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①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실태·전망 ②국내 저가항공의 문제점 ③세계 저가항공 시장의 추세 ④동남아 저가항공 시장을 가다 ⑤국내 저가항공, 새롭게 준비를 |
국내 항공업계는 지난 2005년 저가항공사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 탑승률 80% 이상을 자랑하며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 떠올랐지만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는 올 취항을 목표로 준비하는 전북항공과 부산의 영남에어 등 전국적으로 저가항공사 설립이 봇물을 이루다 급기야 대한항공이 저가항공사 출범을 선언하는 등 항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막강한 자금력과 노하우를 갖춘 중국과 동남아항공사들이 우리나라 진출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항공시장 경쟁이 본격화 되면 이제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안전성을 기본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면 이같은 위기가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저가항공사들은 자본금 50억원과 항공기 1대를 준비하면 면허를 받을 수 있는 부정기항공업을 선호하고 있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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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 월28일 오후 4시15분께 김포를 출발해 제주로 오던 한성항공 여객기가 착륙 도중 전방착륙기어의 고장으로 앞바퀴가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
| 항공산업은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 저가항공사인 한성항공은 2005년 8월 청주~제주노선 취항 이후 불과 3개월여만에 제주공항에서 착륙 도중 바퀴 펑크 사고가 발생, 여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성항공의 사고는 자금력 부족으로 안전부품을 구비하지 못해 수일간 운항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부정기항공사의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부정기면허를 취득한 저가항공사는 정기항공사 보다 운항 스케줄 변경이 자유로워 탑승객 예약률이 저조할 경우 안전점검을 이유로 항공기 운항을 갑자기 중단해도 제재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행법은 자본금 50억원과 항공기 1대를 확보하면 부정기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항공기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기상악화로 운항스케줄이 변경될 경우 긴급하게 투입할 수 있는 대체수단이 없어 여객들의 불만을 자초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저가항공사들이 구비한 항공기의 규모(70석 전후)로 볼 때 적어도 3대를 취항시켜야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규 진입하는 저가항공사들은 항공기 3대를 구입하거나, 200석 규모의 좌석을 확보했을 때 사업을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인력교육·원활한 부품 공급 필요
항공전문 인력에 대한 상시 교육, 훈련 및 항공기 관련 부품의 원활한 공급은 모두 자금력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하지만 건교부는 현재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저가항공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예비부품이나 자금력 확보 등 이를 관리 감독할 명확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항공법은 항공사의 인수합병과 경영진 교체, 자본금, 조종사, 정비사 자격사항 등은 건교부에 보고토록 돼 있다. 이는 항공사의 경영 및 직원에 대한 모든 사항은 안정운항체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가항공사들의 자금흐름과 현황, 자금조달계획 등을 수시로 점검해 위험 신호가 감지될 경우 대응·후속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
최근 건교부는 국내선 항공여객 면허를 받은 업체가 20인승 이하 경비행기 사업도 가능하토록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항공법 개정안을 이르면 내년에 발의해 오는 2009년 시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소형비행기 등록 사업을 허가해 항공여객 사업을 활성화시킴으로써 침체된 지방공항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취지다.
항공업계는 건교부가 급변하는 항공시장의 흐름을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 줄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 항공인력 수급 차질 우려도
이와 함께 항공업계는 잇따른 저가항공사들의 출범과 항공시장이 확대되는 것을 계기로 항공인력 수급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여객기 102대와 화물기 18대 등 총 120대의 항공기와 2천여명의 조종사들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노선을 둘러싼 항공시장 선점을 위해 조만간 항공기를 추가로 도입하고 항공인력도 채용할 계획이다.
총 59대의 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도 급속히 확대되는 항공시장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항공기 추가 도입은 물론 조종사도 현재 900여명에서 1천명 규모로 늘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항공업계는 조종사와 승무원, 정비사 등 항공인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한성항공의 경우, 현재 1대의 항공기를 운항하고 있지만 항공기 추가 도입 계획하에 신규 인력을 채용한 상태다. 제주항공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신규인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따라 올 취항을 준비하는 전북항공과 부산의 영남에어도 항공기 취항에 앞서 조종사를 비롯한 승무원 등 항공인력 채용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안전기준 강화 사고예방을
이런 가운데 국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위해서 항공기의 안전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정부와 관련기관들은 기내 안전과 테러에 대비한 보안 검색 강화에 치중해 왔으나 앞으로는 항공기의 안전장비 장착과 안전경보시스템은 물론 안전점검 강화 등 총체적인 항공 안전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
또 항공사들도 법 규정 준수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자체 안전 기준을 강화해 사고 예방에 나서야 한다.
대한항공은 지난 1999년 중국 상해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물기 추락사고 이후 사내 안전팀을 안전본부로 승격시키고 안전운항을 위해 시정거리를 법으로 정한 규정보다 더 확보한 뒤 운항하는 등 '기상 제한 키'의 단계를 자체적으로 높여 단 한차례의 사고도 없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1993년 전남 목포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항공기 추락사고 이후 안전 운항을 위해 '안전 부사장제'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안전 운항에 나서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항공기 사고의 대부분이 규정을 무시한 조종사의 무리한 비행과 기체 결함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항공기 운항을 조종사의 경험이나 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매뉴얼에 의한 조종과 안전시스템에 의한 항공기 안전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성항공 이후 저가항공사 출범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제주항공 등 정기항공사와 한성항공 같은 부정기항공사의 관리 체계가 건교부 산하 항공안전본부와 서울지방항공청으로 이원화돼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요구되고 있다.
중국 항공업계는 최근 춘추항공이 상해~우한노선을 기차요금 보다 싼 1만2천원(편도)에 내놓으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저가항공사가 발달한 동남아시아도 신상품 개발과 함께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이는 항공시장이 단거리 중심에서 대륙간 연결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국내 저가항공사들도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국제 경쟁력을 상실할 경우 국내 항공수요를 모두 빼앗길 수 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타 산업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항공시장이 저가항공사들이 생겨나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다"며 "항공시장이 급격히 개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금력과 안전성을 확보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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