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마, 비스펠베이, 빌스마, 콕세, 하이모비츠, 판돌포, 뫼니에, 나바라, 클리겔, 장드롱, 푸르니에 등등의 이름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만 도이치 그라모폰 이라는 거대 음반사를 통해 바하무반주첼로모음곡 신보를 선보일정도의 첼리스트가 들려주는 소리를 듣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연주스타일을 떠나서 현 위를 스치듯 날아다니는 활은 어떤 해석과 스타일도 느낄수없는 무성의 그 자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2번 연주는 그냥 어떨떨한 기분으로 듣고 이어지는 6번이 끝나고 나서는 형식적인 박수조차 나오지않았습니다.
휴식시간이 끝나고 연주된 3번은 그나마 들어줄만 했습니다. 하지만 3번을 듣고있으니 앞선 두곡의 연주에 더 화가나더군요 연주가 끝난뒤 1번 프렐류드와 한곡의 소품을 연주했는데 마지막으로 연주한 소품이 이 공연을 통털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연주하기에 앞서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었습니다. 물론 제 미천한 영어실력때문에 다 알아듣지는 못했습니다만 대한민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다 알아듣진 못해도 핵심단어를 채집해 무슨내용이구나 찍을수있는 실력은 발달해서 대충 내용은 알수있었습니다.
'강에비친 달의 영상' 이라는 곡이었는데 중국의 어느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던 곡이라더군요 이 악사는 집도없고 앞도 보지못하는 사람이었는데 그가 연주한 곡이 아름다워 무슨곡이냐고 물어보니 곡 이름은 없고 다만 자신이 어릴적 아직 시력을 잃지 않았을때 어머니와 함께 살던 집근처 강에비친 달의 모습을 떠올리며 연주한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하더군요 지안왕의 연주보다는 그 설명에 잠시 울컥했습니다. 아마 그 곡이 없었다면 공연시간에 늦어 오르막길 500미터 가량을 전력질주해 텅 비어버린 제 위장을 위로할수없었을겁니다.
오랜만의 서울길이었고 연주도 만족스럽지 못한데다가 저녁도 늦게먹어서 내려가는 길이 무척 피곤했습니다만 잠시동안 잘 알아들을수도 없는 무협과 SF문학에 대한 제 수다를 들어주신 카라얀님과 어서빨리 집에가서 쉬고싶으셨는지 2시간만에 전주에 도착한 버스운전기사님 덕분에 편하게 내려왔습니다.
차가운 바람속에서 낮게깔린 구름속에서 어스름하게 빛나는 달빛과 함께 집으로 터벅 터벅 돌아가니 오늘 공연의 기분도 그리 나뿐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해도 제가 찾아올라갈 마음이 생길정도로 많은 실내악연주회가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언젠간 합시코드로 연주하는 바하 골드베르그 변주곡 연주회를 볼수있는 기회가 생겨야할텐데......
호암아트홀 홈피에 가보니 두번째 앵콜곡은 A-Bin의 "Reflection of the moon in the river" 라고 공지되어있더군요. 정말 이 곡 만큼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거 같아요^^ / 헉스님, 4월 즈음엔 음감회나 연주회를 통해 꼭 뵐 수 있길 바랄게요. 뵌지 넘 오래되어가네요.^^
첫댓글 두분 다녀 가셨군요. 후말러님 후기 읽으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핵심단어 채집해서 찍을 수 있는 내용이 저렇게 많군요. 하하하. 전주를 2시간에! 정말좋은(?)아저씨를 만나셨군요. 감축~ 다음 실내악공연때는 저도 꼭 참석을 하겠습니다.
호암아트홀 홈피에 가보니 두번째 앵콜곡은 A-Bin의 "Reflection of the moon in the river" 라고 공지되어있더군요. 정말 이 곡 만큼은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거 같아요^^ / 헉스님, 4월 즈음엔 음감회나 연주회를 통해 꼭 뵐 수 있길 바랄게요. 뵌지 넘 오래되어가네요.^^
제글이 웃음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언제 꼭 한번 음악회에서 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