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천도복숭아처럼 털 없이 매끈,
속은 백도처럼 하얗고 달콤해요.
신비 복숭아
싱그러운 향기와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인 복숭아는 여름 하면 떠오르는 대표 과일 중 하나입니다. 복숭아는 크게 일반 복숭아와 천도복숭아로 나뉘는데요. 일반 복숭아의 껍질은 붉은빛 섞인 분홍색에 짧고 보드라운 털이 덮고 있어요. 과육은 부드러우면서 새콤한 맛이 감돌지만 단맛이 강하고요. 과육이 흰 백도(白桃)와 노르스름한 황도(黃桃)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반면 천도복숭아는 일반 복숭아보다 껍질이나 과육이 진한 붉은색이면서 껍질에 털이 없고, 과육이 더 딱딱하면서 새콤한 맛이 강한 편이죠.
'신비 복숭아'는 겉보기에는 영락없는 천도복숭아지만, 속살은 백도처럼 달콤하고 말랑하면서 흰빛을 띤다는 점에서 두 복숭아의 장점만 따다 놓았답니다. 그 이름처럼 신비하다는 느낌이 들죠.
신비 복숭아가 탄생한 건 2000년대 초반, 국내 최대 복숭아 재배 지역 중 하나인 경북 경산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던 농부 이윤도씨가 천도와 백도 품종을 교배해 만들었습니다. 이씨는 복숭아 털 알레르기 때문에 복숭아를 먹지 못하는 이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서 백도처럼 달콤한 맛을 내면서도 털이 없는 복숭아를 생산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사실 신비 복숭아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병충해에 약하고 저장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농민들이 재배를 꺼려온 것이죠.
이 같은 단점 때문에 점차 밀려나는 듯하던 신비 복숭아가 깜짝 스타가 된 건 2015년쯤부터입니다. 인터넷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주부들 사이에서 "털 알레르기 걱정 없이 아이들에게 맘껏 먹일 수 있다"고 소문이 난 거예요. 과즙이 풍부하면서 당도가 10~13브릭스(당도 측정 단위)로 기존 천도복숭아보다 2배나 더 달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가격이 기존 천도복숭아보다 1.5~2배 더 비싸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신비 복숭아의 생산량은 전체 천도복숭아(약 7000t)의 1%에 불과합니다. 제철은 보통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보름 남짓이지요. 하지만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뜻하는 '희귀템'이자 짧은 기간에만 판매하는 '한정템'이 되면서, 신비 복숭아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오히려 더 자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