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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반열반경 제33권
대반열반경_12. 가섭보살품(迦葉菩薩品)①
왜 선성 비구를 먼저 구제하지 않는가/ 선성 비구의 행/ 선성 비구가 아비지옥에 빠진다고 수기하신 까닭/ 일천제들이 선한 업이 없는 인연/ 일천제/
증생의 불성은 미래이다/ 모든 중생이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
선성 비구에게 출가를 허락하신 인연/ 오늘 결정하여 말씀하지 않으신 까닭/
[왜 선성 비구를 먼저 구제하지 않는가]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기셔서,
조복되지 못한 이를 조복하시며,
깨끗하지 못한 이를 깨끗하게 하시며,
귀의할 데 없는 이를 귀의하게 하시며,
해탈하지 못한 이를 해탈하게 하셔서 여덟 가지 자재함을 얻으셨으며,
대의사(大醫師)가 되시고 대약왕(大藥王)이 되셨습니다.
선성(善星) 비구는 부처님께서 보살이시던 때의 아들로서,
출가한 뒤에는 12부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분별하여 해설하며,
욕계(欲界)의 결박을 부수고 4선정을 얻었는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선성 비구를 수기하시되,
‘이 일천제(一闡提)는 하천한 사람으로서 지옥에 몇 겁으로 있어서 다스릴 수 없는 사람이다’ 하셨습니까?
여래께서 어찌하여 먼저 그를 위하여 바른 법을 말씀하시고, 뒤에 보살이 되도록 하지 않으셨습니까?
여래 세존께서 만일 선성 비구를 구제하지 못하신다면,
어떻게 크게 자민(慈愍)하시고 큰 방편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세 아들의 비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마치 부모가 아들 셋을 두었는데,
맏아들은 믿고 효순하는 마음이 있어, 부모를 공경하고 근성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세상일을 빨리 알고,
둘째 아들은 부모에게 공경하지 않으며 믿고 효순하는 마음이 없으나, 근성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세상일을 빨리 알고,
셋째 아들은 부모에게 공경하지도 않고 믿고 효순하는 마음도 없으며, 근성이 둔하고 지혜가 없다면,
부모가 가르치려 할 때에,
먼저 누구를 가르치고, 먼저 누구를 사랑하고, 먼저 누구로 하여금 세상일을 알게 하겠는가?”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마땅히 먼저 믿고 효순하는 마음이 있어 부모를 공경하고 근성이 총명하고 지혜가 있어 세상일을 아는 사람을 가르치고,
그 다음에 둘째와 셋째까지도 가르칠 것이니,
그 두 아들이 비록 믿고 효순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지만, 불쌍히 여기므로 가르칠 것입니다.”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다.
그 세 아들 중에 맏이는 보살에 비유한 것이고,
가운데는 성문(聲聞)에 비유한 것이고,
막내는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다.
12부경의 수다라(修多羅) 중에서,
미세한 이치는 내가 먼저 보살들을 위하여 말하였고,
천근(淺近)한 뜻은 성문을 위하여 말하였고,
세간의 이치는 일천제와 5역죄(逆罪)를 지은 이를 위하여 말하였으니,
이 세상에서는 이익이 없더라도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후세의 선근 종자를 내게 하기 위함이다.
[세 가지 밭의 비유]
선남자야, 세 가지 밭이 있으니,
하나는 물대기가 편리하고 모래ㆍ자갈ㆍ가시덤불이 없어서 하나를 심으면 백을 얻고,
둘은 모래ㆍ자갈ㆍ가시덤불은 없으나 물대기가 어려워 추수가 반이나 감하고,
셋은 물대기도 험하고 모래ㆍ자갈ㆍ가시덤불이 있어서 하나를 심으면 하나를 거두지만 짚이나 거두게 된다.
선남자야, 농부가 봄에 어느 밭에 먼저 씨를 심겠느냐?”
“세존이시여, 먼저 첫째 밭에 씨를 심고, 다음에 둘째 밭, 나중에 셋째 밭에 미칠 것입니다.”
“첫째 밭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고,
다음은 성문에 비유한 것이고,
나중은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다.
[세 가지 그릇의 비유]
선남자야, 여기 그릇이 세 개가 있는데,
첫째는 온전하고, 둘째는 새고, 셋째는 깨졌다고 한다면,
우유ㆍ타락[酪]ㆍ생소[酥]나 물을 담으려면, 먼저 어느 그릇을 쓰겠느냐?”
“세존이시여, 마땅히 온전한 것을 쓰고, 다음에 새는 것을 쓰고, 나중에 깨진 것을 쓰겠습니다.”
“그 온전하고 깨끗한 것은 보살에 비유한 것이고,
새는 것은 성문에 비유한 것이고,
깨진 것은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다.
[세 사람의 병자의 비유]
선남자야, 병자 세 사람이 함께 의사에게 왔는데, 첫째는 고치기 쉽고, 둘째는 고치기 어렵고 셋째는 고칠 수 없다.
선남자야, 의사가 고치려면, 누구를 먼저 치료하겠느냐?”
“세존이시여, 먼저 고치기 쉬운 이를 치료하고,
다음에 두 번째 사람을 치료하고,
나중에 셋째 사람에게 미칠 것이다.
왜냐하면 권속을 위하기 때문입니다.”
“고치기 쉬운 자는 보살에 비유한 것이고,
고치기 어려운 자는 성문에 비유한 것이고,
고칠 수 없는 자는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니,
지금 세상에서는 선한 과보가 없지만, 불쌍히 여기는 까닭으로 후세의 선근종자를 심기 위한 것이다.
[세 가지 말의 비유]
선남자야, 어떤 왕에게 세 가지 말이 있는데,
첫째는 길이 잘 들고 장대하고 기운이 세며,
둘째는 길이 들지 않고 젊고 기운이 세며,
셋째는 길이 들지 않고 늙었고 기운이 없으니 왕이 말을 타려면,
어느 말을 먼저 타겠는가?”
“세존이시여, 마땅히 길 잘 들고 장대하고 기운이 센 말을 먼저 타고, 다음에 둘째 말을 타고, 나중에 셋째에 미칠 것입니다.”
“선남자야, 길이 잘 들고 장대하고 기운이 센 말은 보살승(菩薩僧)에 비유한 것이고,
둘째는 성문승(聲聞僧)에 비유한 것이고,
셋째는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니,
지금 세상에는 이익이 없더라도 불쌍히 여겨서 후세의 선한 종자를 심으려 하는 까닭이다.
[보시할 때의 세 사람의 비유]
선남자야, 크게 보시할 때에 세 사람이 왔는데,
첫째는 귀족으로서 총명하고 계율을 가졌고,
둘째는 중품 문벌로서 둔하고 계율을 가졌고,
셋째는 미천하고 둔하고 계율을 파괴하였다면,
선남자야, 이 대시주가 누구에게 먼저 보시하겠는가?”
“세존이시여, 마땅히 귀족으로서 총명하고 계율을 가진 사람에게 먼저 보시하고, 다음에 둘째이며, 나중에 셋째에 미칠 것입니다.”
“첫째는 보살승에 비유한 것이고,
둘째는 성문승에 비유한 것이고,
셋째는 일천제에 비유한 것이다.
[대상에 따라 공용이 다르지 않다]
선남자야, 큰 사자가 큰 코끼리를 죽일 때에도 힘을 다하고,
토끼를 죽일 때에도 그렇게 하여 소홀한 생각을 내지 않으니,
부처님 여래도 그와 같아서, 보살들이나 일천제를 위하여 법을 연설할 때에, 공용(功用)이 다르지 않다.
[선성 비구의 행]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왕사성에 있을 때에, 선성 비구가 나에게 시중을 들었는데, 내가 초저녁에 천제석(天帝釋)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였다.
제자의 도리는 스승보다 나중에 자는 법인데,
선성은 내가 오래 앉아 있다고 마음으로 좋지 않은 생각을 하였다.
그 시절에 왕사성에서 어린아이들이 울고 그치지 않으면,
그의 부모들이 달래는 말이,
‘네가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너를 박구라(薄拘羅) 귀신에게 주겠다’는 말이 있었는데,
선성 비구가 그 말에 집착되어, 내게 말하기를,
‘빨리 선실(禪室)에 들어가십시오. 박구라가 옵니다’ 하기에,
나는 말하기를,
‘어리석은 사람아, 여래 세존은 두려움이 없다는 것을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라고 하였다.
그때 제석(帝釋)이 나에게 말하기를,
‘세존이시여, 저런 사람이 불법(佛法) 중에 들어왔습니까?’ 하기에,
나는 대답하기를,
‘교시가(憍尸迦)여, 이런 사람이 불법 중에 들어온 것은 불성(佛性)이 있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는 까닭이니,
내가 비록 선성을 위하여 법을 말하였지만, 그는 믿는 마음이 조금도 없다’ 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에 가시국(迦尸國) 시바부라(尸婆富羅)성에 있을 때에, 선성 비구가 나의 시중을 들었다.
그때 내가 그 성안에 들어가서 걸식을 하려 할 때에, 한량없는 중생들이 갈망하는 마음으로 나의 발자국을 보려 하였는데,
선성 비구가 내 뒤를 따라오면서 자국을 없애려 하였으나, 없애지도 못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불쾌한 마음을 내게 하였다.
내가 성에 들어갔을 때에,
어느 술집 앞에 한 니건(尼乾:6대 외도의 하나)이 등을 꾸부리고 걸터앉아 술지게미를 먹고 있었다.
선성 비구가 그것을 보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세간에 만일 아라한이 있다면, 이 사람이 제일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말하기를,
〈인(因)도 없고 과(果)도 없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아라한은 술을 먹지 않고, 사람을 해하지 않고, 속이지 않고, 훔치지 않고, 음행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느냐?
저런 사람은 부모를 살해하고 술지게미를 먹는데, 어찌 아라한이라고 하겠느냐?
저 사람은 몸을 버리고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며, 아라한은 3악도[三惡]를 영원히 여의었는데, 어떻게 아라한이라고 말하겠느냐?’
선성은 또 말하였다.
‘4대의 성품은 전역(轉易)할 수 있으며,
이 사람으로 하여금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지게 함은 있을 수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부처님들은 말씀이 진실하고 두 가지가 없다.’
내가 선성을 위하여 법을 말하였으나, 그는 절대로 믿는 마음이 없었다.
선남자야, 내가 어느 때 선성 비구와 함께 왕사성에 있을 때에,
그 성안에 한 니건이 있었는데, 이름이 고득(苦得)이었다.
그는 항상 말하였다.
‘중생의 번뇌는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으며, 중생의 해탈도 인연이 없다.’
선성 비구는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세존이시여, 세상에 만일 아라한이 있다면, 고득이 으뜸이 되겠습니다.’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고득 니건은 아라한이 아니니, 아라한의 도를 알지 못한다.’
선성은 또 말하였다.
‘무슨 인연으로 아라한이 아라한에 대하여 질투심을 내는 것입니까?”
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나는 아라한에게 질투심을 내지 않았는데, 네가 스스로 나쁜 소견을 내었다.
만일 고득이 아라한이라고 한다면, 이제부터 이레 만에 과식하고 병이 나서 복통으로 죽을 것이다.
죽은 뒤에는 식토아귀(食吐餓鬼)에 태어날 것이며 그와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송장을 메어다가 시다림[寒林]에 둘 것이다.’
그때 선성은 즉시로 고득 니건자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여, 그대는 알지 못하는가?
사문 구담이 말하기를,
〈그대는 이레 뒤에 과식하고 병이 나서 복통으로 죽을 것이며, 죽은 뒤에는 식토아귀에 태어날 것이며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송장을 메어다가 시다림에 둘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장로여, 잘 생각하고 좋은 방편을 지어, 구담으로 하여금 허망한 말이 되게 하라.’
그래서 고득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단식하여 하루부터 6일이 되고 이레가 찬 뒤에는 흑설탕을 먹었고,
흑설탕을 먹고 나서 또 냉수를 먹었다.
그런데 냉수를 먹고 나서 복통이 나서 죽었고,
죽은 뒤에는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송장을 메어다가 시다림에 두었는데,
그 혼은 식토아귀(食吐餓鬼)의 몸을 받아 송장 곁에 있었다.
선성 비구는 그 소문을 듣고 시다림에 가서,
고득이 식토아귀의 몸을 받고 송장 곁에 꾸부리고 걸터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선성이 물었다.
‘대덕이여, 죽었는가?’
고득은 대답했다.
‘나는 죽었다.’
‘어떻게 죽었는가?’
‘복통으로 죽었다.’
‘그대의 송장은 누가 메어 왔는가?’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메고 왔다.’
‘어디에 두었는가?’
‘어리석은 사람아, 그대는 여기가 시다림인 줄을 모르는가?’
‘어떤 몸을 받았는가?’
‘나는 지금 식토아귀의 몸을 받았다.
선성이여, 잘 들으라.
여래께서는 훌륭한 말씀ㆍ진실한 말씀ㆍ때에 맞는 말씀ㆍ옳은 말씀ㆍ법다운 말씀을 하신다.
선성이여, 여래께서는 이런 진실한 말씀을 하시는데, 너는 어찌하여 믿지 않느냐?
중생이 만일 여래의 진실한 말씀을 믿지 않으면, 그 사람도 내 몸과 같은 몸을 받게 된다.’
선성은 나에게 도로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고득 니건은 죽은 뒤에 삼십삼천에 났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아, 아라한은 나는 데가 없는데, 어찌하여 고득이 삼십삼천에 났다고 말하느냐?’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것과 같아서, 고득 니건이 실상은 삼십삼천에 나지 않고 지금 식토아귀의 몸을 받았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아, 부처님 여래는 두 가지 말이 없다.
여래에게 두 가지 말이 있다고 말하면 옳지 않다.’
선성이 말하였다.
‘여래께서 그때 그렇게 말씀하셨으나, 저는 그 일을 믿지 않았습니다.’
선남자야, 나는 항상 선성 비구를 위하여 진실한 법을 말하였지만, 그는 절대로 믿는 마음이 없었다.
선남자야, 선성 비구가 비록 12부경을 읽고 외우고 4선정을 얻었지만,
한 게송 한 글자의 뜻도 알지 못하였고,
나쁜 동무를 친근하여 4선정을 잃어버렸으며,
4선정을 잃고 나서 나쁜 소견이 생겨서,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도 없고 법도 열반도 없으며,
사문 구담은 상(相) 보는 법을 잘 알아서 다른 이의 마음을 안다.’
나는 선성에게 말하였다.
‘내가 말하는 법은 처음도 잘하고 중간도 잘하고 나중도 잘하는 것이다.
말이 교묘하고 뜻이 진정(眞正)하고 말한 것이 잡란(雜亂)되지 않아서, 청정한 범행을 구족하게 성취한다.’
선성 비구는 또 이런 말을 하였다.
‘여래께서 비록 저에게 법을 말씀하시지만, 저는 참으로 인(因)도 과(果)도 없다고 말합니다.’
선남자야, 그대가 이런 일을 믿지 않는다면, 선성 비구가 지금 니련선하에 있으니, 함께 가서 묻도록 하라.”
그때 여래께서 가섭보살과 함께 선성이 있는 데로 가니,
선성 비구는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나쁜 마음을 내었고,
나쁜 마음을 내었으므로, 산 채로 아비지옥에 떨어졌다.
“선남자야, 선성 비구는 비록 불법의 한량없는 보배 더미에 들어 왔으나,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으며,
나아가 한 가지 법의 이익도 얻지 못하였다.
방일한 탓이며 나쁜 동무의 탓이었다.
마치 어떤 사람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 많은 보배를 보고서도, 얻은 바가 없는 것은 방일함 때문이며,
또 바다에 들어가서 보배 더미를 보더라도, 자살하여 죽거나 나찰귀가 살해하는 것과 같다.
선성 비구도 그와 같아서, 불법 가운데 들어왔지만, 나쁜 동무라는 나찰귀에게 살해되었던 것이다.
선남자야, 그대는 여래가 불쌍히 여기는 까닭에, 선성이 방일함이 많다고 말한다.
선남자야, 만일 본래부터 빈궁하였으면, 그 사람에게는 불쌍한 마음을 내어도 그 마음이 박약하지만,
본래 부자였던 사람이 뒤에 재산이 없어졌으면, 그 사람에게 불쌍한 마음을 내는 것은 두터운 것이다.
선성 비구도 그와 같아서, 12부경을 받아 가지고 읽고 외우며 4선정을 얻었다가 물러나 앉았으므로 매우 가련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선성 비구는 방일함이 많다’고 한다.
방일함이 많아서 선근을 끊었으므로,
나의 제자로서 보고 듣는 이는 이 사람에게 거듭 가련한 마음을 내는 것이,
마치 큰 부자가 재산을 잃어버린 듯이 한다.
내가 오래전부터 선성과 함께 다녔지만,
그가 스스로 나쁜 마음을 내었고,
나쁜 마음인 까닭에 나쁜 소견을 버리지 못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예전부터 이 선성 비구가 터럭만큼이나 선근이 있음을 보았으면,
그가 선근을 끊어버린 일천제이며 하천한 사람이어서, 지옥에 오래 있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말하기를,
‘인도 없고 과도 없으며, 짓는 업도 없다’고 하였으므로,
그는 영원히 선근을 끊어 버린 일천제이며 하천한 사람이어서, 지옥에 오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선남자야, 마치 사람이 분뇨 속에 빠졌을 때에, 어떤 선지식이 손으로 더듬으면서 머리카락이라도 잡으면 끌어내려고, 오래 찾다가 잡히지 않으면 생각을 그만두듯이,
나도 그와 같아서, 선성의 조그만 선근이라도 찾으면 제도하려고 오랫동안 구하였지만,
터럭만치도 구하지 못하였으므로 지옥에서 빼낼 수가 없었다.”
[선성 비구가 아비지옥에 빠진다고 수기하신 까닭]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어찌하여 그가 아비지옥에 빠진다고 수기하셨습니까?”
“선남자야, 선성 비구의 많은 권속들이 모두 말하기를,
‘선성은 아라한이니 도과(道果)를 얻었다’ 하기에,
나는 그들의 삿된 마음을 깨뜨리기 위하여 선성이 방일하므로,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수기한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의 말은 진실하여 둘이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부처가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수기하였는데,
떨어지지 않는다면 옳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문이나 연각에게 수기한 것은 두 가지가 있으니,
허망하기도 하고 진실하기도 하다.
저 목건련이 마가다국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지금부터 이레 뒤에 비가 올 것이다’라고 하였으나,
비는 오지 않았고,
또 새끼 밴 암소가 마땅히 흰 송아지를 낳을 것이라고 예언하였으나,
새끼를 낳고 보니 얼룩송아지였으며 아들을 낳으리라 수기하던 것이 나중에 딸을 낳았다.
선남자야, 선성 비구는 항상 한량없는 중생들에게 선전하기를,
‘온갖 것이 선과 악의 과보가 없다’ 하였으니,
그때 영원히 모든 선근이 끊어지고 나아가 털끝만큼도 남아있지 않게 되었다.
선남자야, 나는 오래 전부터 선성 비구가 선근이 끊어질 줄을 알았지만,
그래도 20년이 되도록 함께 있으면서 기르고 행을 닦게 하였다.
내가 만일 멀리 버리고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더라면,
이 사람이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나쁜 업을 짓게 하였을 것이다.
이것을 일러, ‘여래의 다섯째 아는 힘’이라고 한다.”
[일천제들이 선한 업이 없는 인연]
“세존이시여, 일천제들은 무슨 인연으로 선한 법이 없습니까?”
“선남자야, 일천제들은 선근을 끊어 버린 탓이다.
중생들은 모두 신(信) 등의 5근(根)이 있지만 일천제들은 영원히 끊어 버렸다.
그러므로 개미 새끼를 죽여도 살생한 죄를 얻지만,
일천제를 죽인 것은 살생한 죄가 없다고 한다.”
[일천제]
“세존이시여, 일천제는 마침내 선한 법이 없을 것이므로, 그래서 일천제라고 이르는 것입니까?”
“그렇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에게 세 가지 선이 있으니,
과거의 선과 미래의 선과 현재의 선입니다.
일천제들도 미래의 선은 끊지 못할 것인데,
어찌하여 모든 선한 법을 끊었으므로 일천제라고 한다고 하겠습니까?”
“선남자야, 끊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현재에 멸함이며,
둘째는 현재가 미래를 장애함이다.
일천제들은 이 두 가지 끊는 일을 갖추었으므로 내가 모든 선근을 끊었다고 말하였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똥구덩이에 빠졌을 때에 한 터럭 끝이 채 빠지지 않았으면,
비록 한 터럭 끝이 빠지지 않았더라도, 한 터럭 끝만으로는 전신을 끌어낼 수 없다.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비록 미래세에 선근이 있을지라도, 지옥의 고통을 구할 수가 없으며,
미래의 세상에서 구할 수가 있다 하더라도, 현재의 세상에서는 어찌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구제하지 못한다고 이른다.
불성(佛性)의 인연으로는 구할 수 있지만,
불성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다.
그러므로 불성은 끊을 수 없고, 썩은 종자는 싹이 날 수 없으니, 일천제들도 그와 같다.”
“세존이시여, 일천제들이 불성을 끊지 않았다면, 불성도 선인데 어찌하여 온갖 선을 끊었다고 하겠습니까?”
“선남자야, 모든 중생이 현재의 세상에서 불성이 있는 이는 일천제라고 이르지 않는다.
이는 세간에 있는 중생의 나라는 성품과 같을 것이며,
불성은 항상한 것이므로 3세에 간섭되지 않는다.
만일 3세에 간섭되면 무상하다고 할 것이며,
불성은 미래에 볼 수 있으므로 중생들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며,
이런 뜻으로 10주(主)보살이 구족하게 장엄하고 나서야 조금 보게 되는 것이다.”
[증생의 불성은 미래이다]
가섭보살이 또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불성은 항상함이 허공과 같은데, 무슨 까닭으로 여래께서 미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여래께서 일천제들이 선한 법이 없다고 하시면,
일천제들인들 함께 공부하는 이나 스승을 같이한 이[同師]나 부모와 친족과 처자에 대하여 어찌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겠습니까?
만일 사랑하는 마음을 낸다면 어찌 선이 아니겠습니까?”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야, 잘 물었다.
불성은 허공과 같아서,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고 현재도 아니다.
모든 중생은 세 가지 몸이 있으니,
과거와 미래와 현재이며,
중생들은 미래에 청정한 몸을 구족하게 장엄하여 불성을 보게 될 것이므로, 불성이 미래라고 내가 말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중생을 위하여 어떤 때에는 인을 과라고 말하였고,
어떤 때에는 과를 인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목숨을 먹음[食]이라고 말하였고,
색(色)을 보는 것을 닿음[觸]이라고 말하였으며,
미래의 몸이 깨끗하므로 불성이라고 말하였다.”
[모든 중생이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까닭]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뜻이 그렇다면, 어찌하여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선남자야, 중생의 불성이 현재에는 비록 없으나, 없다고 말하지 못할 것이,
마치 허공의 성품이 비록 현재함이 없으나, 없다고 말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모든 중생은 비록 무상하지만, 불성은 항상 머물러 변함이 없으므로,
내가 이 경에서 말하기를,
‘중생의 불성이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님이,
마치 허공이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님과 같다’고 하였다.
만일 허공이 안과 밖이 있다면, 허공을 말하여 하나다,
항상하다 할 수 없고 또한 온갖 곳에 있다고도 말할 수 없지만,
허공이 비록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나,
모든 중생들이 모두 가지고 있으니, 중생의 불성도 그와 같다.
그대가 말하는 바와 같이, ‘일천제들도 선한 법이 있다’고 함은, 뜻이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일천제들에게 만일 몸으로 짓는 업ㆍ 입으로 짓는 업ㆍ마음으로 짓는 업ㆍ취하는 업ㆍ구하는 업ㆍ베푸는 업ㆍ 아는 업이 있다면, 이런 업은 모두 삿된 업이다.
왜냐하면 인과를 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마치 하리륵(呵梨勒) 열매는, 뿌리ㆍ줄기ㆍ가지ㆍ잎ㆍ꽃ㆍ열매가 모두 쓴 것과 같이, 일천제의 업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여래는 모든 근(根)을 아는 힘을 구족하였으므로 중생들의 상근ㆍ중근ㆍ하근을 잘 분별하여,
이 사람은 하근을 변화시켜 중근이 될 것을 알고,
이 사람은 중근을 변화시켜 상근이 될 것을 알고,
이 사람은 중근을 변화시켜 하근이 될 것을 안다.
그러므로 중생들의 근성은 결정이 없는 줄을 알 것이니,
결정이 없는 까닭에 혹 선근을 끊더라도 다시 나지만,
만일 중생들의 근성이 결정되었다면 마침내 먼저 끊으면 다시 나지 못할 것이며,
또 일천제들이 지옥에 떨어져서 수명이 한 겁이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다.
선남자야, 그러므로 여래가 말하기를,
‘모든 법이 일정한 모양이 없다’고 말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선성 비구에게 출가를 허락하신 인연]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든 근성을 아시는 힘을 구족하여 선성이 선근을 끊을 줄을 아셨다면, 무슨 인연으로 그의 출가를 허락하셨습니까?”
“선남자야, 내가 예전에 처음 출가하였을 때에, 동생 난타와, 사촌 동생 아난과, 제바달다와, 아들 라후라와, 이런 무리들이 모두 나를 따라 출가하여 도를 닦았는데,
내가 선성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으면, 그가 마땅히 왕위(王位)를 이을 것이며,
그래서 그 자재한 권력으로 불법을 파괴하였을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그가 출가하여 수도하는 것을 허락하였다.
선남자야, 선성 비구가 출가하지 않았더라도,
선근을 끊어서 한량없는 겁에 아무 이익도 없을 것이지만,
지금 출가하여 선근을 끊었으나 능히 계율을 받아 가졌고,
유덕한 장로와 어른에게 공양하고 공경하였으며,
초선으로부터 4선까지 닦았으니,
이것은 선한 일이라 이름하며,
이런 선한 인으로는 선한 법이 생길 것이며,
선한 법이 생기면 도를 닦을 것이며,
도를 닦으면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선성의 출가를 허락하였다.
선남자야, 만일 내가 선성 비구가 출가하여 계를 받음을 허락하지 않았으면,
나를 일컬어 여래는 10력을 갖추었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선남자야, 부처님께서는 중생이 선한 법과 선하지 못한 법을 구족한 것을 관찰하며,
이 사람이 비록 두 가지 법을 구족하였더라도, 오래지 않아서 모든 선근을 끊고 선하지 못한 근을 갖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생은 선지식을 친하지 않고 바른 법을 듣지 않고 잘 생각하지 않고 법답게 행하지 않는다.
이런 인연으로 선근을 끊고 선하지 못한 근을 구족한다.
선남자야, 여래는 또 이 사람이 현세나 미래세에 젊었을 때에나 장년일 때에나 늙었을 때에,
선지식을 친근하고 바른 법인 고ㆍ집ㆍ멸ㆍ도를 들을 것이며,
그때는 선근이 도로 생길 줄을 안다.
선남자야, 마치 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샘이 있는데, 맛이 좋고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다.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서 샘이 있는 데로 가려 하면,
곁에 있던 지혜 있는 사람은 이 목마른 사람이 샘이 있는 데로 갈 줄을 안다.
왜냐하면 다른 길이 없는 까닭이다.
여래 세존이 중생들을 관찰함도 그와 같으므로,
여래를 일러, 모든 근성을 아는 힘을 구족하였다고 한다.”
[손톱 위의 흙과 시방에 있는 흙의 비유]
그때 세존께서 땅의 흙을 조금 집어서 손톱 위에 두고,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흙이 많으냐, 시방 세계에 있는 땅의 흙이 많으냐?”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손톱 위에 있는 흙은 시방에 있는 흙에 비교할 수 없습니다.”
“선남자야, 어떤 사람이 이 몸을 버리고 도로 사람의 몸을 받으며,
3악도의 몸을 버리고 사람의 몸을 받으며,
여러 근이 온전하여 나라의 중앙에 나며,
바른 신심을 갖추어 도를 닦으며,
도를 닦아서는 해탈을 얻으며,
해탈을 얻어서 열반에 드는 것은 손톱 위에 있는 흙과 같고,
사람의 몸을 버리고 3악도의 몸을 받으며,
3악도의 몸을 버리고 도로 3악도의 몸을 받으며,
모든 근이 갖추어지지 않아 변방에 태어나며,
삿된 소견을 믿고 삿된 소견을 닦으며,
해탈의 항상하고 즐거운 열반을 얻지 못함은,
시방세계에 있는 흙과 같다.
선남자야, 계율을 보호하여 가지고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4중죄(重罪)를 범하지 않고 5역죄(逆罪)를 짓지 않으며
승가의 물건을 쓰지 않고 일천제를 짓지 않으며
선근을 끊지 않고 이러한 열반경을 믿는 이는,
손톱 위에 있는 흙과 같다.
계율을 깨뜨리고 게으르며 4중죄를 범하고 5역죄를 지으며
승가의 물건을 사용하고 일천제를 지으며
선근을 끊고 이 경전을 믿지 않는 이는 시방세계에 있는 흙과 같다.
선남자야,
여래는 이렇게 중생들의 상근ㆍ중근ㆍ하근을 잘 아는 까닭에,
부처님을 일컬어, ‘모든 근성을 아는 힘을 갖추었다’고 한다.”
[오늘 결정하여 말씀하지 않으신 까닭]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근성을 아시는 힘을 갖추셨으므로 모든 중생들의 상근ㆍ중근ㆍ하근의 영리하고 둔한 차별을 아시며,
현재의 중생들의 근성도 아시고 미래의 중생들의 근성도 아십니다.
이런 중생들이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이러한 말을 할 것입니다.
여래는 필경에 열반에 드신다 하고
혹은 필경에 열반에 들지 않는다 말하며
혹은 내가 있다 [有我]하고
혹은 내가 없다[無我]고 말하며
혹은 중음(中陰)이 있다 하고
혹은 중음이 없다고 말하며
혹은 물러감이 있다[有退] 하고 혹
은 물러감이 없다고 말합니다.
혹은 여래의 몸이 함이 있다[有爲] 하고
혹은 여래의 몸이 함이 없다 말하며
혹은 12인연이 함이 있는 법이라 하고
혹은 12인연이 함이 없는 법이라 말하며
혹은 마음이 항상하다[有常] 하고
혹은 마음이 무상하다 말하며
혹은 5욕락을 받음이 성인의 도에 장애된다 하고
혹은 장애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혹은 세제일법(世第一法)이 오직 욕계라 하고
혹은 3계라 말하며
혹은 보시가 뜻으로 짓는 업이라 하고
혹은 5음으로 짓는다 하며
혹은 세 가지 함이 없음[三無爲]이 있다 하고
혹은 세 가지 함이 없음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또 혹은 짓는 색[造色]이 있다고 말하거나,
혹은 짓는 색이 없다고 말하고
혹은 지음 없는 색이 없다고 말하며
혹은 지음이 없는 색[無作色]이 있다고 말하거나
혹은 심수법(心數法)이 있다 하고
혹은 짓는 색이 없다고 말하며
혹은 지음 없는 색[無作色]이 있다 하고
혹은 심수법이 없다고 말하며
혹은 다섯 가지 유(有)가 있다 하고
혹은 여섯 가지 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혹은 8계재법(戒齋法)ㆍ우바새계(優婆塞戒)를 구족하게 받는다 하고,
혹은 구족하게 받지 않는다 말하며,
혹은 비구가 4중죄(重罪)를 범하고도 비구계가 있다 하고,
혹은 있지 않다고 말하며,
혹은 수다원과 사다함과 아나함과 아라한이 모두 부처님 도를 얻는다 하고,
혹은 얻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혹은 불성이 중생에게 즉(卽)하여 있다 하고,
혹은 불성이 중생을 여의고 있다고 말하며,
혹은 4중죄를 범하고 5역죄를 지은 일천제들에게 불성이 있다 하고,
혹은 없다고 말하며,
혹은 시방의 부처님이 있다 하고,
혹은 시방의 부처님이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만일 여래께서 근성을 아는 힘을 구족하게 성취하셨으면, 어찌하여 오늘에 결정하여 말씀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