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중에 ‘말위에서 한식을 만나니’ 하는 구절이 있어
고향을 떠나 은적암에서 포덕 3년(1862) 3월3일경에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偶吟 우음
南辰圓滿北河回 大道如天脫劫灰
남진원만북하회 대도여천탈겁회
남쪽에는 별들이 두루 가득하고, 북쪽에는 은하가 둘러있다.
대도(大道)는 하늘과 같이, 온 세상의 파멸을 벗어나 있다
●남쪽별이 차고 북쪽 은하수가 돌아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이때에 대도가 겁회를 벗는다 하였다
창도이후 봉건세력과 제국주의와 싸워온 대도는
현재 분단 (국가적 각자위심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이데올로기)과 싸우고 있다
남과 북 모두 정치적 경제적 질곡에서 자유로워야 온전한 대도를 펼수 있을 것이다
“우리도의 운수는 세상과 같이 돌아가는 것이니” (오도지운 , 392) 그때 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런 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교의 역할일 것이다.
鏡投萬里眸先覺 月上三更意忽開
경투만리모선각 월상삼경의홀개
거울을 던지며(鏡投:경투), 만리나 떨어진 곳에서, 눈동자(眸:눈동자 모)가 먼저 깨닫고,
달이 삼경(三更)에 떠오르니, 마음의 문도 열리는데,
.
●만리에 투영하는 거울은 잡념이 닦인 본성
이를 비추면 만물의 본질이 왜곡됨없이 드러날 것이다
삼경에 솟은 달 (가장 어두울 때 솟으니 제일 밝게 비출 것이다)도 같은 비유
진리를 깨달으면 모든 것이 환해 질 것이다 . .“거울이 티끌에 가리우지 않으면 밝고...” (수심정기239)
何人得雨能人活 一世從風任去來
하인득우능인활 일세종풍임거래
어느 누가 비를 얻어서(得雨:득우), 능히 사람을 살릴 수 있는가?
온 세상이 바람을 좇아 임의로 오고가네.
●사람을 살리는 비는 진리이나 세상사람들이 좇아 우왕좌왕하는 바람은 ‘세속의 욕망’
百疊塵埃吾欲滌 飄然騎鶴向仙臺
백첩진애오욕척 표연기학향선대
겹겹이 쌓인 티끌 내가 씻어버리고자, 표연히 학을 타고 선대로 향하리라.
淸霄月明無他意 好笑好言古來風
청소월명무타의 호소호언고래풍
하늘 맑고 달 밝은 데 다른 뜻은 없고, 좋은 웃음 좋은 말은 예로부터 오는 풍속이라.
●티끌은 개인의 번뇌 사회의 부조리 이를 씻는 곳인 선대는 진리를 베푸는곳(교회)이요
도구인 학은 사람들을 가르칠 ‘동학’
人生世間有何得 問道今日授與受
인생세간유하득 문도금일수여수
사람이 세상에 나서 무엇을 얻을 건가, 도를 묻는 오늘날에 주고 받는 것이로다.
●맑은 하늘과 밝은 달은 숨김없이 진실한 것을 뜻한다
진실한 마음에서 나오는 좋은 말과 웃음은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훌륭한 가교이다
그러나 간혹 좋은 얼굴 뒤에 다른 뜻을 감춘경우가 있으니 감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有理其中姑未覺 志在賢門必我同
유리기중고미각 지재현문필아동
이치 있는 그 내용을 아직 못 깨달아, 뜻이 현문에 있으니 반드시 나 같으리.
●사람으로 태어나 무엇을 얻었는가? 진리를 깨달아 자신의 삶이 의미를 찾는다면 그때부터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이다.
天生萬民道又生 各有氣像吾不知
천생만민도우생 각유기상오부지
한울이 백성을 내시고 도 또한 내었으니, 각각 기상이 있음을 나는 알지 못했네.
●주고받은 그중에 이치가 있지만 아직 깨닫지 못했구나
그러나 뜻을 지혜로운 도문에 두고 있으니 반드시 나와 같이 깨닫게 될 것이다 (동귀일체) 할 것이다
通于肺腑無違志 大小事間疑不在
통우폐부무위지 대소사간의부재
폐부에 통했으니 어그러질 뜻이 없고, 크고 작은 일에 의심이 없네.
●한울이 모든사람을 낳고 세상을 움직일 도를 내었지만
각각이 한울의 기운과 형상을 가지고 있음(시천주)을 미처 몰랐다 .
馬上寒食非故地 欲歸吾家友昔事
마상한식비고야 욕귀오가우석사
마상의 한식은 연고지가 아니요, 우리집에 돌아가서 옛일을 벗하고 싶네.
●(만물이 한울의 기상을 갖고 있음을) 진실로 깨달았으니 (폐부에 통했다) 진리를 어길 뜻이 없고
그러면 대소사에 의심이 없어진다
義與信兮又禮智 凡作吾君一會中
의여신혜우예지 범작오군일회중
의리와 신의여 또한 예의와 지혜로다, 무릇 나와 그대 한 모임을 지으리.
●경주고향을 떠나 은적암을 향하는 말위에서 한식을 맞이하신듯하다
지목을 피하고 세상 돌아감도 살피며 포덕을 겸한 여행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 고향의 가족과 제자가 그리운 것은 대신사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마다 낯이설고 인심풍속 하는 거동 매매사사 눈에거쳐 타도타관 아닐런가” (권학가, 203-204)
來人去人又何時 同坐閑談願上才
내인거인우하시 동좌한담원상재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또 어느 때일까, 같이 앉아 한담하며 상재를 원할까.
世來消息又不知 其然非然聞欲先
세래소식우부지 기연비연문욕선
세상 되어오는 소식 또한 알지 못해서, 그런가 안 그런가 먼저 듣고 싶어하네.
●옳음과 믿음 또 예의와 지혜가 한결같으니 그대와 내가 한 모임을 만든다
무릇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은 의신예지 로써 함께 해야 할 것이다
대신사의 은적암행을 수행한 것은 최중희라는 제자였다 고향을 떠나 반년이 넘도록
대신사를 의신예지 로써 모셨다고 한다 이를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雲捲西山諸益會 善不處卞名不秀
운권서산제익회 선불처변명불수
서산에 구름 걷히고 모든 벗 모이리니, 처변을 잘못하면 이름이 빼어나지 못하리라.
●오고 가는 사람은 많지만 그중에 마음이 맞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한가롭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뜻을 이어가고 빛낼 인재를 기다리는 마음을 표현 했다
공자도 인생의 세가지 즐거움이라하여
‘부모형제가 함께 살아가는 것,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러움이 없는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라 고 했다.
何來此地好相見 談且書之意益深
하래차지호상견 담저서지의익심
어떻게 이곳에 와서 서로 좋게 보는거냐, 말하고 글쓰는 것 뜻이 더욱 깊더라.
●집을 떠나 길을 나서면 떠도는 풍문은 들을 수 있지만 고향소식도 궁금하고
세상돌아가는 소식도 더욱 궁금했을 것이다.
不是心泛久不此 又作他鄕賢友看
불시심범구불차 우작타향현우간
이 마음 들뜨지 말라 오래 이렇지 않으리니, 또 타향에서 좋은 벗을 보리로다.
●대신사의 시문에 서산은 동학의 갈길에 장애가 되는 것들을 뜻한다
모든 장애가 걷히고 사람이 많이 모여 세가 커지면 처신을 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게 사람들이 . 권력과 부를 얻으면 겸손할줄 모르고 절제하지 못하면 망신하게 된다
鹿失秦庭吾何群 鳳鳴周室爾應知
녹실진정오하군 봉명주실이응지
사슴이 진나라 뜰을 잃었다니 우리가 어찌 그런 무리인가,
봉황이 주나라에서 우는 것을 너도 응당 알리라.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이다.
객지에서 뜻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대화와 글을 주고받으며 만남의 의미가 더욱 깊어짐을 표현하셨다 은적암을 향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입도시키셨다고 전한다.
不見天下聞九州 空使男兒心上遊
불견천하문구주 공사남아심상유
천하를 보지도 못하고 구주는 말로만 들었으니,
공연히 남아로 하여금 마음만 설레게 하네.
●泛 ; 뜰범 물에 띄우다 마음이 들떠 있음은 옳지 않다(不是)고 하였다.
길을 떠나 다니면 마음도 차분하지 못하고 들뜨기 쉽다
마음을 차분히 해야 타향의 어진 사람을 알아보고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聽流覺非洞庭湖 坐榻疑在岳陽樓
청류각비동정호 좌탑의재악양루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니 동정호 아닌 줄 알겠고,
앉은 자리가 악양루에 있음인지 의심하네.
●진나라 2세 황제때 환관 조고가 2세황제에게 사슴을 말이라 속이고 바쳤는데도 신하들이 조고의 권세를 두려워하여
묵인하자 이를 기화로 2세황제까지 죽였다
결국 이런 혼란끝에 진나라는 멸망하게 된다. 이런 무리란 나라가 망해가도 바른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국 은나라 마지막 왕인 주왕의 주지육림하는 폭정이 극에 달할 무렵
주나라에서 천자가 날 때 나타난다는 봉황이 나타나 울었다
결국 주나라의 문왕에의해 은나라가 망하고 새왕조가 열린다
그러므로 봉황이 운다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개벽을 은유한다.
吾心極思杳然間 疑隨太陽流照影
오심극사묘연간 의수태양유조영
내 마음 지극히 묘연한 사이를 생각하니, 의심컨대 태양이 흘러 비치는 그림자를 따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