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의 명물 학화호두과자
정운일
호두과자는 교통문화와 함께 성장해온 대표적인 먹 거리다. 전국을 여행하다 휴게소에 들리면 따뜻한 호두과자를 맛볼 수 있다. 심지어 교통체증이 빚어지는 도심 한복판 도로에서도 호두과자를 구워 파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기차를 타고 천안역을 지날 무렵이면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가 등장한다. 차 안에서 파는 먹을거리 중에 김밥과 호두과자만큼 오랜 된 것도 없을 것이다. 호두는 일찍부터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부럼을 깨면 오장육부가 튼튼해진다고 해서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래서 천안의 호두과자에 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광덕산은 호두나무 시배지로 알려진 산이다. 광덕사 삼거리에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광덕사 일주문이 나온다. 사찰은 광덕산에 있지만 사찰의 주산은 태화산에 있어 태화산광덕사라 쓰인 현판이 걸려있다.
일주문을 지나면 1982년 천안시에서 보호수로 지정한 400년 된 호두나무가 보화루 앞에서 가지를 살짝 치켜들고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이 호두나무는 조상들의 사랑을 받아온 나무로 천연기념물 제398호로 지정보호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약 700년 전인 고려 충렬왕 16년(1290) 9월에 영밀공 유청신 선생이 중국 원나라에 가서 임금을 모시고 돌아올 때 어린호두나무와 호두알을 가져왔다. 어린 나무는 광덕사 안에 심고 호두알은 유청신 선생의 고향집에 심었다고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에 호두나무가 전래된 시초가 되어 이곳을 호두나무 시배지라 한다.
그 후 선생의 후손과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현재 광덕면 일대에는 약 25만 8천여그루의 호두나무를 재배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연간 200톤가량 생산되며 9월10일쯤 수확을 시작하여 9월말일이면 끝이 난다. 청설모가 호두를 즐겨 먹어 수확기에는 청설모와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시커먼 긴 꼬리를 들고 모두나무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이 섬찟해진다.
이처럼 역사가 오래된 호두과자지만 그 내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안의 호두과자는 학화호도과자에서 시작된다. 천안역에서 100여 미터쯤 떨어진 도로변에 자리 잡고 있다. 할머니호두과자로 불리기도 하는 이곳은 1934년 천안의 조귀금(작고)씨 부부에 의해 시작됐다. 당시 20살이던 심복순(86) 할머니는 66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심 할머니는 호두과자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며 맛과 명성을 지키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전국에서 판매하는 호두과자들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맛과 품질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학화호도과자는 우선 만드는 과정부터 다르다. 호두과자의 바탕이 되는 밀가루 반죽을 물로 하지 않는다. 계란에 물을 약간 섞고, 묽은 우유에 설탕을 넣어 반죽하고 숙성과정을 거친다. 호두과자의 속에 넣는 팥도 삶아서 껍질 벗겨 물을 세 번 갈아 독을 빼낸다. 가라앉힌 앙금은 설탕에 비벼 열을 가해 물기를 적당히 빼주고, 구울 때도 호두조각이 살짝 보이도록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호두과자를 완성하는 데 하루 반이 걸린다. 구운 뒤 10일이 지나면 딱딱해지지만 쉬거나 상하는 법이 없다고 한다. 이런 과자를 우유와 함께 3∼4개만 먹으면 아침식사를 대신할 정도로 맛과 영양이 풍부하다.
심복순 할머니 집안에서 운영하는 학화호두과자집이 세 군데 있다. 천안역전에 있는 것이 원조이고, 할머니 자손들이 분점을 차려 운영하고 있다. 천안역에서 학화호두과자를 먹으며 심복순 할머니의 장인정신을 생각해 본다. 일본에서는 일류대학을 나와도 부모가 하던 일을 승계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 한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부모가 하던 일을 승계하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날이 빨리 와야 한다. 천안의 명물 학화호두과자가 대대로 명맥이 이어져 더 좋은 과자로 거듭나 소비자의 사랑을 듬뿍 받길 소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