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좋은 글에서)
중학교 때 학교에서 공부하는데 갑자기 ‘우리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한 마음이 엄습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럼 난 어떻게 살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슬프고 우울하여 눈물이 났습니다. 집에 오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엄마는 나를 반겨주셨지요. ‘아, 다행이다.’
나는 안도의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 당시 우리 집은 아버지의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지요. 엄마는 시장에서 국밥 장사도 하시고, 집에서 조그만 가게를 열어 여섯 남매를 키웠지요. 매일 아버지의 한숨소리와 엄마의 탄식소리가 일상이 된 불안한 가정이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들을 굶기지 않으려고 옆집에 가서 쌀을 꾸어오기도 하고, 잔칫집에 가면 음식을 가득 가져와서 배부르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내 기억 속의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헌신을 마다하지 않으셨지만 살림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셨지요.
나의 눈에는 그런 엄마가 불쌍하게 보였고, 힘들어서 우리를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실제로도 “내가 너희들만 아니면 벌써 서울로 도망했을 거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기에 더욱 불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엄마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우리 엄마가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 엄마는 훌륭한 가치관을 물려주거나 좋은 교육을 시키려고 하는 엄마는 아니었습니다. 너무 불안정하고 가난하기만 하던 우리 집이었지만 엄마가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한 아이였답니다.
하지만 엄마는 늘 미안해했습니다. “너희들에게 좋은 것 못 먹여서 미안하다. 네가 고등학교 때 자취하느라 잘 못 먹어서 키가 많이 안 컸다. 엄마가 여유가 없어서 자주 갈 수가 없었어. 그때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엄마도 할 만큼 하셨고 그 때에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많은 부모들을 만나볼 때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자신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죄책감입니다. 다른 엄마처럼 비싸고 영양가 있는 이유식을 먹이고, 멋진 유모차를 태우고, 하고 싶은 것 마음껏 뒷바라지 못하는 미안함이 엄마의 마음을 짓누릅니다. 때로 아이에게 짜증을 내고, 아이 마음을 아프게 한 것 같아 밤에 잠자는 아이 얼굴을 보면 속상한 생각에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너무 어릴 때 우는 아이를 억지로 어린이집에 보낸 일, 늦게 퇴근하여 이미 잠들어버린 아이를 볼 때 안스러운 마음, 엄마 욕심에 아이를 닦달하는 것 같아 때때로 가슴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자녀는 우리 엄마가 훌륭하거나 위대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바라다보고 인정해 주고 사랑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 혹 엄마가 자신에게 혼을 내고 짜증을 내어도 아이는 엄마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매일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존재 자체를 감사하는 엄마는 좋은 엄마입니다. 영재교육이나 창의력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따뜻한 눈빛과 다정다감한 말로 격려하는 엄마는 좋은 엄마입니다. 아이 마음에 스트레스와 분노를 심어주기보다 깊은 곳에서 사랑과 기쁨을 샘솟게 하는 엄마는 좋은 엄마입니다.
아니, 어쩌면 엄마가 그냥 엄마의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아이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요, 감사입니다. 아이에게는 아무리 부족해도 우리 엄마가 가장 좋은 엄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엄마의 이름만으로 충분히 좋은 엄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