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보 연재-사도신경 해설 7>
성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을 믿습니다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사도신경, 12문장에 담긴 기독교 신앙』 저자)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기본 뼈대로 하는 사도신경은 삼위 중 제1위이신 ‘성부 하나님’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합니다.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라는 문장이죠. 이 번역은 “나는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분을 믿습니다”라고 바꾸면 좀 더 좋아 보입니다.
성부 하나님부터 시작하는 이유는 삼위 하나님은 동등하시지만 질서가 있으시니, 성부께서 제1위에 해당하시기 때문입니다.
첫 문장은 아주 짧습니다. 단숨에 읽을 수 있죠. 그러나 이 짧은 문장 안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성부 하나님의 존재, 속성, 위격, 사역, 그리고 우리와 그분의 관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전체 문장은 성부 하나님의 존재(存在, Being)에 대한 우리의 믿음과 고백이 담겨 있습니다. 믿음은 존재를 전제로 합니다. 그렇기에 이 문장을 고백하는 순간 성부 하나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성부 하나님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은 이 고백을 할 수 없습니다.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사람은 성부 하나님의 존재를 믿습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습니다. 성부 하나님을 추상적인 관념의 대상으로 믿는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시는 참 하나님으로 믿습니다.
존재에 대한 믿음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하나님께서 나와 우리의 하나님이심을 믿는 것과 하나님 자신과 그분에게 속한 모든 것이 나와 우리의 구원을 위한 것임을 믿는데 까지 나아갑니다.
이 고백은 이론적 무신론(theoretical atheism)과 실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 제1계명을 어기는 자를 배격합니다. 이 고백을 하는 순간 하나님께서 존재하시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으며, 하나님께서 존재하시지 않는 것처럼 살 수 없습니다.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둘 수 없습니다.
성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고백은 그분의 속성에 대한 고백과 연결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되 “전능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전능하신”은 성부 하나님의 속성(屬性, Attributes)에 대한 고백입니다.
물론 하나님께는 전능성 외에도 다양한 속성들이 있습니다. 무한성, 자존성, 영원성, 불변성 등의 속성이 모두 다 하나님께 속해 있습니다. 사도신경은 모든 속성들을 다 열거할 수 없기에 “전능하신” 속성을 대표로 고백합니다. 대표로 고백하지만, 다른 속성들도 우리의 마음속에 담겨 있어야 합니다.
사도신경은 성부 하나님을 속성으로 설명합니다. 왜냐하면 성부 하나님은 ‘속성’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으로 존재하셔서(요 4:24) 눈에 보이지 않으시는(딤전 6:16) 하나님은 하나님께 속한 특성으로만 설명 가능합니다. 그래서 교부신학에서부터 개혁신학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에게 있어서 속성은 곧 존재다”라는 말이 강조되어 왔습니다.
사도신경의 고백은 입술만의 고백이 아닙니다. 우리의 진심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신앙입니다. 그렇기에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사람은 참으로 전능하신 성부 하나님을 믿습니다. 성부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믿는 사람은 성부 하나님께서 자신의 몸과 영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 주시며, 눈물 골짜기 같은 세상에서 당하는 어떠한 악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실 것을 믿습니다.
이 고백이 입술만의 고백이 되지 않으려면 “전능하신”이라는 성부 하나님의 속성을 고백할 때는 하나님의 전능하심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으신 하나님을 믿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능치 못한 일이 없으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능하신 속성 외에 다른 여러 속성들도 있음을 기억하고 모든 속성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고백해야 합니다. 그럴 때 이 고백의 참된 의미가 밝히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