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 해는 나라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한국교회가 두 진영으로 심하게 분열된 모습 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최근 교계에서는 좌우의 극단을 거부하며 중립적 해결점을 찾겠다 는 기관까지 창립되어 이제는 세 개의 입장이 되었다.
과거에 한국교회가 완전히 하나가 된 적이 없었다. 모든 일에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 은 그 자체가 인간과 현실을 모르는 태도이다. 일제시대에는 신사참배 문제로 분열되어 있 었고 해방 이후에는 신학적, 정치적인 문제로 분열되어 있었다. KNCC라는 하나의 기구로 는 한국교회를 대표할 수 없음을 증명하듯 복음주의 교단들을 통합하는 한기총이라는 연합 기구가 한경직 목사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소수의 교단이 연합한 KNCC와 대다수의 교단이 연합한 한기총 두 기구가 오랜 세월동안 병 행하여 사역해 왔다. 나라가 민주화되고 KNCC 운동의 투쟁 대상이 사라지면서 한기총과 KNCC 사이에 서서히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았다. 서로 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사역별 협력 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두 기관의 단일화에 대한 대화가 많이 진전되어 왔다. 한기총 보다 는 연합을 늘 주장해 온 KNCC 측에서 오히려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좀 더 양보 하고 노력하면 두 기구를 조직상 하나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 존재하고 있 는 신학적, 이념적, 정치적 차이를 완전히 하나로 만드는 것은 기구를 하나로 만드는 것보 다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이념적으로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주의이다. 기구가 하나가 된다는 것과 생각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사람들 간에 다른 사고가 있는 것은 인간의 현실이다. 완전한 독재체제가 아닌 이상 어떻게 생각의 단일화를 요구할 수 있는 가? 역사적으로 신학적 내지 신앙적 차이가 교회 안에 분명히 존재해 왔고 앞으로도 존재 할 것이다. 두 기구를 단일화 할 때에도 같은 이슈에 대한 두 가지 이상의 견해가 반드시 있을 것을 전제해야 한다. 마치 신앙적, 신학적, 정치적 차이가 있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그 차이를 무시하거나 경시하면 기구를 하나로 만들어도 현존하는 두 개의 입장은 계속 될 것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 사회는 서로 간에 더 크게 분열되고 있다. 그리고 현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매몰차게 죽이려는 경우도 있다. 물리적인 죽 음이 아니라 극단적 공격으로 명예를 추락시키려 비난의 화살을 쏘아댄다. 특별히 보안법 으로 인한 대결 속에 교회도 갈라졌다. 한기총이 주최한 서울시청 앞 나라를 위한 기도회 는 기도회로 끝나지 않고 정치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정치모임인지 기도회인지를 분별하기 어려운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치적인 모임을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것 같은 느낌을 받은 성도들도 있었다. 그 집회 직후 연이어 보안법 폐지를 결사반대하는 재향군인들이 같은 장소에서 연이어 보안 법 반대 행사를 계속함으로서 마치 한기총이 경찰과 충돌하는 재향군인회의 일부인 듯한 인상을 주었고 언론은 또 그렇게 보도했다.
그 동안 비교적 원만하게 전개되어 오던 한기총과 KNCC의 단일화 대화마저 보안법 등 현 시국의 중대 법안들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인해 계속 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도달했다. KNCC 총무는 동 기관의 회장도 모르는 보안법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총무가 소속 해 있는 교단 총회에서 KNCC 회장인 교단장이 이를 성토했고 교단 총회는 보안법 폐지 반 대 결의를 했다.
한국교계는 이와 같은 분열을 들어 하나 되지 못함을 비판하기도 한다. 교회가 하나가 된 다는 것은 영적인 하나를 말하는 것이지 기독교인들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사안에 대 한 일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분명히 계시된 것은 부인하거나 왜곡하 지 않는 한 하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의 가르침이지만 불분명한 부분을 서로의 소신 이 다를 수 있고 더욱이나 성경과 무관한 보안법과 같은 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이런 이슈에서 의견을 달리한다고 기독교가 분열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성경과 무관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서까지 하나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주장하는 것은 무 리이다. 성경과 무관한 견해의 차이를 편안하게 인정해 주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러면서 예수 안에 있는 영적인 하나 됨을 인식하고 성령의 하나 되게 하신 것을 힘써 지키려고 노 력해야 한다. 정치적인 견해가 서로 다르다고 교회 안에서 서로 적대시 하는 것은 어리석 은 일이다. 교회의 기구가 하나가 될 수 있다. 그것은 오히려 쉽다.
그러나 의견이 하나가 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성경과 관계된 것 외에는 하나 됨을 기 대해서도 안 되고 서로 다른 것을 불필요하게 고민할 것도 아니다. 예수를 믿으면 이미 우 리는 하나이다. 성령세례로 모두가 한 몸의 지체가 되어 있다. 한국교회는 영적인 하나 됨을 축하하고 인정하며 서로 간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역시 축하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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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 시론에 대해 최덕성교수의 아랫 글이 나왔는데... "이념적으로 하나가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상주의 이다. 기구가 하나가 된다는 것과 생각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사람들 간에 다른 사고가 있는 것은 인간의 현실이다." 이걸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 근거를 두고 말하는지 모르지만
"성경과 관계된 것 외에는 하나 됨을 기대해서도 안 되고 서로 다른 것을 불필요하게 고민할 것도 아니다. 예수를 믿으면 이미 우리는 하나이다. 성령세례로 모두가 한 몸의 지체가 되어 있다. 한국교회는 영적인 하나 됨을 축하하고 인정하며 서로 간 다양한 생각의 차이를 역시 축하 하여야 할 것이다."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어렵다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려운 이유는 오직 "나"에게 있을 뿐입니다. "나"를 버리지 못하니 그런 것일 뿐입니다. 아 언제 우리는 이 "자아의 집착"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오직 "예수"면 될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