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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물에 관련된 글자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물은 어릴 적 읽은 기억이 있는 동시의 한 구절인 "바닷물도 한 숟가락에서부터"처럼 매우 작은 수량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다가「용비어천가(龍飛於天歌)」에서 읊은 것처럼 "흘러서 내를 이루어 반드시 바다에까지 이르게(流斯爲川, 于海必達)" 됩니다. 물은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이 강이나 하천 가에 마을을 형성하고 산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큰 홍수가 져서 하천이 범람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하여도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이 내륙으로 이동하게 된 것은 우물을 뚫는 기술인 관정 기술이 발달하면서였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우물 가지고는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살 수가 없었지요. 특히 유목민족들은 샘이 곧 자기네 생명과 같았습니다. 영화 <아리비아의 로렌스>를 보면 남의 우물물을 떠 마시다가 죽음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지요. 샘은 암반을 뚫고 지하수가 용출되는 것을 말합니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죠. 이런 경우는 정말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관정을 하지 않아도 물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바위 구멍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표현한 한자가 바로 「샘 천」(泉)자입니다. 「샘 천」(泉)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바위구멍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모양인데, 물방울처럼 보이던 것이 소전에서는 하나의 가느다란 물줄기 모양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의 사진을 거꾸로 놓으면 「샘 천」(泉)자의 고대자형과 아주 흡사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지하암반수를 우리는 광천수(鑛泉水)라 그럽니다. 곧 시중에서 파는 생수가 곧 광천수입니다. 중국에서는 수질이 나빠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을 처음으로 관광할 당시에 벌써 광천수, 곧 생수를 사먹어야 했습니다. 반면에 수맥이 땅속 깊은 곳의 암반 틈으로 흐르는 것을 뚫어 퍼올린 것을 우리는 우물이라고 합니다. 이 우물은 안동의 도산서원에 있는 열정(冽井)을 보면 금방 이해하게 됩니다. 바로 도산서원의 열정입니다. 이 우물을 위에서 보면 어떤 모양일까요? 어때요, 우물 정(井)자가 바로 설명이 되겠죠? 그런데 실제 우물 정(井)자는 원래 저렇게 우물의 난간을 표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물을 파내려가다 보면 터널을 뚫을 때처럼 흙이 무너지게됩니다. 그래서 우물로 흙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나무를 가지고 井자 모양으로 내벽을 쌓은 것입니다. 바로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사진은 열정의 내부 모습입니다. 이제는 벌써 옛날 우물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냥 이 사진 정도로 만족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어릴 때 마을에 있던 공동우물은 모두가 둥근 형태였습니다. 아래는 「우물 정」(井)자의 고대 자형입니다. 아마 처음부터 우물이 원형이었다면 지금 우리가 보는 「우물 정」(井)자는 큰 입구(□, 에운담몸)자의 형태 비슷하게 바뀌었을 것입니다. 「우물 정」(井)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금문대전과 소전에는 중간에 점이 하나 있는 것이 지금의 자형과는 조금 다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점이 없다면 이처럼 완벽하게 갑골문부터 해서까지 변화가 없는 자형이 없어서 조금 변화를 준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나 그럴 리는 없을 것이고 아마 우물을 퍼내려면 두레박이나 바가지 등이 있어야 했을 텐데 그런 도구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한자를 모르던 시절에는 「퐁당 퐁」자로 알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물 중간에 돌을 집어 던지면 물결이 일면서 「퐁당」 소리가 났으니 말입니다. 소리와 형상을 잘 조화시킨 경우라고 하겠는데, 이렇게 보면 누구에게나 조자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시 샘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바위틈으로 나온 물은 많은 경우 동굴이나 벼랑 밑으로 흐르게 됩니다. 위의 사진처럼 말이죠. 이런 물들은 이제 하나의 수원이 되어 언덕으로 흘러가게 될 것입니다. 바로 아래의 글자들은 이제 막 벼랑 밑의 샘에서 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표현하였습니다. 바로 지금의 「언덕 원」(原)자입니다.
「언덕 원」(原)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이 「언덕 원」(原)자는 민엄호(厂)와 「흰 백」(白), 그리고 「작을 소」(小)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좀 더 엄밀히 분석을 해보면 민엄호(厂)가 하나의 요소, 그리고 그 밑의 나머지 부분이 하나의 요소입니다. 민엄호(厂)는 벼랑 내지는 동굴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 밑의 부분들은 바로 위에서 설명했던 「샘 천」(泉)자입니다. 아랫 부분의 「물 수」(水)자가 「작을 소」(小)자로 모양이 간략화된 것이지요. 그리고 이 글자의 원래 훈은 바로 「언덕」이 아닌 「근원」입니다. 물의 발원지가 대부분 언덕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중국의 젖줄이자 비극, 그리고 중국의 어머니라고도 불려지는 황하도 언덕의 조그만 물에서 발원을 합니다. 그러니까 황하야말로 옛날부터 중국의 하천의 원천(原泉)이 되는 샘이지요. 그런데 원(原)이 더이상 근원이란 뜻이로 쓰이지 않게 되자 앞에다가 간단하게 「물 수」(氵, 水)자를 덧붙여서 구분을 합니다. 상형자에서 형상자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금문대전의 복잡한 글자는 「언덕 원」자의 이체자인 「邍」를 나타낸 것인데 현재는 쓰이지 않는 글자이므로 몰라도 무방하겠습니다. 다만 알아두면 남들 앞에서 한번 어깨를 "으쓱"할 수는 있겠지요. 한편 소전은 언덕 아래에 있는 샘을 나타내는 모양의 글자를 세 개를 써서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수원(水源)이 많다는 것을 것을 나타낸 것인데, 삼수(氵)변에 있는 원(源)자와 가깝게 생각됩니다. 「언덕 원」(原)자의 다른 소전
이제 이 물은 언덕을 지나 제법 가파른 골짜기를 흐르게 될 것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말입니다. 정말로 산골짜기를 시원하게 흐릅니다. 계곡에서 경사가 제법 심한 곳을 흘러내려 아직 내를 이루지는 않은 모습이네요. 물 수(水)자는 이런 계곡의 물을 흐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물 수」(水)자의 갑골-금문-금문대전-소전
제법 물살이 빠른 듯한 모양을 주 흐름 곁의 점으로 표시를 하였습니다. 물방울이 막 튀면서 격하게 흐르는 모습이 눈에도 선하지 않습니까? 소전에 이르면 물 수(水)자의 모양이 완연해집니다.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은 큰 줄기로 합류를 하여 강을 이루게 됩니다. 중국에서는 장강과 황하가 대표적인 강입니다. 특히 우리가 양쯔강이라 부르는 장강은 길이가 6300km에 달하는데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황하는 중국인들에게 희망이자 고통이었는데 그 길이가 장장 5464km이고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역대 왕조들이 패권을 다툰 곳이었습니다.
장강의 모습입니다. 큰 강을 이루어 도도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바다에까지 이르려면 아직도 많은 여정을 거쳐야겠죠.
구불구불 급경사를 이루다보니 중간중간 섬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네요. 그러나 저런 모습은 하류의 퇴적침전물로 인한 섬과는 다른 것이지요. 어쨌든 이런 구불구불 완만하게 흐르는 강의 물을 나타낸 글자가 바로 내 천(川)자입니다.
「내 천」(川)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물 수(水)자와 다른 점은 자체에서 유속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일 것입니다. 즉 큰 물줄기 양쪽의 점을 그냥 선으로 처리하여 평지를 흐르느라 흐름이 완만함을 표현한 것이지요. 그러다가 더 하류로 흐르게 되면 침전물이 퇴적되어 물의 방향이 많이 꺾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하회마을이나 회룡포 같은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이지요.
회룡포는 육지와 닿은 곳이 10%도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 남은 곳마저 물살이 끊어놓으면 비로소 섬이 되겠지요. 아래 사진처럼 말입니다.
물이 하류로 가면 갈수록 평지에 가까워져 이렇게 섬이 생기게 됩니다. 영어로는 델타(delta)라 하고 한자로는 델타를 그대로 번역한 듯한 삼각주(三角洲), 또는 하중도(河中島)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새의 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나 서울의 여의도 같은 곳이 대표적인 곳입니다. 장강이나 황하 같은 곳은 바다와 접하는 곳이 나팔 모양으로 급격히 넓어져 수백 km나 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섬이 있을 지는 상상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고을 주(州)자는 원래 강 하구의 이런 섬을 나타낸 문자였습니다.
「고을 주」(州)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그러니까 고을 주(州)자는 원래 섬 주(洲)자의 본래 글자입니다. 처음에는 내(川)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을 나타내었는데 소전에 와서 섬이 그만 많아진 것이지요. 그리고 주(州)자는 우리나라에서 천(川)자와 같은 뜻으로 쓰기도 했습니다. 영주(榮州)를 조선시대에는 영천(榮川)이라고 하였거든요. 지금의 대구와 경주 사이에 있는 영천(永川)과는 다른 곳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아직도 한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고을 주(州)자에게 섬이라는 뜻을 빼앗긴 후에 섬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섬 주위에는 물이 있어야 하니까 물 수(水)자를 추가하면 되겠죠.
「섬 주」(洲)자의 금문
이런 면에서 볼 때 한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참으로 간단한 것 같습니다. 뜻이 바뀌면 원래 의미를 나타내는 형체소(形體素)였던 글자가 그냥 음소(音素)를 나타내는 글자로 바뀌게 되니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100% 그렇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주(州)자는 이미 음소로 바뀌었고, 앞의 수(氵, 水)자가 형체소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