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낭비하고 상식을 버린 대가
나는 명색이 역사학을 전공한 지식인이다. 역사학은 과거를 해석해서 현재를 판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다. 흡사 고속도로 IC처럼 그 어떤 분야와도 소통이 가능한 학문의 접점이다. 이런 속성을 일컬어 Interdisciplinary, 즉 간학문(間學問) 혹은 학제적(學際的)이라고 부른다. 역사학은 과거를 다루는 학문, 지적 선경험(先經驗)의 바다다. 경험은 그 자체가 인생 항로의 나침반이다. 그래서 역사인식, 현실인식, 미래인식은 별개가 아니다. 과거에 무지(無知)한 자는 현재를 볼 줄 모르고 미래를 대비할 수 없는 이유다. 어느덧 70년 세월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이 땅의 물을 마시며 잔뼈가 굵었고 반세기 넘도록 나라의 녹(祿)으로 오늘까지 살았다. 독자들은 혹여 이 글의 논조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나무라지 말라. 어느 먹물 촌로(村老)의 국은(國恩)에 대한 보답이고, 나라 사랑을 표현한 나름의 간절한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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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는 늘 한 곳만 본다. 그래서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할 때 두 눈을 주셨다. 세상을 돌아보면 눈 두 개를 가지고도 외눈박이로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한사람 건너 한사람 꼴이다. 그러니 빈대를 잡겠다고 단 하나뿐인 초가삼간에 불을 지른다. 이번 총선이 그랬다. 오죽했으면 어느 외신칼럼이 지난 4월 10일을 일컬어 한국이 자살한 날이라고 말했을까. 개인도 기업도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나라의 현실은 외면한 채 오늘도 내 몸집 불리기에만 골몰한다. 저마다 살겠다고 노를 젓지만 강물은 이미 거꾸로 흐른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난 정치에 관심없다.’라고....물론 자유다. 하지만 저질스런 인간들의 지배를 받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민주주의의 꽃 가마에서 자유를 낭비할 만큼 여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이토록 느슨한 선악(善惡)의 구분능력, 이토록 한가로운 피아(彼我)구분 능력으로는 국내외에서 밀려오는 위기상황을 절대로 돌파할 수 없다. 게다가 한반도는 지구상 최악의 데인저 존(Danger Zone)이다. 중국의 대만침공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되었고 이제 곧 그 쓰나미가 밀려올 것이다. 그런데도 한사람 건너 한사람 꼴로 주적(主敵)을 신봉하는 세력들에게 국가의 입법권을 통째로 맡겼다. 저들에게 나라의 운명은 강 건너 불구경이다. 그러고도 정권을 심판했다고 언론은 나발을 불고 세상은 천하태평이다. 안타깝다. 그리고 묻고 싶다. 지금 도대체 누가 누구를 심판했는가?
돌아보면 80여 년 전 해방공간이 요즈음과 비슷했다. 좌익이 70%였다. 조선왕조 봉건시대와 일제강점기를 통해 뿌리내린 전체주의 통치체제의 트라우마가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는 심각했다. 당시 이 나라는 말 그대로 언제 폭발할지 모를 모닥불 옆 기름탱크였다. 국민 대부분이 농민인 나라에서 소작농이 70%, 문맹율은 80%였다. 대중을 향한 선전 선동이 요즈음처럼 기막히게 잘 먹혀드는 구조였다. 그래서 남로당의 박헌영, 북의 김일성, 즉 남북의 좌파들은 남조선 적화통일이 손바닥 뒤집기보다 더 쉽다고 오판했다. 그리고 재앙이 몰려왔다. 제주 4,3사건, 여순반란사건은 그 예고편이었고 6,25전쟁은 그 피날레였다. 그래도 당시는 이승만이라는 걸출한 지도자가 있었고 농지개혁이라는 신의 한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앞에는 지도자도 없고 신의 한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 절박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우리 국민들이 비록 좌파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주었을지라도 이제부터 두 눈 부릅뜨고 여의도를 지켜봐야 한다. 거야(巨野)의 오판이 불러올 국가적 재앙 말이다. 그래야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 손녀들의 미래를 지킬 수 있다. 그래야만 내가 살고 내 가족이 살고 내 사업과 내 기업도 살아남는다.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구경꾼이 되는 순간, 그날은 우리가 죽는 날이다.
한국은 성공한 나라지만 결코 행복한 나라는 아니다. OECD 자살율 1위, 저출산 1위, 극단으로 갈라진 심리적 내전상태가 그 증거다. 오히려 이상한 나라다. 어느덧 ‘위선형 범죄 정치꾼’들이 이 시대의 지배종(支配種)이 되었다. 그 어떤 ‘내로남불’도 내 편이면 괜찮다는 착각이 만들어 낸 괴물이다. 괴벨스의 후손들이 국민의 귀와 눈을 사로잡은 결과다. 그래서 멀쩡한 사람들이 어느덧 저들의 노예가 되었다. 노예는 쇠사슬에 묶인 자가 아니다.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자는 다 거짓의 노예다. 이미 우리에겐 김대업, 미군장갑차, 광우병, 최순실, 사드전자파, 천안함, 후쿠시마 오염수 등등 한국판 괴벨스의 혓바닥이 할퀸 상처가 수두룩하다. 그러고도 사람들은 또 속는다. 우리 사회는 그 무엇으로도 고칠 수 없는 지독한 망각병에 걸렸다. 정치 노예들이 이대로라면 한국판 괴벨스 바이러스가 만들어 낸 고질병은 머지않아 나라의 골수를 파고들 것이다. 마침내 22대 국회를 내로남불 소시오패스들이 독차지했다. 이러고도 우리 국민들이 앞으로 4년, 또다시 펼쳐질 저들의 아수라 난장판을 견뎌낼 수 있을까?
이제 우리 모두 나라의 운명 앞에 솔직해지자. 그래야만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가치가 온전한지 우리 사회의 상식은 건강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래야만 명백한 범죄행위에도 ‘그럴 수 있지 않나?’, 날조된 사실과 입에 담지 못할 막말에도 ‘그게 뭐가 어떤데?’같은 꼬여버린 생각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범법자에게 관대한 온정주의, 거짓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가벼움, 내 편이라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감싸주는 고장 난 상식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다. 80년 전 해방공간의 한국 현대사가 오늘 우리 시대에 남긴 교훈이다. 역사는 우리 선대의 삶이 생산한 소중한 경험의 모음이다. 그래서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는 이렇게 말했다. ‘바보는 자기의 경험을 통해서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경험에서 배운다.’ * 20240419, 글/최익제(개신교장로, 교육학박사, 전안동고교사, 안동대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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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없는 세상은 없다. 희망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연말에도 대통령은 윤석열일까? 아니면 거짓의 달인, 희대의 패륜잡범(悖倫雜犯)으로 바뀔까? 평생을 학교 강단에서 가르치고 공부하고 글을 써온 역사 지식인 특유의 지적 내공으로 예측해 보겠다. 내가 단언할 수 있는 사실은 3가지다. 이제 곧 이,조(李,曺)가 연출할 이 나라 입법권력의 세상 뒤집기 시나리오를 다 함께 정리해 보자.
1) 이재명에게 사법 리스크 3년은 너무 길다. 그래서 윤대통령 조기 하야(下野)나 이재명 재판 지연은 늘 정답이다. 그래서 그는 당을 방탄사당(防彈私黨)으로 만들었다. 방법은 3가지다. 대통령 탄핵(彈劾), 법관탄핵을 통한 사법방해, 개헌(改憲)이다. 하지만 저들은 개헌을 택할 것이다. 왜일까. 탄핵카드는 역풍의 가능성, 헌재(憲裁)가 기각시킬 가능성이 작지 않다. 그러면 죽도 밥도 안된다. 그래서 개헌 카드를 뽑아 들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개헌 내용 따위는 솔직히 안중에도 없다. 부칙에 명기될 이 조항, 즉 ‘이 헌법의 발효와 함께 현직 대통령의 임기는 종료된다.’ 바로 이 한 줄 문장이 요긴할 뿐이다. 개헌안 통과도 비교적 간단하다. 국민의 힘에서 반란의원 8명만 빼내 오면 된다. 게다가 여당 의원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은 이미 그 조짐을 보인다. 물론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지금의 여론추세라면 이 또한 무난할 것이다. 총선 결과가 이런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2) 지독한 레임덕일지라도 윤정부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을까? 물론 국민의 힘 108명 의원들이 철저하게 단일대오를 유지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기대난망(期待難望)이다. 길은 하나뿐, 사법부가 그 어떤 거야(巨野)의 외압에도 초연하게 맞서 이재명 재판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왜일까. 1심 판결만으로도 저들의 폭주에는 상당한 제동이 걸릴 테니까. 게다가 신속한 이재명 재판, 그 이유는 차고 넘친다. ‘선거법 재판’은 이미 판결시한을 1년 3개월 넘긴 상태, 더 이상 지연시킬 명분이 없다.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위증교사(僞證敎唆) 재판’이다. 다툼의 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증거도 분명해 오늘 당장 판결이 나와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 둘 중 하나만 유죄가 나와도 이재명 의원직과 다음 대선 출마 기회는 날아간다. 사실심(事實審)인 2심까지만 마무리해도 이재명표 불후의 미션 임파서블은 사실상 끝장이다.
3) 그럼 윤대통령은 지금 뭘 해야 할까? 길은 단 하나, 이재명, 조국의 사법처리를 신속하게 끝내도록 사법부의 간땡이를 키우는 일이다. 우선 대통령이 자신의 뼈를 제대로 깎으면 된다. 지금은 더 이상 망가질 것도 없는 바닥이다. 그래야 사법부가 독해지고 대통령도 독기가 오른다. 총리나 바꾸고 이재명이나 만나주고, 온갖 특검 다 들어 주고, 매일 같이 석고대죄(席藁待罪)해봤자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물론 의대증원 같은 뜬금없는 헛발짓 역시 한 번으로 족하다. 억울하고 원통하겠지만 가장 먼저 아내를 버려야 한다. 정숙, 혜경의 범죄와 건희의 실수를 비교해선 안 된다. 민심도 비교 불가라는 걸 다 안다. 그러니 ‘도이치 모터스는 문정부 때 탈탈 털었고 디올 백은 몰카 사기 함정이었다.’라는 변명은 구차하다. 특검이 미친개처럼 날뛰게 해야 한다. 가혹하면 가혹할수록 더 좋다.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부인을 감옥으로 보낼 각오도 해야 한다. 그 길만이 나라와 대통령 부부가 다 함께 사는 길이다. 민심은 본인에게 추상(秋霜)같을 때 비로소 춘풍(春風)으로 변한다. 윤대통령이 이 나라를 누란(累卵)의 위기, 이재명 블랙홀에서 구해 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갈 길은 먼데 해는 이미 서산에 걸렸다. * 20240422, 글/최익제(개신교장로, 교육학박사, 전안동고교사, 안동대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