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자로 꺾어진 600년 된 '현고수'… 곽재우 장군이 북 매달아 의병 모았대요
우리나라 명품 나무들
지난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正二品松)<사진1>의 곁가지가 강풍에 부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어요. 나이가 600살이 넘다 보니 태풍이 불면 가지가 뚝뚝 부러져요. 병충해를 입기도 하고요. 정이품송은 1464년 조선 7대 임금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로 행차할 때 어가(御駕) 행렬이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려 '정이품' 벼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키가 15m에 이르고, 가슴 높이 둘레는 5m에 이르는 거대한 나무예요.
우리나라에는 정이품송 같은 명품(名品) 나무들이 여럿 있어요. 수백 년 동안 한자리를 지키면서 역사뿐 아니라 독특한 외관도 자랑하는 나무들이에요. 대부분 천연기념물 등으로 지정돼 국가에서 보호하고 있답니다.
경남 의령에는 '현고수'<사진2>라는 500~600살 된 느티나무가 있습니다. 키는 20m, 가슴 높이 둘레는 8.4m에 이릅니다. 이 나무는 특이하게도 2m 정도까지는 곧게 자라다가 갑자기 줄기가 옆으로 홱 꺾였어요. 기역(ㄱ)자처럼요.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 장군이 이 나무에 북을 매달아 두들기면서 전국 최초로 의병을 모아 훈련시켰다는 이야기에서 현고수(懸鼓樹)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이 나무 아래에서 붉은 옷을 입었던 곽재우 장군을 기리는 '홍의장군축제'를 열어요.
경기 양평에는 '용문사 은행나무'<사진3>가 있어요. 나이는 1100~1300살 정도로, 우리나라 최고령(最高齡) 나무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높이는 약 42m, 가슴높이 둘레는 14m, 가지는 사방으로 지름 30m가량 퍼져 있으니 그 크기가 정말 압도적이에요. 이 은행나무는 649년 신라 원효대사가 용문사를 지을 때 심어졌다고 해요. 조선시대에 이미 우리나라 나무 중 가장 큰 나무라고 해서 당상직첩(堂上職牒) 벼슬을 받기도 했대요. 이 나무는 고종이 세상을 떠났을 때나 광복, 한국전쟁 발발 등 큰 사건이 있을 때마다 가지를 떨어뜨리거나 큰 소리를 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명품 나무들도 이제 나이가 들어 약해지고 있어요. 정이품송은 예전엔 거대한 원뿔 모양이었는데 태풍 등으로 현재는 한쪽이 떨어져 나간 우산 모습이 됐어요. 현고수는 꺾인 줄기 위 가지와 잎이 비대해져 쓰러질 위험에 처했지요. 지방자치단체는 보조 받침대를 설치하고, 각종 재해에 대비하면서 보호하고 있지요. 또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나무의 생명력을 분석하고 유전자를 채취해 보존하는 활동도 해요. 지난 2021년 보은군은 정이품송 솔방울을 이용해 자손을 길러내기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