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8권
7.1. 식과 연
방론(傍論)을 이미 요별하였고,85)
마땅히 정론을 판별해야 한다.
[식과 연의 관계]
근본식 중의 종자는 세 가지 연(緣)이 되어 현행의 분별을 일으키는 것이 인정되고, 등무간연을 제외한다.86)
각각 가까운 종자는 그것의 인연이 된다.
소연연이 되는 것은 능히 반연하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87)
만약 종자가 그것에 대해서 능히 돕는 힘이 있거나 혹은 장애하지 않으면, 이것은 증상연이 된다.
청정의 현행을 일으키는 것도 역시 그러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현행의 분별은 전전하여 서로 배대하는데 세 가지 연이 되는 것이 인정된다. 인연이 없기 때문이다.88)
유정의 무리는 자신과 타인으로 전전하여 두 가지 연(緣)89)이 되는 것이 인정된다. 등무간연은 제외한다.90)
자신의 8식의 모임[八識聚]91)은 전전하여 서로 배대하는데 반드시 증상연이 있고, 반드시 등무간연은 없다. 소연연의 뜻은 없기도 하고 있기도 하다.
제8식은 7식에 대해서 소연연의 뜻이 있고, 7식은 제8식에 대해서 없다. 나머지 7식은 제8식이 의지하는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7식이 6식에 대해서 말하면, 5식에는 없고, 하나92)에는 있다.
나머지 6식은 그것(제7식)에 대해서 일체가 모두 없다.
제6식은 5식에 대해서 없고, 나머지 5식은 그것(제6식)에 대해서 있다.
5식은 오직 제8식의 상분에만 의탁하기 때문이다.
자기 부류의 이전 찰나와 이후 찰나에 관하여 말하면,93) 제6식에는 세 가지가 있는 것이 인정된다.94)
나머지 7식에는 소연연을 제외하니, 현재의 대상만을 취하기 때문이다.95)
5식의 이후 찰나의 견분이 이전 찰나의 상분을 인식대상으로 한다고 인정하므로,96) 전5식과 제7식의 이전 찰나의 것이 이후 찰나에 대해서 역시 세 가지 연(緣)97)이 있다고 한다.
7식은 제8식에 대해서, 소연연이 능히 그것(제8식)의 상분ㆍ견분의 종자를 훈습하는 일이 있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모임[同聚]의 다른 자체가 전전하여 서로 배대하는 데는 오직 증상연이 있다. 모든 상응법(심소)은 의지하는 본질이 같으므로 서로 반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혹은 견분에 의해서는 서로 반연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상분에 의해서는 서로 반연하는 뜻이 있다고 말한다.
모든 상분이 서로 본질이 되어 일어나므로, 식(識) 중의 종자를 촉(觸)심소 등의 상분의 본질로 하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다면 무색계에서 그것98)이 대상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설사 (무색계의 제8의 심왕ㆍ심소가) 색법을 변현한다고 허용하더라도 역시 반드시 종자만을 반연한다.
견분의 대상이 같은 본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자체가 같은 것의 상분은 견분의 두 가지 연(緣)99)이 된다.
견분은 그것(상분)에 대해서 다만 증상연만 있다.견분이 자증분을 서로 배대해서도 역시 그러하다.100)
나머지 두 가지101)는 전전하여 모두 두 가지 연(緣)102)이 된다. 여기서는 종자의 상분에 의거해서 말하지 않고, 다만 현행이 서로 연(緣)이 되는 것을 말하기 때문이다.
청정한 제8식의 모임은 자신과 타인으로 전전하여 모두 소연연이 있으니, 능히 두루 반연하기 때문이다.
오직 견분이 상분의 소연연이 아닌 것을 제외한다. 상분은 이치가 능연의 작용이 없기 때문이다.
[현행ㆍ종자는 종자에 대해서 몇 가지 연이 되는가]
[문] 이미 현행의 분별이 종자ㆍ현행을 반연하여 일어남을 말하였다.
종자도 역시 이치가 현행ㆍ종자를 반연하여 일어나야 한다.
현행ㆍ종자는 종자에 대해서 능히 몇 가지 연이 되는가?103)
[旣現分別緣種現生, 種亦理應緣現種起, 現種於種能作幾緣?]
[답] 종자는 반드시 중간의 두 가지 연(緣)104)에 의거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심왕ㆍ심소를 기다려서 그 두 가지를 건립하기 때문이다.
현행은 직접 훈습한 종자[親種]에 대해서는 모두 두 가지 연(인연ㆍ증상연)이 된다.
직접 훈습하지 않은 종자에 대해서는 다만 증상연이 된다.
종자를 자신이 직접 훈습한 종자에 배대하여 역시 두 가지 연을 갖춘다.
자신이 직접 훈습하지 않은 종자에 대해서는 역시 다만 증상연이 된다.
이러한 내부의 식이 서로 연(緣)이 되어 일어난다는 것에 의거해서, 분별(심왕ㆍ심소)의 원인ㆍ결과에 대한 바른 논리와 성스러운 가르침이 모두 성립된다.105)
집착된 외부대상[外緣]은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작용이 없다. 하물며 바른 논리와 성스러운 가르침에 위배하여 고집하는 것이 무슨 쓸 데가 있겠는가?106)
‘분별’이라는 말은 총체적으로 3계의 심왕과 심소를 나타내지만, 뛰어난 것에 따라서 여러 성스러운 가르침 중에서 여러 부문으로써 나타내 보인다.
어떤 곳에서 둘ㆍ셋ㆍ넷ㆍ다섯 가지 등으로 말한다.107)
다른 논서108)에서 갖추어 자세하게 분별한 것과 같다.
85)
열다섯 가지 의지처에 의거해서 4연은 설명하는 것을 밝히는 내용을 가리킨다.
86)
이하 분별을 일으키는 양상(『삼십송』의 제18게송 중 제4句)을 자세하게 해설한다[緣生分別]. 이에 두 가지가 있는데 처음에 현행을 일으키는 것을 밝힌다. 그 가운데 먼저 종자생(種子生)을 판별한다.
87)
능히 종자를 반연하는 심왕ㆍ심소법에 대해서, 종자를 그것의 소연연(所緣緣)으로 삼는다.
88)
다음에 현행생(現行生)을 판별한다. 현행은 직접 자체를 판별하지 않으므로 인연이 없다.
89)
소연연(所緣緣)과 증상연(增上緣)이다.
90)
자신과 남[他]의 몸으로 서로 배대하여 소연연과 증상연이 된다. 등무간연은 오직 각자의 하나의 식(識)에만 국한되므로 제외된다.
91)
8식 하나하나와 아울러 그 상응법(심소) 등의 견분과 상분 같은 것을 총체적으로 8식의 모임이라고 한다.
92)
제6식을 가리킨다.
93)
자신의 8식의 하나하나의 자기 부류[自類]를 이전 찰나와 이후 찰나로 서로 배대하여[前後相望] 논한다.
94)
이전 찰나의 제6식은 이후 찰나의 제6식에 대하여 세 가지 연[三緣:소연연ㆍ등무간연ㆍ증상연]이 된다. 인연(因緣)을 제외한 것은 현행을 상망(相望)하여 말하기 때문이다.
95)
제6식을 제외한 나머지 7식에는 소연연(所緣緣)을 제외한다. 이 7식은 이전 찰나의 생각을 반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인연이 없다.
96)
진나(陳那, Dignāga)의 『관소연연론(觀所緣緣論)』에서이다.
97)
인연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가지이다.
98)
촉(觸) 등 5변행심소(遍行心所)를 가리킨다.
99)
소연연과 증상연이다.
100)
견분은 자증분에 대해서 소연연과 증상연이 된다.
자증분은 견분에 대해서 오직 증상연만 된다. 또한 견분은 증자증분에 대해서는 오직 증상연만 된다.
101)
자증분과 증자증분을 말한다.
102)
소연연과 증상연이다.
103)
다음에 종자를 일으키는 것을 밝힌다.
104)
등무간연과 소연연이다.
105)
총체적으로 결론 맺는다.
106)
소승에서 주장하는 바, 마음 밖에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대상[心外緣]을 논파한다.
107)
본 논서의 3성(性) 부문에서 자세하게 설명된다.
108)
『유가사지론』 제38권ㆍ제73권ㆍ제74권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