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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성탄 대축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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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의 탄생 |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성탄 밤에 전 세계의 천주교 공동체들은 루카 2장1절~14절을 함께 읽습니다. 루카 복음 2장 예수 탄생 이야기를 읽으며 항상 아기 예수의 탄생이 우리가 기대하는 장소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모습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합니다. 오늘날 세상에서 성탄을 기념하는 화려한 모습은 적어도 루카 복음 2장에서는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아기 예수가 태어난다는 첫 소식을 접하는 이들은 밤에 잠들지 않고 양 떼를 지키던 목자들이었습니다. 천사들은 이 가난한 이들에게 그리스도의 탄생을 장엄하게 선포하고, 이들과 함께 나타난 하늘의 군대가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합니다. 하느님 백성은 루카 복음사가가 전하는 이 찬미의 노래를 미사전례 안에서, 특별히 오늘 같은 큰 축일에는 더더욱 장엄하게 기억합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카 2,14)
어느 가정이나 아기가 태어나면 가정의 모든 일이 그 아기를 중심으로 변합니다. 아기가 태어나기까지는 산모의 건강을 위해,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아기를 위해…. 가정의 모든 일은 ‘어떻게 하면 아기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하고, 그것은 아기의 탄생과 함께 일어나는 일체의 변화와 방향을 정하는 규준이 됩니다.
몇 해 전인가 우연히 본 광고 문구에 다음과 비슷한 구절이 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그 광고 문구를 제작한 사람의 의도가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문구는 참으로 복음적입니다. 왜냐하면 사랑 자체가 움직이거나 변하지는 않으나, 사랑은 진실로 ‘변화’의 동력이 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어느 가정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아기에 대한 사랑 때문에 그 가정이 송두리째 변하듯, 모든 ‘사랑’은 스스로 ‘변화’를 결단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 평소에 생각지도 않은 온갖 일을 하는 걸 보면, 참으로 사랑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그 무엇입니다.
오늘 밤 온 세상,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 사랑의 절정을 만나게 됩니다. 사람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마침내 스스로 움직여 사람이 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렇게 변화하신 하느님, 아기 예수 앞에서 천사들과 함께 하느님의 영광을 찬미하고 우리의 사랑을 고백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도 사랑을 위해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기 예수 앞에서 우리의 사랑을 고백하기에 앞서서 우리 각자는 ‘과연 아기 예수를 위해 어떤 변화를 결단하고 있는지’ 물어야 하겠습니다. 이 성탄에 아기 예수에게 드릴 수 있는 좋은 선물은, 내가 봉헌하는 작고도 작은 변화일 것입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 최승정 베네딕토 신부·가회동성당 주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