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여성편력의 화신 B씨에 남자친구 뺏겨…" 월요일 지상파 TV 3사 폭로성 토크쇼 동시 방송 심의위 "규제 대책 고민"
▲ 험담과 폭로를 앞세워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들.SBS TV ‘자기야’.
"고영욱은 여성편력의 화신이에요. 미생물도 꼬실 수 있을 걸요."(MBC TV '황금어장'에 나온 가수 이상민) "스태프가 어떤 회식자리에 불러서 갔더니 재벌 2세를 소개시켜주며 '잘해보라'고 했어요."(SBS TV '야심만만2'에 출연한 탤런트 진재영)
요즘 TV 예능프로그램은 사생활 들추기와 남 뒷얘기 떠벌리기로 점철된 '폭로 전쟁'이다. 연예인들끼리 모여 신변잡기적 말들만 늘어놓다 끝나던 것을 넘어, 험담과 폭로로 일관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월요일의 경우 방송 3사가 동시간대에 나란히 폭로성 토크쇼를 방송할 정도다.
◆토크쇼 아닌 '폭로쇼'
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하는 SBS TV '자기야'. "부부 간의 테마토크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지만, 막상 방송 내용은 자극적인 연예기사를 방불케 한다.
탤런트 이승신이 남편 김종진을 향해 "그때 와이셔츠에 여자 파우더 묻어 있었지. 단란주점에서 묻히고 온 거잖아"라고 쏘아붙이는 건 기본. 가수 김지훈의 아내 이종은은 "새벽 4시에 남편에게 자꾸 전화하는 방송작가가 있다. 작가인지 의심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사생활 공개뿐 아니라 남에 대한 험담 위주로 편집하는 프로그램도 많다. KBS 2TV 예능프로그램 '샴페인'에 출연한 가수 이정현은 "나한테 고백한 연예인만 34명"이라며 "내 남자친구를 뺏은 남자 연예인이 있다"고 주장했고, 아나운서 오영실은 SBS TV '야심만만2'에서 "변우민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프로그램들은 방송계 내부에서도 지적 대상이다. OBS경인TV 윤경철 PD는 "방송에서 남의 뒷얘기를 하면서까지 뜨려고 하는 연예인과 이를 뉴스로 써서 장사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합작하는 것"이라며 "자극적인 뉴스를 검증도 없이 중계하는 포털 때문에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 험담과 폭로를 앞세워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지상파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들. 윗쪽부터 MBC TV ‘황금어장-라디오스타’, KBS 2TV ‘샴페인’.
◆가족시간대에도 폭로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속되는 '폭로전'에 피해를 보는 연예인도 많다. 가수 전진은 이정현이 방송에서 느닷없이 "예전에 (전진이) 날 좋아해서 CD에 편지까지 줬다"고 말하는 바람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고, 개그맨 염경환은 MBC TV '황금어장' 진행자 김구라가 "염경환은 1998년에 결혼해서 3년 살다 이혼했다"고 폭탄발언을 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한 개그맨은 "방송이 갈수록 폭로로 얼룩지는 걸 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며 "PD들도 점점 더 독한 폭로를 원한다"고 말했다.
'폭로 유행'은 심야시간대 오락 프로그램을 벗어나 가족 시청시간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토요일 오후 5시 무렵 방송하는 KBS 2TV '스타골든벨'과 SBS '붕어빵'도 최근 친구끼리 비밀을 폭로하거나, 아이들이 부모의 사생활을 방송에 털어놓는 식으로 '폭로전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김종성 지상파심의팀장은 "최근 험담이나 뒷얘기를 늘어놓으며 폭로로 일관하는 프로그램을 규제할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