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창과 함께 하는 바그너 갈라 콘서트 -
연주 프로그램이 무엇이든 일단 예매부터 하고 보는 경기필의 팬이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제목부터 어렵다.
합창과 함께? 바그너? 갈라?
하지만 또 무작정 지휘자님을 믿는다.
알지 못하던 말러를 들리게 해 주시고, 멀게만 느껴졌던 오페라를 콘체르탄테 형식으로 즐기게 해주셨으니.
이번 연주는 모든 곡이 오페라이다보니 줄거리 중심으로 공부(?)를 하고 곡은 흘려듣기를 했다.
예당에 도착하니 많은 분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오늘 연주를 기다리신다.
난 벌써부터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은 또 얼마나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주실까? ~~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1막 전주곡
어! 시작부터 다르다. 소리가 다르고 단원들의 눈빛이 다르다.
시작부터 딴 생각 안 들게 확신에 찬 소리로 나를 확 휘어 감는다.
1막 1장 : 성당 미사 장면
요한의 미사 성스럽고 아름답다.
3막 피날레 : 발터가 노래경연에서 우승하고 작스가 독일 예술을 찬양함
말 그대로 하나의 유기체처럼 오케스트라가 움직인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연주하니 보는 동안 온 몸이 짜릿짜릿 전율이 인다.
탄호이저
2막 입당행진곡 : 기사들과 귀부인들이 노래의 전당에 입장함
발랄하고 활기찬 트럼펫연주로 시작하여 힘있고 웅장한 합창과 만난다.
기쁘게 반기노라
고귀한 전당이여
예술과 평화가
언제나 머무는 곳
즐거운 외침이
언제도록 머무는 곳
'어쩜 지금 예당의 분위기와 딱이다.'
4개의 시를 대표하는 시립합창단이 모인 만큼 그 힘찬 함창이 예당을 벗어나 서울시에 울려퍼지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3막 전주곡 : 순례자 행렬을 기다리는 엘리자베트
오보에와 플룻, 호른이 서로 정답게 주고 받는 대화속에 순례자의 행렬은 가까워지고
호른의 장엄함 뒤로 클라리넷,오보에가 뒤따르며 현과 함께 순례자의 행렬을 쭈~욱 끌어올린다.
그새 지휘자님은 머리칼 끝으로 땀방울이 뚝!뚝!
3막 순례자의 합창과 피날레
달콤한 듯 아름다운 천상의 하모니를 뽐내는 여성합창단원들.
어느새 지휘자님도 그들에 매료되어 만면에 미소띄며 같이 합창하며 지휘한다.
'할렐루야! 아멘~"으로 피날레
마치 탄호이저의 전 곡을 연주한 듯한 지휘자님과 전곡을 들은 듯한 관객들의 환호
파르지팔
1막 전주곡
조심스러운 듯, 장엄하게 연주되는 호른과 현의 소리에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구나 하고 느낀다.
뒤이어 바이올린이 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이 소리를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게 이 자리를 예매해 준 초원님께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1막 간주곡 : 성배기사들이 몬살바트로 가서 의식을 진행함
겅기필에서도 사진으로 소개 됐던 베이스 차임 등장.
어떻게 연주 될 지 궁금했는데 해머로 내리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궁금증 한 방에 해소
중간에 온전히 합창단만 지휘하는 구지휘자님.
이 또한 완벽함으로 순간 경이로움을 느낀다. *^^*
3막 피날레 : 파르지팔이 일으킨 기적을 사람들이 찬양함
양쪽에 놓인 하프가 오래 기다렸다는 듯 기지개를 켜며 청명하게 연주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합창
지고한 구세주의 기적이여!
구세주께 구원을!
로엔그린
3막 전주곡과 결혼식 합창
호른과 함께 시작한 결혼식 합창
판에 박힌 듯 천편일률적인 결혼식장에서 의미없이 쉬이 지나쳤던 결혼행진곡을 이 날은 바그너와 경기필과 합창단의
혼연일체속에 제대로 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결혼식 합창이 탄생했다.
정말 그냥 듣고 있기가 아까울 정도로 환상적인 하모니(당장 결혼식이라도 해야될 것 같은...ㅋ)
단, 이 합창도 지휘자님 스타일대로 쥐락펴락 긴장감있게...
개인적으로 막 긁어대는 바이올린 소리는 싫어하는데 이 날은 이 긁는 소리도 아름답게 들릴 정도로 천상의 하모니였다.
3막 간주곡 : 사열식 나팔
느낌을 제대로 살린 2층의 트럼펫 군단 최고!
1막 3장 : 결투에서 승리한 로엔그린
박진감 넘치는 결투장면 실감나게 표현
이겼다! 이겼다! 이겼다!
만세! 그대 영웅이여!
그대 앞길에 영광을
그대 품성에 환호를
만세! 만세! 만세
공연때마다 드는 생각
'아! 아쉽다.이 좋은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듣고 싶다!'
... 만우절 음악회 여파로 플룻 김일지님과 오보에 이형근님이 "오빠 우리 헤어져"
하며 뛰쳐나가는 장면이 자꾸 생각나 혼자 키득키득.
그리고 이형근님
요즘 시청률 높은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김남주 동생역을 맡은 남자배우와 닮아 혼자서 계속 시선집중^^
-끝-
첫댓글 다시 한 번 읽어봐도 온통 찬양일색이네요.
이거야 원! 어디 내놓기가 부끄럽습니다, ;;
그런데 이게 가장 최선이라는...
휴~ 언젠가부터 제 후기를 먼저 쓰고 다른 분들 후기를 보는 버릇이 생겨서 오늘도 궁금한 맘
꾹! 참다 이제서야 다른 카페 후기보러 다녔네요.
결론은 대부분 good!! 이네요^^~
효희님의 리뷰는 담백하고 솔직해서 넘넘 좋아요~!!
긴박감과 함께 군더더기없는 찬양..ㅎㅎ
저는 공감백배입니다.
그나저나,지휘자님 머리칼 끝으로 땀방울이 뚝!뚝!
이거 진짜 보셨다니 정말 행운이셨겠어요~대박~~!!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저도 굳~~!!
에효~ 부끄부끄 *^^*
^^..다시 한번 그날의 공연 분위기로 인도해 주시네요. 잘 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