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칭에 관하여 / 윤석호
영화가 시작된다.
1인칭과 2인칭, 착하거나 못된 3인칭들
나머지는 배경이거나 세트거나
이름도 없고 상관도 없는 잡다한 것들, 4인칭이다
나는 가구다 옷장이면서도 옷 한번 배불리 품은 적 없다
나는 행인이다 하지만 한번도 내 갈 길을 간 적 이 없다
아무도 나에게 무례한적 없다 내가 있는지도 모른다
거리에서, 편의점에서 사람들이 무표정한 것은
배역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나는 다시 1인칭이지만
내 곁에는 2인칭도, 3인칭도 없다.
그들은 각자의 방문 안에서 1인칭으로 살고 있다.
나에게 그들은 4인칭이다. 그들에게 나도 그렇다.
문을 열고 입을 열면 저절로 인칭이 생기겠지만
4인칭끼리 말을 섞는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런 밤이면 마음속에 구덩이를 파고
참았던 것들을 깊게 묻는다.
외로운 별이지만 아무 때나 빛날 수 없다
바람 분다고 누구 앞에서나 몸을 뒤집고
속을 보일 수도 없다
4인칭은
장르가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다
시집,
4인칭에 관하여
첫댓글 한 번도 생각 못 해봤던 관점이라 매력적이네요.
개인적으론 지금 살고있는 4인칭의 삶을 즐기고 사는 것 같기도 하구요.
제 예전 활동명이 "세 개의 시선"이었는데 "네 번째 시선"으로 바꿔볼까봐요^^
이민 삶속에서 차리라 4인칭일때가 편한적이 많습니다. 이민자가 아니더라도 별생각없이 유튭을 보거나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우리는 선택적으로 4인칭의 익명성에 숨기를 좋아 하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