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명근이가 보내 온 사진입니다.
명근이를 생각하면 전재근 선생님이 늘 떠오릅니다.
학창 시절, 성균관 대학교 무역대학원 원장으로 계시던 아버님께서 당시 담임이었던 전재근 선생님에게
"저 녀석 사람 만들려 작정하셨다면 얼마든지 회초리를 드십시요"라고 부탁했다지요.
땡땡이와 지각이라는 죄명으로 얼마나 볼기를 맞았던지 하여튼 그 소리가 1반 교실에까지 들렸으니...
점심시간에 뒤 운동장에 나가면 선린중학교 출신답게 야구볼을 강속구로 힘차게 뿌려대며 우쭐했던 녀석이었습니다.
한국일보사 강당에서 가졌던 명근의 클래식 기타 리사이틀 준비하느라 명륜동 집에서 연습하던 일, 생각납니다.
'알함브라 궁전의 회상' 그리고 '월광' 등의 명곡이 그의 손끝에서 울려 나왔습니다.
당시 한국 클래식 기타계의 3인방으로 주목받던 친구였습니다.
기타 공부 한다고 훌쩍 스페인으로 떠난지 어언 삼십년이 다 되가는 지금,
그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한라산이라는 한식당을 운영하며 토끼같은 마누라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가지, 광화문 기타 학원에서 선생으로서 직접 가르치던 숙대생 제자와의 사랑 끝에 도둑 결혼에 성공한 것,
당시 음악계에 큰 화제였습니다.
최근에 나이가 들면서 여유가 생겨 취미로 작품 사진을 찍는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사진을 보니 애비를 많이 닮았군요. 지금 중국 북경에서 유학 중이라고 합니다.
참 지난번 서울 나가보니 옛날 우리가 술 마시던 신촌 언덕길 캠프 주점은 지금은 화실로 변했더군요.
1차 2차 퍼먹고 우리 두사람 그래도 한잔 더
신촌 카바레 옆 주점에서 맥주에 안주 실컷 먹고 나서 무일푼 돈이 없어서 탈출 작전 끝에
화장실 가는 척 뒷문으로 도망 치다가 주인에게 직통으로 걸려 시계 풀고 반성문 쓰고 풀려나던 일...
다니라는 포항공대는 제쳐놓고 중앙대 연극할 때 나타나 연못 시장에서 활개치던 일...
대조동에서 내 생일 날 낮에 술 먹다가 옷 입은 채로 샤워실 욕탕에 풍덩 뛰어 들어가 물귀신 되던 일...
나중에 딸을 만나게 되면 명동으로 무교동으로 바람처럼 설쳐 다니던 애비의 지나간 활약상을 전해줘야 되겠습니다.
언젠가 스페인에서 동네에 사는 한국인 태권도 사범에게 엉깠다가
질펀하게 매맞았다는 그의 엉터리 깡다구에 한참 웃었습니다.
창연한 역사의 고도에서 무적함대 스페인의 후예들과 섞여 지내며, 이명근은
낯설고 험한 타국 땅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한 뒤
지나간 고난의 덤불을 다 걷어버리고 이제 자리를 잡아간다 합니다.
한민족의 정기 담은 한라산 그 이름, 스페인에 명근과 함께 오래오래 남으라.
언젠가 명근과 영준이를 미국에 초대해 환상의 음악회를 한 번 열어보자구요!!!
"고생 많았다, 내년에 서울에 나가서 만나자꾸나"
<이명근 작품전>
제목 : 고독
제목 : 방황
제목 : 노후
스페인 연락처 : 346-190-25286
제목 : 도망자
제목 : 배회
제목 : 무자년 희망
첫댓글 작년(?)이었나 귀국하여 광화문에서 동기들과 회포를 풀던 그날을 ....여전한 카리스마? 난 개인적으로 내 결혼 사진을 멋진 작품으로 만들어준 그 인연을 너무도....더구나 상록수라는 모임을 유인촌 선배를 비롯해 한성 선후배들이 지금까지 만나는데 명근이와는 약간 소원하던 차에 너무도 반갑네. 자주 소식을 듣기를 바라며 준하야 고맙네 명극,준하 새해 복 많이 받기를...
우리 홈피배경 음악을들으니 더욱 명근이 생각이 나는구나..경희대앞 까페할때 직접 기타연주를 들었던 그때가 그립다,그리고 삼선동 집에서 시험공부는 안하고 밤새워 기타연습을 하던친구, 멋진 음악가였지..준하야 올해 더욱 건강하고,네wife께도 안부전해라...많이 사랑해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