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유경 제4권
86. 아버지가 아들의 귀걸이를 가진 비유
옛날 어떤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이 일이 있어 함께 길을 가다가 갑자기 길에서 도둑이 나와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으려 하였다.
그런데 아들의 귀에는 순금 귀걸이가 채워져 있었다.
아버지는 도둑이 갑자기 나오는 것을 보고 그 귀걸이를 잃을 것이 두려워 곧바로 손으로 그것을 잡아당겼으나, 귀걸이가 풀어지지 않자 곧 아들의 머리를 베어 가졌다.
조금 뒤에 도둑들은 그들을 버리고 떠났고, 그는 아들의 머리를 어깨 위에 붙였으나 본래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범부들도 이와 같아서,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쓸데없는 주장을 세우되,
‘두 세계가 있느니, 두 세계가 없느니, 중음(中陰)이 있느니, 중음이 없느니, 심수법(心數法)이 있느니, 심수법이 없느니’ 하면서,
갖가지로 망상(妄想)을 내고 법의 진실을 얻지 못한다.
그때 다른 사람이 올바른 도리[如法]로써 그의 주장을 깨뜨리면 그는 곧 말한다.
“우리 주장 가운데는 전혀 그런 말이 없다.”
이와 같이 어리석은 사람은 조그만 명예와 이익을 위하여 일부러 거짓말을 하여 사문(沙門)의 도과(道果)를 잃고, 몸이 무너지고 목숨을 마친 뒤에는 3악도(惡道)에 떨어지게 되니,
마치 저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이익을 위하여 그 아들의 머리를 벤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