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vs 와르다니, 야마구치 vs 미야자키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은 이 글 맨 하단에 첨부
1. 산만했던 체육관
앰프 조절이 잘못되었는지, 안세영과 와르다니의 제1게임 내내 제1, 2 코트 양쪽 모두에서 주심의 시그널은 물론이요, 선수들의 라켓이 셔틀을 때리는 소리 등 모든 소리가 마치 메아리처럼 장내에 2회씩 울려 퍼지면서 상당히 산만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제1 코트에서는 안세영의 경기가, 제2 코트에서는 일본 여자 복식조들끼리의 경기가 개막전으로 펼쳐졌는데, 선수들의 피로도를 높이려는 중국 측의 고의가 아니었나 하는 심각한 의문이 든다.
2. 편안했던 새 경기복(유니폼)과 불편했던 새 신발
기존의 반소매 티셔츠는 안세영이 스매시를 때릴 때마다 오른쪽 어깨선을 잡아당기며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었는데, 오늘은 새롭게 착용한 민소매 유니폼 덕인지 그런 불필요한 동작이 완전히 사라졌다. 당연히 경기에 대한 집중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각적으로도 여성스러움과 강인한 상체 근육이 잘 드러나 좋았다고 본다...... 문제는 슈즈다. 후원사인 요넥스 측과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미끄러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이번 시즌 내내 크게 개선된 듯한 인상은 못 받았고, 특히 오늘 처음 착용한 걸로 보이는 흰색 슈즈는 최악이었다고 생각된다. 흰색 드레스 유니폼과 색을 맞춰 신은 것 같은데, 패션보다는 경기력이 우선이니 다음 시합 때는 교체해야 할 것이다. 안세영의 하체 근력과 유연성이 워낙 좋았기에 망정이지, 오늘도 여러 차례 큰 부상을 입을 뻔했다.(요넥스 측과 계약 내용을 수정하여 신발만은 다른 업체 제품을 착용하는 걸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언제나처럼 견고했던 수비 & 평소보다 무뎠던 공격
오늘 안세영이 이길 수 있었던 요인은 몸이 제대로 풀린 제3게임에서 발휘된 그녀의 전매특허인 극강의 수비력 덕분이었다. 와르다니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는 몇 차례의 놀라운 플레이가 없었다면 끝까지 힘든 경기가 되었으리라...... 이에 반해, 오늘 안세영의 공격은 전반적으로 날카롭지 못했는데, 스매시는 스피드가 떨어졌고 각도도 예리하지 못했다. 아직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첫 경기여서 그런 거라면 다행이겠는데, 경이적인 시즌을 보내면서 누적된 피로가 아직 안 풀려서 그런 거라면 이번 대회는 물론이요, 1월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내년 시즌을 위해서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지난 호주 오픈을 마친 후 안세영이 충분한 휴식을 가졌기를 바랄 뿐이다. 훈련도 좋지만, 이번 파이널 전에 누적된 피로를 털어내지 못했다면 곧바로 이어질 내년 시즌을 대비해 재충전할 시간이 별로 없을 것이다.)
4. 와르다니
무릎 부상에선 회복한 듯 보이나 특유의 공격력은 지난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야마구치와 대포알 스매시 맞불을 놓던 때에 비해 아직 덜 올라왔다. 그러나 몇달 전까지만 해도 랠리가 길어지면 어이없는 범실을 남발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제1, 2게임에서 안세영과의 스트로크 대결을 대등하게 끌어간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엔드 라인 위에 떨구는 하이클리어가 상당히 좋아져서 오늘 안세영을 힘들게 했고, 네트 앞 헤어핀 대결에서도 안세영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등, 세계 랭킹 1위를 목표로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걸맞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비록 상대 전적에서 전승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안세영은 와르다니와의 대결이 매번 썩 편안해 보이진 않는다. 무언가 리듬이 잘 안 맞는 느낌이고, 랠리 중 매우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특유의 스텝도 좀처럼 나오질 않는다. 특히 오늘 제1, 2게임은 경기 템포 면에서 완전히 와르다니의 페이스에 말린 느낌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원인 점검이 필요할 것이다. 야마구치와 천위페이를 제외하면 와르다니는 일본의 미야자키와 더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가 아닐까 한다.
5. 야마구치
야마구치가 지난 덴마크 오픈 준결승에서 안세영에게 패한 것과 프랑스 오픈 8강에서 천위페이에게 패한 것 모두 당시 너무 많은 국제 대회에 연속으로 출전하며 피로가 누적되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 초래된 일이었기에 전혀 참고할 가치가 없다. 충분한 휴식을 갖고 나온 이번 대회야말로 안세영과의 진검 승부이고, 야마구치도 당연히 승부욕에 불타고 있을 것인데, 오늘 미야자키와의 예선 첫 경기에서 파리 세계선수권이나 코리아 오픈에서 우승했을 때만큼의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는 점에서 안세영으로서도 금요일은 매우 힘든 경기를 각오해야 할 듯하다.(맨 아래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듯, 오늘 야마구치는 그냥 날아다녔다. 안세영이 제1게임 초반부터 기어를 5단까지 끌어올려 스피드 싸움에서 지지 않아야지만 승산이 있다.) 와르다니와 미야자키가 안세영과 야마구치에게 이길 가능성이 없는 만큼, 금요일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안세영과 야마구치 두 사람이 준결승에 진출할 것인데, 대진운이 좋아서 결승에서 재대결하게 되어야 두 사람 모두를 위해 좋을 것이다. 만에 하나 토요일 준결승에서 이틀 연속으로 붙게 된다면 누가 이기든 엄청난 체력 소모를 하고 결승에 오를 것이기에 왕즈이만 어부지리를 얻게 되리라. 당연히 준결승 대진 추첨에서 중국 측의 농간이 있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6. 미야자키
비록 오늘 야마구치에게 완패를 당하긴 했지만, 몸놀림은 가벼웠고 야마구치의 빠른 스피드를 잘 쫓아간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스매시도 매우 예리했는데, 안세영도 특히 대각 공격에 대한 대비가 있어야 하리라...... 그러나 여전히 어이없는 공격 범실이 너무 많다. 오늘 경기도 야마구치가 잘했다기보다는 미야자키의 자멸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첫 파이널 경기여서 긴장되는 부분도 있었을 테고, 야마구치의 수비력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정상적인 공격이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이 정도 레벨의 미야자키라면 안세영 입장에서 내일 확실하게 2 대 0으로 제칠 수 있어야 한다. 금요일 이후 일정을 생각해서 최대한 체력을 아껴야 하는 것이다. 제1게임 초반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도록, 기어를 빨리 올릴 필요가 있다. 오늘처럼 상대 템포에 맞춰줘선 안 된다.
7. 왕즈이, 한유에, 초추웡, 인타논
왕즈이와 한유에의 경기는 언제나처럼 왕즈이의 완승으로 끝났기에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냥 안세영이 왕즈이에게 천적이듯이, 왕즈이는 한유에에게 천적일 뿐이다. 경기 영상을 보진 않았으나 왕즈이의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건 확인되었으니 아마도 3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오를 것이다...... 9월 코리아 오픈 안세영과의 준결승에서 입은 다리 부상에서 겨우 회복하고 모처럼 만의 대회에 출전한 초추웡은 전 세계 랭킹 1위 베테랑 인타논을 2 대 1로 제압했다. 다리 컨디션은 아직 완전치 않아 보였으나 스매시는 매우 강력했고, 한유에 대신 준결승 남은 한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쪽 B 그룹 선수들 중에선 객관적인 전력에서 안세영과 야마구치를 꺾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변수가 있다면 오직 준결승 대진 추첨이다. 1/3의 확률을 뚫고 하필이면 안세영과 야마구치의 준결승 대결이 성사될 경우, B 그룹에서 올라올 2명에게도 어부지리를 챙길 기회가 갈 것이다.
WS Group A! AN Se Young (안세영) vs Putri Kusuma WARDANI (INA) | WTF 2025 Badminton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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