕은 개량 한복을 입고 있다.
두 사람, 좁은 골목을 돌면, 각종 짝퉁 골동품과 고서적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장소를 마주하고,
최지연 (가리키며) 저기부터 저기까지 다 주세요.
주인 가격이 쫌 될 텐데...허...
최지연 (바라보면)
주인 다 해서 한 25만 원 정돈 될 거 같은데...
최지연 40에 배달까지. 빠르면 10 더 드리고.
주인 3, 30분 안에 끊겠습니다!
미소를 머금는 최지연. 지갑에서 10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내밀며 컷 튀면,
짝퉁 골동품들이 가득 실려 있는 용달차. 운전석의 주인은 신난 얼굴로
액셀을 밟는다. 자동차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가 PAN 하면!
S# 77 냉동 창고 (N)
정자왕 그렇게 해서 뭐 하실라구요?
백성일 우리가 어떤 놈이란 걸 듣기만
했잖아. 이젠 보여줘야지. (PAN)
S# 78 인사동 거리 (N)
자동차가 멈춰서고, 문이 열리며 발을 내딛는 한 여자. 상승하는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을 비추면, 방미나다. 까칠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는 방미나.
걸음을 내딛는 순간 컷 튀면, 인사동 거리를 걷는 방미나. 어디 괜찮은
물건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골목길로 들어가는 누군가를 본다.
그는 정자왕이고, 검은 봉지에 담긴 무언가를 들고 주변을 살피며 걷는
정자왕의 모습을 보는 방미나. 의구심이 깃드는 그녀의 얼굴에서,
백성일 (E) 세금 안 낼라구 골동품 긁어모으는 여자한테,
우리는 자기만큼 더럽고 때 탄 놈들이다,
굳이 신경 쓸 것 없다는 듯 자신의 걸음을 옮기는 방미나. 그럼에도 궁금은 한 듯
동선을 유지한 채 골목길 내부를 쓰윽 – 들여다보면, 누군가와 마주 서 있는
정자왕. 주변을 살피며 돈 뭉치를 받고, 검은 봉지에 담긴 것을 꺼내
상대방에게 보이는데, 고서적이다! 그것을 보자 눈빛이 짧게 흔들리는 방미나.
백성일 (E) 돈 되는 일이면 직업윤리고 나발이고,
닥치는 대로 한다,
S# 79 냉동 창고 (N)
백성일 이런걸 보여주자구. 봐야 믿어, 사람은.
S# 80 인사동 거리 (N)
인사동 거리를 걷는 방미나. 골목길 내부를 스쳐보며 길을 걷는데, 카메라가
골목길 내부를 비추면, 골동품을 넘겨주며 돈을 받는 남자1이 보이는데,
8부에서 노방실을 연행했던 남자다. 컷 튀면, 골동품 가게에서 나오는 방미나.
가게 옆 골목길에 있는 누군가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가, 애써 신경 쓰지
않으며 걸음을 옮긴다. 카메라, 방미나의 시선이 향했던 곳에 멈추면,
남자2가 돈을 받고 골동품을 넘기는 중이다. 컷 튀면, 주차된 자동차를 스쳐
지나는 방미나. 주차된 차에선 남자3이 돈을 받고 골동품을 넘기는 중이고,
컷 튀면, 골동품 가게로 들어가는 방미나. 무언가를 보고 멈칫하는데,
빠르게 무빙하는 카메라가 가게 내부를 비추면! 돈을 받고 골동품을 넘기는
최지연! 방미나와 눈이 마주치는데! 어색한 미소를 머금는 방미나.
빠르게 뒤돌아 가게를 나오고, 뒤따라 나오는 최지연. 방미나를 따라 걸으며,
최지연 저기요.
방미나 저 못 봤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잰걸음으로 걸어가는 방미나. 뒤따르는 최지연. 그 위로 들려오는,
노방실 (E) 보여주고?
S# 81 냉동 창고 (N)
노방실 그 다음은?
백성일 친구해야죠.
S# 82 인사동 거리 (N)
그때, 반대편 골목길에서 나오는 모자를 쓴 백성일. 한 손에 청자가 담긴
나무 상자를 들고 있고,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방미나를 향해 다가간다.
거리에 주차된 차에 앉아있는 정자왕. 남자들은 골목길 곳곳에 서서
백성일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자왕 (전화에) 백 과장님이
부딪치면 바로 공사에요.
아직 백성일을 못 본 방미나. 최지연을 피해 걸음을 옮기고, 그런 방미나를
향해 다가가는 백성일.
최지연 그게 아니라요! 잠깐 얘기 좀!
방미나 (짧게 뒤돌며) 아우,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 일 보세요, 일....
방미나와 조금씩 가까워지는 백성일. 의도적인 부딪침을 만들려는 듯 고개를
짧게 숙이며 다가가는데, 순간 그의 귓가에 울리는!
사재성 (E) 방사장 공사 끝나면 백성일 당신 어떻게 될 거 같애?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는 백성일. 방미나와의
거리는 조금씩 더 가까워지고!
사재성 (E) 양정도 그 새끼가 방필규 돈 500억 갖구 튀면,
S# 83 면회실 (43씬)
사재성 다 그쪽이 독박 쓰는 거야.
S# 84 인사동 거리 (N)
정자왕이 탄 자동차를 지나는 백성일. 정자왕과 짧은 눈짓을 주고받으면,
정자왕 (전화에) 준비하시고.
최지연과 짧은 눈짓을 주고받는 백성일. 얼굴을 가리려는 듯
고개를 더욱 숙이며 다가가고! 방미나와 30미터 거리까지 가까워진 찰나!
사재성 (E) 당신은 지금 정도랑 사기를 치고 있는 게 아니라,
S# 85 면회실 (43씬)
사재성 정도한테 사기를 당하고 있는 거라니까?
S# 86 인사동 거리 (N)
방미나와 더욱 가까워진 백성일. 이상한 생각 때문에 작전을 망치기
싫은 듯 자신의 머리를 툭툭 – 치며! 의도적인 부딪침을 만들려는 찰나!
사재성 (E) 어차피 다 쓰면 용도폐기 당할 거
S# 87 면회실 (43씬)
사재성 슬슬 줄 갈아탑시다, 이제.
S# 88 인사동 거리 (N)
사재성의 말이 메아리처럼 울리고! 얼굴이 구겨지며 길을 비키는 백성일!
동시에 방미나는 백성일을 스쳐 지나고! 길을 비켜준 백성일도 방미나를
스쳐 지난다! 백성일의 돌발 행동에 놀라는 정자왕. 당황한 최지연도
걸음을 멈추면! 인사동 거리를 걷는 방미나는 조금씩 시야에서 멀어지고,
백성일 (최지연에게) 오늘은 좀 아닌 거
같아서. 몸이 좀 별로네.
다음에 다시 해요. 최비서. 미안해요.
최지연에게 청자가 담긴 나무 상자를 건네주는 백성일. 근심 가득한 얼굴로
터벅터벅 걸어 화면 밖으로 사라지면, 바라보는 최지연. 그녀의 얼굴 위로,
노방실 (E) 그래서 안 했다고?
S# 89 노방실 빌딩 (N)
앉아있는 노방실. 앞에 서 있는 최지연.
최지연 예.
노방실 (잠시 생각하다가) 아까 김전무 전화 왔드라.
(최지연 보며) 슬슬 딴 주머니 차야 겠던데?
최지연 무슨 말씀이신지....
노방실 생긴대로 살자고. (미소) 우리 사기꾼이잖아.
짧은 미소를 머금는 노방실.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이는 그녀의 얼굴에서,
S# 90 면회실 (N)
면회실에 앉아있는 사재성. 순간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오는
인기척이 들리고, 카메라는 사재성의 얼굴만 비추는 상황에서,
사재성 (히죽) 잘 왔어. 아무래두 정도부단
내가 더 믿을 만 하지? 공무원인데.
비릿한 미소를 머금는 사재성. 카메라는 상대방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은 채
계속해서 사재성의 얼굴만 비추다가!
S# 91 달리는 차 안 (N)
근심에 잠긴 얼굴로 운전을 하는 백성일. 답답함이 치미는 듯 한숨만 내쉰다.
순간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핸드폰을 꺼내는 백성일. 부인에게 전화를 하더니,
백성일 잠깐 어디 좀 들렸다 갈게.
전화를 끊고 갑자기 핸들을 트는 백성일. 유턴하는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며!
S# 92 양정도 오피스텔 (N)
철푸덕 침대에 눕는 양정도. 천성희 생각을 하는 듯 만면에 미소가 가득하다.
가끔 실소를 터뜨리기도 하는 양정도. 상당히 기분이 좋은 듯 보이는데,
딩동 -! 벨소리가 울린다. 반응하는 양정도. 침대에서 일어나며 컷 튀면,
문을 여는 양정도. 문 앞엔 경직된 얼굴의 백성일이 서 있는데,
양정도 자주 오시네. 연락두 없이.
백성일 어. 그냥 지나가다가. 들어가두 되지?
양정도 안 된다 그러면 그냥 갈 건가. 들어와요.
환히 문을 열어주는 양정도. 오피스텔 내부로 들어가고, 주머니에 양 손을
넣은 백성일. 한손의 녹음기를 꽉 움켜쥐며 양정도를 따라 들어가 소파에
앉는다. 긴장되는 듯 절로 한숨이 터지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는
양정도. 백성일에게 걸어가며,
양정도 공사 갑자기 틀었다면서요?
(맥주 주며) 왜 그랬어요?
백성일 어, 그냥. 몸이 좀 안 좋아서. 허허.
양정도 (앉고 맥주 따며) 갑자기 쫄아서
스톱시킨건 아니고? 내가 도와줘요?
백성일 벌써 그럴건 없고. 안되면 얘기할게.
맥주를 마시는 백성일과 양정도. 잠시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고,
양정도의 눈치를 살피는 백성일. 주머니에 넣은 녹음기를 꽉 – 쥐는데,
백성일 저기 정도야.
양정도 (보면)
백성일 마진석 사기 칠 때 우리 잡아넣었던 형사 있잖아.
양정도 예.
백성일 그 형사 뇌물 수수로 감옥 갔다든데 알고 있었어?
순간 멈칫하는 양정도. 말없이 백성일을 바라보면, 양정도의 두 눈을
응시하는 백성일. 잠시 반응 없다가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것은! 녹음기다!
백성일 그 사람이 이걸 주드라고, 나한테.
양정도 (그저 건조하게 바라볼 뿐이고)
백성일 니가 나를 이용하는 거고, 쓸모
없어지면 버릴 거래. 그러니까 이걸로
니가 자기한테 누명 씌운 거 녹음해서
자기한테 갖다 달라네. 그 담은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고.
양정도 (보다가) 그 말을 나한테 왜 해줘요?
백성일 묻고 싶어서. 그 사람은 자기 말을
믿으라는데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서
너한테 묻는 거야. 뭐야? 응? 뭐가 진짜냐고.
아무런 대답 없는 양정도. 그저 백성일만 바라보는데, 짧은 미소가 번지는 양정도.
양정도 (맥주를 마시고 백성일을 바라보더니) 제대로 알고 있네.
백성일 (무슨 말이냐는 얼굴)
양정도 그 형사 말이 다 맞다구. 내가 아저씨 이용하는 거야.
백성일 뭐....?
양정도 방호석, 방미나한테 사기 쳐서 방필규 돈 500억 땡기고,
최철우 회장 친척 명의 몰래 파서 만든 페이퍼 컴퍼니에
그 돈 태우면, 방필규는 사기를 당한 게 되고, 최철우는
사기를 친 게 되고. 이 사건 불거지면 방씨 일가 다단계
회사까지 신문사가 들쑤시고 다닐 거고, 그럼
사기 친 놈도 사기꾼이고 사기 당한 놈두 사기꾼 되고.
그 타이밍에 방송국에 이렇게 제보하려고 했어요.
(맥주 한 모금 마시고) 천갑수 서원 시장. 세금 징수국
백성일 과장과 함께 고액 체납자들한테
사기를 쳐 체납 세금을 징수했다.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사색이 되는 백성일. 너무 큰 충격 때문인지 헛웃음이
터져 나온다. 잠시 고개를 떨구고 감정을 정리하는 백성일. 다시 고개를 들어
양정도를 보면, 어느새 사늘해진 얼굴에 살기마저 감돌고!
백성일 그 말 진짜야....?
양정도 (대답 없고)
백성일 왜 대답을 안 해! 새끼야! 그거 맞냐고!
감정을 알 수 없는 건조한 얼굴로 바라보는 양정도. 격앙된 얼굴로 응시하는 백성일!
화면 2분할 되며!
10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