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 리집엔 5살짜리 꼬맹이 녀석이 하나 있다.
형과 형수가 의기투합(?)하여 탄생시킨 생명체인데,
막 태어났을때..동네 사람들로부터 "허허..그 녀석 장군감이네" 소리를 꽤 들었다.(참고로, 이 녀석 여자다.;;) 자랑은 아니고, 형은 나와는 완전 딴판이라 전형적인 미남형 얼굴이며(톰 크루즈랑 열라 닮았음) 형수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한 미모'의 소유자다. 둘의 작업(?)으로 빚어낸 결과물인만큼 '장군감'이라는 오해와 왜곡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형과 형수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흘러 이녀석 현재 연세가 5살. 또렷한 이목구비는 기본이거니와 날이 갈수록 지 엄마의 미모를 닮아간다. 내 새끼는 아니지만, 조카 녀석이 이뻐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일전, 조카와 나..단둘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녀석이 문을 열더니 고개를 삐죽 내미는 것이 아닌가?
나 : 다희야, 왜?
다희 : 심심해서..
나 : 삼촌이 놀아줄까?
다희 : 웅..
리 뷰 작업을 잠시 중단하고 사랑스런 조카 녀석과 기꺼이 놀아주기로 결심을 했다. "만화 볼래?", "뭐 사줄까?", "말타기 할까?", "산책 할래?"..쏟아지는 나의 질문에..조카 녀석은 입을 꼭 다문채..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어렵게 말을 뗀다. "대화 하자".. -_-;; (내가 5살짜리 조카와 무슨 대화를 하겠는가?..하지만, 녀석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하여 차마 뿌리칠수가 없었고, 그렇게 악몽은 시작됐다. -_-)
나 : 무슨 얘기할까?
다희 : 내가 물어보면 삼촌이 대답해
나 : 웅..;;(얼마나 물어볼게 많으면..저런 말을 다 할까?..;;)
다희 : 고질라랑 용가리랑 싸우면 누가 이겨?
나 : ......(예상치 못한 일격이었다. -_-;)
다희 : 몰라? 그것도 몰라? 에이, 삼촌 바보다.
"바 보"라는 말에 순간 울컥했다.;; 그래서 곰곰히 생각한 후 대답을 했다.
나 : 걔네..생긴거랑 다르게 착해서 안 싸워..;;
다희 : (버럭 화를 내며) 만약에 싸운다면 누가 이기냐고!!!11
나 : (아..쉬파..누가 이길까?..;;;; 난 이런 질문이 세상에서 젤 싫다..ㅠ.ㅠ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
나 : 웅..그 애들 싸우면 경찰 아저씨가 잡아가..;;(내가 대답했지만 정말 유치빤스 스럽다.;;)
다희 : (날 잡아먹을 듯이;;) 경찰 잡아먹으면 되지!!111
나 : 웅..그..그런가?..;;(별걸 다 안다.;;)
다희 : 얼릉 말해바!!111(목소리 톤이 찢어진다. 대답 안하면 한대 때릴 기세다.;;)
나 : (자신 없는 목소리로) 용..용가리가 이겨..
다희 : 왜!!!!!
나 : (왜라니..;; 겨우 대답했거늘..그 이유까지 말하란 말야? 너 너무한거 아냐..ㅠ.ㅠ)
이 때 핸드폰이 울린다.
초등학교 동창 녀석이다.

나 : 야..용가리랑 고질라랑 싸우면 누가 이기냐?
친구 : 갑자기 뭔 소리냐?
나 : 일단 대답해봐..급해..;;
친구 : 움..용가리가 이기지.(순간 나의 대답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란 사실을 알고 눈물나도록 기뻤다..ㅠ.ㅠ)
나 : 왜?
친구 : 용가리가 싸우다가 고질라한테 맞으면 우뢰매가 나타나서 도와줄꺼 아냐..
나 : ......
나 : 거기서 우뢰매가 갑자기 왜 나와?
친구 : 용가리 심형래가 만들었잖아!!11
나 : 아....!
전 화를 끊고 조카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나 : 용가리가 고질라한테 맞으면 우뢰매가 나타나서 도와주거든. 그래서 용가리가 이겨. ^^*
다희 : 우뢰매가 머야?
나 : (순간 실수 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친구놈이 죽도록 미웠다. ㅠ.ㅠ) ..움..우뢰매는..말야..;;
다희 : 심영래(심형래를 이렇게 부르더라)는 누구야?
나 : 심형래는..용가리 아빠야..;;
다희 : 우뢰매는?
나 : 엄마..;;;;
다희 : 아..! 자기 애기가 맞아서 엄마랑 아빠가 고질라를 때리는거구나!
나 : (헛..말 되네;;) 웅!!!!!!!!!!!!!!!!!!!!!!!!!!!!!!!!!!!!!!!!!!!!!!!!!!!!!!!!!!!!!!!!!!!!!!!!!!!!!!!!!!!!!!!!!!!!!!!!!!!!!
다희 : 둘이 사랑해?
나 : 아마도..;;;;;;;;
이 자리를 빌어 졸지에 우뢰매의 남편이 되신 심형래씨께 심심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 부디 저를 용서하소서.. -_-;; 우뢰매와 심형래가 사랑하면..자웅동체 인가? ;;;
첫댓글 용가리 만화 어렸을때 즐겨봤는데......ㅎㅎㅎ....동심으로 잠시 돌아가게 하네요...^^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