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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 노트 76 – 몸에서는 지수화풍(地水火風) 4대가 모두 알아차릴 대상입니다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에서 수행을 지도하시는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해를 거듭하면서 기록한 내용입니다. < 참고 >는 수행자의 바른 이해를 돕기 위해서 보충한 내용입니다. 수행은 개인의 근기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총론에서 벗어나면 안 되므로 반드시 스승의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또 스승에 따라 다른 수행방법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1. 질문 : 좌선을 할 때 전에 없이 몸에서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전에는 호흡의 일어남과 꺼짐 하나도 알아차리기 어려웠는데 요즘에는 여러 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사야도 답변 : 알아차림이 지속되어 집중의 힘이 좋아지면 알아차릴 대상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가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단계에서 희열이 나타나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한다.
< 참고 >
수행자가 집중력이 생기면 전에 느끼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알아차림이고 다음에 알아차림을 지속해서 생기는 집중력입니다. 반드시 이러한 집중의 상태에서 지혜가 생깁니다. 찰나집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통찰지혜가 생기기 않고 사유에 속하는 지식이나 생각에 그칠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vipassanā)라는 빨리어의 뜻은 바로 계정혜라는 세 가지 요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알아차림과 집중과 지혜를 계정혜라고 하고 팔정도라고 합니다. 이 팔정도가 바로 중도이면서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계정혜에서 계와 정까지 있으면 사마타 수행입니다. 그러나 계와 정이 있고 혜까지 포함되면 위빠사나 수행입니다. 계정혜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고집멸도 사성제 중에서 도성제에 해당하는 실천적 수행을 하는 과정입니다. 사마타 수행은 선정의 고요함을 얻습니다. 그러나 사마타 수행에서는 무상, 고, 무아의 통찰지혜를 얻지 못하지만 4선정의 지혜는 얻습니다. 그래서 사마타 수행에서는 선정의 지혜라고 하고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통찰지혜라고 합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네 가지 대상을 알아차리는 수행으로 몸, 느낌, 마음, 법입니다. 네 가지 대상이 항상 함께 있어서 수행을 할 수 있지만 수행자가 어느 특정한 대상을 선택해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위빠사나 수행자는 먼저 신념처인 몸의 호흡을 알아차립니다. 그런 뒤에 차츰 아는 힘이 생기면 몸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대상으로 알아차립니다. 이때의 호흡은 몸에서 기본적으로 일어나는 지수화풍(地水火風) 중에서 풍대(風大)의 요소에 속합니다. 바람의 요소인 호흡을 알아차려서 집중력이 생기면 차츰 지대와 수대와 화대의 요소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지수화풍이라는 몸의 요소는 땅의 성질과 물의 성질과 불의 성질과 바람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때 몸이 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단지 몸이 땅의 성질인 단단함 부드러움 무거움 등을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수대는 몸을 구성하고 있는 물의 성질을 말합니다. 그리고 화대는 몸에서 느끼는 뜨거움과 차가움을 말합니다. 풍대는 몸에 있는 다양한 바람의 요소와 진동을 말합니다. 이때 바람의 요소가 수행자의 주 대상인 호흡입니다. 수행이 향상되면 나타나는 희열도 몸에서 다양한 형태의 느낌으로 나타납니다. 이것이 모두 4대의 요소에 속합니다.
몸이라고 하는 물질이 가지고 있는 궁극의 실재를 빠라마타(paramattha)라고 합니다. 궁극의 실재란 몸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성품을 뜻합니다. 이처럼 몸은 지대와 수대와 화대와 풍대라는 네 가지의 요소가 실재하는 것을 뜻합니다. 물질을 관념으로 보면 몸이라고 보지만 이러한 물질이 가지고 있는 실재가 바로 지수화풍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관념이 아닌 실재를 알아차려서 통찰지혜를 얻는 수행이기 때문에 몸에서는 이상의 네 가지 요소를 느낌으로 알아차립니다.
몸이라고 하는 물질은 근본물질과 파생된 물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몸을 알아차릴 때는 기본적으로 지수화풍이란 근본물질의 요소를 알아차립니다. 몸의 근본물질은 몸이 가지고 있는 두드러진 요소입니다. 이러한 근본요소는 몸이 아닌 다른 물질도 동일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근본물질 4가지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필수요소이며 서로 분리해서 떨어질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출현하시기 이전의 힌두교에서도 물질을 4대라고 말합니다. 수행자가 몸을 물질이라고 하는 것도 몸은 다른 모든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똑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본물질 외에 파생된 물질은 전부 11가지가 있는데 집중력이 생긴 수행자들이 느끼는 대상이라서 일반 수행자들은 크게 알아차릴 대상으로 삼지 않습니다.
요약하면 몸에 일어나는 여러 가지 대상 중에 수행자의 주 대상은 풍대인 호흡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대상도 나타나면 똑같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한 가지 대상만 알아차리지 않고 두드러지게 나타난 대상이면 언제든지 똑같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걸을 때 발의 가벼움 무거움도 대상입니다. 몸의 여기저기서 나타나는 다양한 통증이나 느낌도 모두 똑같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몸에서 뜨거움이나 차가움도 똑같이 알아차려야 합니다. 이런 모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릴 때 몸은 무상하고 괴로움이고 무아라는 법의 성품을 알 수 있습니다.
수행자가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몸에서 나타난 느낌을 단지 그냥 느낌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수행 중에 이것은 지대다, 이것은 수대다, 이것은 화대다, 이것은 풍대다, 라고 분류해서는 안 됩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순간 알아차림을 놓치고 사유에 빠집니다. 그래서 이런 분류는 학문적부분이지 수행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수행자는 단순한 느낌을 통해서 대상이 가지고 있는 무상함과 괴로움과 무아의 성품을 아는 것이 목표입니다.
2. 질문 : 좌선이 끝나고 일어나서 경행을 할 때 알아차림이 연결되지 않습니다. 일어나서 경행을 할 때 이것저것을 살피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문득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사야도 답변 : 명상이 끝나고 다음 동작으로 옮겨갈 때나 앉고, 서고, 하는 연결부분에 대해서 놓치지 말고 알아차려라. 한 동작에서 다른 동작으로 옮겨갈 때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
< 참고 >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다음에는 알아차림을 지속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앞에서 확신에 찬 믿음이 이끌어야 하고 수행 중에는 알아차리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알아차림을 지속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행은 저절로 되지 않고 반드시 노력을 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성숙시키면 자연스럽게 지혜가 생깁니다. 지혜는 내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아니고 두 가지 조건이 성숙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오는 것입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알아차림과 알아차림을 지속해서 집중하는 일입니다. 지혜는 내가 얻으려고 한다고 해서 얻는 것이 아니지만 이 두 가지는 나의 노력으로 가능합니다. 이것이 좋은 원인을 만들어서 좋은 결과를 얻는 조건의 성숙입니다.
수행 중에 흔히 무시하기 쉬운 것이 있습니다. 수행자가 한 가지 수행을 하고 나서 다음 수행으로 옮겨갈 때입니다. 이때 알아차림을 유지하면서 옮겨가면 집중력이 끊어지지 않고 다음 수행으로 옮겨가서 훨씬 더 높은 단계의 집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한 가지 수행을 하고 다음 수행으로 옮겨갈 때 연결부분의 알아차림이 없으면 있던 이미 집중력이 계속되지 않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가열된 집중력을 다음 수행으로 그대로 옮겨가면 가열이 계속되어 수행의 깊이가 더 깊어집니다. 하지만 한 가지 수행을 하고 다음 수행을 옮겨갈 때 알아차리지 못해 가열이 식으면 다시 열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한 시간 수행이 잘 되면 다음 시간에 수행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행의 집중은 한 가지 수행을 할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한 가지 수행에서 다음 수행으로 옮겨갈 때도 똑같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 가지 수행이 끝나면 알아차림도 끝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만약 이런 부분을 보완하면서 수행을 한다면 훨씬 더 바른 수행을 할 수 있습니다.
좌선을 하다가 경행으로 옮겨갈 때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고 옮겨가는 과정을 다리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건너가는데 다리가 있으면 가속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리가 없으면 옮겨가는 과정에서 알아차림이 끊어지고 망상이 생겨 집중력이 생기지 않습니다. 경행을 하다가 좌선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다른 일을 할 때도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더 깊은 집중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수행은 집중력의 차이로 결과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스승은 하나의 수행에서 다른 수행으로 옮겨갈 때 알아차림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시지만 수행자가 이렇게 실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하나의 과정이 끝나면 억눌린 감정이 해방되었다는 자유를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음이 생기는 순간 알아차림이 달아나 버립니다. 그래서 다음 순간으로 알아차림이 지속되지 않습니다. 사야도께서는 이런 알아차림의 지속을 위해서 허리 병 환자처럼 천천히 움직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제가 이런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서 어느 날 좌선이 끝나고 금방 일어나지 않고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라고 마음을 알아차렸습니다. 그러자 땀을 닦으려고 앞에 있는 손수건을 집으려는 의도가 있고 천천히 손수건을 집어서 땀을 닦는 것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 계속해서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 가는가?’를 지속했습니다. 그랬더니 모기장을 들추고 밖으로 나려는 의도와 나가는 행위를 알아차리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그런 뒤에도 계속해서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라는 알아차림을 유지했더니 걸으려는 의도와 걷는 움직임을 그대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도 계속해서 ‘지금 내 마음이 어디로 가는가?’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걷는 발의 움직임이 발이 아닌 전면에서 나타났습니다. 이런 경험을 처음으로 해서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그래서 경행을 할 때 발에 마음을 겨냥하지 않고 전면에서 발의 움직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서도 사용하신 수행방법인 빠리묵캉(parimukhaṃ)입니다. 빨리어 빠리묵캉(parimukhaṃ)이란 면전에서, 앞에서, 전면에서라는 뜻으로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자가 전면의 마음자리에서 대상을 알아차리는 수행방법입니다. 집중력이 생긴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자가 아니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릅니다. 이러한 수행은 알아차리는 마음이 알고 있는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릴 때 가능합니다. 요약하면 마음이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릴 때 자연스럽게 전면에서 알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 뒤에 발의 움직임을 전면에서 알아차렸을 뿐만 아니라 호흡이나 몸의 다른 느낌도 전면의 마음자리에서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마음자리라고 하는 것은 저의 표현으로 마음이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릴 때의 전면을 말합니다. 마음은 몸의 어느 특정한 부위에 있지 않고 몸과 함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전면에 두면 자연스럽게 몸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전면에서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이때의 전면을 알기 쉽게 말하면 마음자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사념처 수행에서 마음을 알아차리는 심념처 수행입니다. 수행은 마음이 있어서 대상을 알아차립니다. 그러나 마음이 마음을 대상으로 알아차리는 것은 마음이 있어서 대상을 알아차리는 것과는 다른 것으로 이것을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이라고 합니다. 이때 나중에 생긴 마음이 먼저 있는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은 한순간에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나중에 생긴 마음과 먼저 있는 마음은 서로 다른 마음이라서 이렇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마음은 비물질이라서 몸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해서 집중력을 키워야 가능합니다. 집중력이 생긴 뒤에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하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을 요약하면 ‘있는 마음 알아차리기, 일어난 마음 알아차리기, 하려는 마음 알아차리기, 아는 마음 알아차리기’입니다.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은 여러 가지 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습니다. 이와 같은 마음을 알아차리는 수행의 이익에 관한 것은 다음기회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묘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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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련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늘 마음은 있었지만 바쁜일이 많아 게으름을 피웠습니다. 항상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고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