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옥자 님이 가지고 계신 옷이 겨울 옷이 대부분이어서 봄이 되기 전에 봄 옷을 구입하기로 했다.
봄 옷 구입은 일찍부터 계획했었다. 외모에 관심이 많으시고 특히 옷이나 가방, 신발 등에 신경을 많이 쓰셨다. ‘누구 권사님은 멋쟁이이셔, 옷이 멋있어, 이런 치마는 어디서 산데? 신발 이쁘다. 이거 어디서 사요? 머리 색깔 이쁘네. 머리 파마 하고 싶은데. 얼굴 팩 하려고 붙이는 거 샀어요’
성옥자 님의 연세 여느 사람이라면 언제라도 쇼핑하며 필요한 물건을 구입했을 것이다. 이렇게 날짜 맞춰 시간 맞춰 와야 하니 성옥자 님의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무척 답답했을 거 같다.
묻고 의논하며 더 촘촘히 살펴드려야겠다. 경험에 경험을 더 해서 혼자 외출, 대형 마트 혼자 쇼핑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며 직원은 뒷전에 서서 혼자 하실 수 있는 일은 혼자 하시도록 지원해 드리고 있다.
성옥자 님은 외모 가꾸는 일로 궁금하고 또 할 이야기가 많으시다. 일주일에 토요일만 빼고 매일 사람을 만나시니 당연히 신경 쓰실만하다. 성옥자 님이 감기 등 병원에 다니시는 일이 많아서 미루다 보니 오늘이 되었다.
올 초에 방문한 옷가게의 옷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오늘도 찾아갔다. 사장님이 알아보시고 반겨 주셨다. 쇼핑할 때는 목 탄다고 음료 챙겨주셨다. 성옥자 님은 사장님이 챙겨주는 옷을 살펴보면서도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을 찾느라 이 옷 저 옷 젖혀가며 살피셨다. 성옥자 님은 화려한 옷을 좋아하셨다. 붉은 튤립 꽃이 있는 화려한 원피스는 성옥자 님이 첫 번째 고른 옷이다. 원피스가 길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잘 맞으셨다. 사장님은 화려한 옷을 조금 다운해서 입을 재킷과 상의 하의를 맞춰 주셨다. 사장님의 도움과 성옥자 님의 패션 감각으로 고른 옷이 10벌은 되었다. 옷 갈아입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한데 싱글벙글 기분이 아주 좋으셨다. 사장님과 낯이 익고 보니 옷 여러 번 갈아입는 시간도 편해 보여 좋았다. 이래서 단골 가게가 좋은 거 같다. 쇼핑하는 시간이 패션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올 2~3월 정형외과 내과 치료 등 병원 다니는 일로 기력이 없으셨는데 오늘 원기회복 하신 거 같다. 원기 회복이 아니라 원기충만해진 거 같았다.
옷 고르고 옷 입어 보고 기분은 한껏 올라갔는데 고른 옷이 많다 보니 옷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마음에 들고 이쁜 옷은 또 비싸기도 하다.
“국화 선생님, 옷 다 마음에 드시죠?”
“다 마음에 드는 디? 왜? 사지 말까? 그러면 나중에 오지 뭐. 알았어요.”
성옥자 님이 곤란해하는 분위기를 느끼셨는지 표정이 시무룩해지셨다.
“아니에요. 선생님, 제가 염려하는 것은 옷은 선생님한테 다 잘 어울리고 이쁜데, 이 옷을 다 사게 되면 이번 달 지출이 옷값으로 너무 많이 나가게 되어서 그래요.”
“그럼 어떻게 한데?”
“선생님, 옷을 좀 줄여 볼까요? 고른 옷 중에서 이 옷은 꼭 입고 싶다는 옷이 어떤 옷이에요?”
성옥자 님은 역시나 꽃무늬 원피스를 고르셨다. 사장님은 원피스에 잘 어울리는 연핑크빛 재킷은 같이 가는 게 맞다고 하셨다. 성옥자 님은 그다음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셨고 사장님은 같이 코디하면 이쁜 상의를 골라 주셨다. 묻고 의논하며 조절하니 가격을 반 줄일 수 있었다.
“사장님, 세일이 있나요? 세일하면 언제부터 할까요?”
두고 오는 옷이 마음에 걸리실 성옥자 님의 마음을 좀 풀어 드리고 싶어 사장님께 여쭈어보았다. 세일이 없는 옷도 있었고 세일한다고 해도 옷이 있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이마트 세일 행사 기간 잡히면 문자 보내 주시겠다고 하셨다. 마음에 드는 옷을 사려면 세일 첫날에 꼭 와야 한다고 몇 번 당부하셨다. 단골가게, 좋은 사장님을 만나니 든든하다. 성옥자 님 전화번호를 남겨 두고 왔다.
봄 옷을 몇벌 사놓으니 마음이 든든하다.
2025. 03. 20. 목요일, 박선영
단골가게 사장님과 주고 받는 이야기, 또 옆에서 필요한 부분 잡아주고 의논해주니 고맙습니다. -서주찬
<과업 관련 일지>
성옥자, 기타 25-1, 거절하는 방법
성옥자, 기타 25-2, 영양제
성옥자, 기타 25-3, 든든한 내편
성옥자, 기타 25-4, 내 일로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