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쟁이 하인이야기
꾀쟁이 하인이야기는 하인이 상전이나 양반을 속이거나 조롱하는 이야기이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어 오래전부터 민간에서 구전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의 이름도 방학중, 막동이, 김복선, 유월삼 등으로 다양하다. 이중 방학중은 조선 후기 경상북도 영덕군에서 살았다고 전하지만, 이를 실증할 수 있는 문헌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영덕군 남정면 원천리 지푸심골에 방학중의 묘가 있어 실존인물임은 알 수 있다. 방학중에 관한 이야기는 주로 영덕군과 인근 지역에서 전승되며, 상전을 속이는 대표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상전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놀리고 속인 인물이다.
양반들을 속이고 놀려주는 방학중
옛날 경상도 영덕에는 어린아이도 다 아는 별난 꾀돌이, 방학중이란 인물이 살고 있었다. 방학중이 장날이 되어 장 구경을 갔는데, 성격이 고약하기로 소문난 젊은 양반이 친구들과 함께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방학중은 젊은 양반을 골려주고 싶어 양반 옆에 털썩 앉아 “오늘 함께 술을 마시고 싶은데, 끼워주시면 안되겠습니까?”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러자 젊은 양반은 “우리와 함께 먹는 것은 허락하나, 무엇인가 보답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이에 방학중은 “그럼 제가 보답으로 저의 코를 베어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실컷 배불리 먹은 방학중은 주머니에서 칼을 꺼내 코를 베는 척하다가 코를 풀어 상위에 올려놓았다. 젊은 양반은 방학중이 코를 베긴 했으니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오랜만에 기름진 음식에 술까지 먹은 방학중은 갑자기 배가 아팠다. 다급한 마음에 어느 양반집 문을 두드리며 통시 좀 쓰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안주인이 외간 남자를 집으로 들일 수 없다면서 거절했다. 너무나 급했던 방학중은 “그럼 천 냥을 주겠소.”라고 했지만, 또 거절을 했다. 이에 이천 냥을 주겠다고 하니 통시로 안내해 주었다. 방학중은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나니 안주인의 행실이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인에게 자신이 지불할 이천 냥만큼 통시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는 계속 버티고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남편이 집으로 돌아올 시간이 되자, 안주인은 방학중에게 “천 냥을 줄 테니 어서 나가시오.”라고 했다. 그래도 방학중이 나오지 않으니 안주인은 몸이 달아 이천 냥을 준다고 했지만 역시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올 시간이 다 되도 나오지 않자 안주인이 삼천 냥을 주고 방학중을 나오게 했다.
방학중의 마을에 성질 나쁜 구두쇠 양선달이라는 양반이 살았다. 방학중은 양선달에게 백 냥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양선달은 아침저녁으로 찾아와 돈을 갚으라고 했지만 방학중에게는 갚고 싶어도 갚을 돈이 없었다. 하루는 부인에게 “내가 시체처럼 누워 있을 테니, 당신은 곡을 하시오.”라고 했다. 양선달이 방학중의 집에 왔다가 방학중이 죽은 것을 보고 돈을 받지 못한 분한 마음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방학중은 그날부터 양선달을 피해 다녔다. 어느 날, 방학중이 산길을 가다가 우연히 양선달을 만나게 되었다. 방학중은 양선달에게 저승에 갔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돌아가라고 하여 다시 살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이승으로 돌아오는 길에 양선달의 아버지를 만났는데 저승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보여 백 냥을 드렸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양선달이 증명하라고 하자 방학중은 같이 죽어 확인해보자고 하며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그러자 양선달이 받은 것으로 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방학중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며 한평생을 살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