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뉴스를 보면서 왜 벌을 생각하는가
정부의 고위 관리를 임명할 때 검증 작업을 거친다. 그가 살아온 발자취를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지금 보이는 단면을 보고 평가하는 것보다는 더 정확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위 관직에 오를 후보자로 하마평에 오른다는 것은 그분이 상당한 자격이 있다는 말이겠지만, 현재의 Snapshot만으로 평가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보고 판단하면 될 것을 복잡하게 봐야만 하고, 복잡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현실이 더 문제다.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관리의 경우를 제외하고 고위직은 청문회를 거치는데, 아침 뉴스에 올라온 분은 과태료, 자동차세를 상습 체납해 총 25차례가량 차량을 압류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해진다. 많은 분이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처해 범법자가 되기도 한다. 시인 도종환은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라고 노래했다. 어떤 어른께서 과거를 회상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을 들었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살아왔던 그대로 살 것이다. 동일 조건에 다시 태어나서 다른 길을 간다면 그는 내가 아니지 않은가."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 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얼마 전 마야 룬데의 [벌들의 역사]를 읽었다. 어떻게 하면 벌을 잘 관찰할 수 있을까로 시작한 벌의 역사는 벌을 이용해서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로 바뀐다. 꿀을 채취하는 것에서 수분 작업에 동원되는 벌들. 산업 혁명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을 기계처럼 사용했듯이 벌을 이용했고, 미물에 지나지 않은 벌을 대하는 것처럼 자연과 사람을 대했음을 우리는 인정해야만 한다. 소설에서 자연은 벌을 거둬감으로 자연을 착취했던 인간에게 벌을 내린다. 벌이 하던 수분작업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이용하는 농작물의 70%가 벌들에 의해서 수분을 받는데 인간이 다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 하찮은 벌들이 사라진 것뿐인데...
하찮은 미물, 하찮게 보이는 일을 무시했을 때 자연은 벌을 내린다. 왜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은 벌을 무서워하지 않을까?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사회 규칙을 배우고 스스로 매우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엄마 아빠의 사소한 잘못을 알아보고 "선생님이, ----", "학교에서 ---" 라고 일깨운다. 그러나 머지않아 규칙들과 멀어지기 시작한다. 예전에는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 잘 지키던 규칙이 지금은 초등학생만 되면 세상의 이치를 다 깨달은 어른처럼 행동한다. 무서워하는 것은 권력이고 갖고 싶은 것은 돈이라는 것을 태어나면서부터 배운다.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를 물고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섬뜩하다. 신생아가 아닌 태아에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인가!
권력은 돈을 무시하지 못하고 돈은 권력을 추구한다. 돈과 권력은 언제나 사람과 규칙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벌이 힘들게 모아놓은 꿀을 독차지하는가. 벌이 무엇을 잘못했기에 정든 터전을 떠나 농약에 찌든 꽃가루를 짊어지고 날라야 한단 말인가. 배부름을 위해, 달콤함을 위해, 내 곳간을 채우기 위해, 돈을 모으기 위해 인간은 미물인 벌을 이처럼 이용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인간도 똑같은 이용당했음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내 아버지 시대에는 순사의 그림자만 봐도 덜덜 떠셨다. 그전 세대에는 딸 가진 집은 나이를 막론하고 노심초사(勞心焦思)했을 것이다. 힘없는 민초들에 뿌려지는 두려움, 공포, 그들에게서 거둬가는 것은 땀과 시간 그리고 피, 거주의 자유뿐이었을까?
뉴스는 온통 벌, 벌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벌, 벌 없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그것이 뉴스거리다. 벌을 두려워하는 세상을 그려본다.
이유 없이, 무서워 벌벌 떨었을 아버지
혹시나, 무서워 벌벌 떨던 어린 나
앵앵 무서워
저만치 돌아가고,
삐뽀 삐뽀 두려워
길 내주던,
그 이유, 벌
사라져간다. 저 푸른 들녘에서
사라져간다. 아이의 마음에서
사라지는 벌
벌 없는 세계
누가 있어 열매 맺게 하랴!
달콤함에 취해서
보지 못했구나, 그 수고로움을
곳간 늘이려다
보지 못했구나, 그 배고픔을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듯
보지 못하는구나, 그 위대함을
기원하면 이루어질까
아이들의 마음에 가득하기를
들판에 가득하기를
기원하면 이루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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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1종이 꽃가루받이를 벌에게 의존하고 있다.
- 2000년대 중반부터 미국과 유럽, 호주 등지에서 꿀벌이 네 마리 중 한 마리꼴로 사라지는 이른바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벌어지면서
2017.07.06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05/2017070503472.html#csidxdd6329fb965985a8ac1b95eac2af3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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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농무부(USDA)에 의하면 2006년 6월 이래 대충 3분의 1 이상의 꿀벌들이 사라졌다고 한다.
- 미국 농업의 4분의 1 이상이 꿀벌들의 수분(授粉)활동에 의존했다.
2014.02.27 성훈 중앙대 명예교수.전 농림부장관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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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꿀벌의 가치는 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30%는 꿀벌의 수분(pollination, 受粉)에 의존한다.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만 보면 71%가 꿀벌 덕에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 꿀벌의 수분 작업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연간 무려 2650억 유로(약 380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 우리나라도 이미 10여년 전부터 배꽃 수분 작업을 사람이 돕고 있는데, 매년 2500명의 자원봉사자가 투입된다고 한다.
-미네소타대학교 곤충학과 말라 스피박(Marla Spivak) 교수는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를 3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한다.
첫째, 농사재배 방식이 바뀌었다. 이제 흙 속에 질소를 고정해주는 자연 비료 역할을 해왔던 클로버와 알팔파 같은 피복작물(cover crop)을 심지 않는다. 대신 값싼 합성 비료를 사용한다. 그런데 클로버와 알팔파가 인간에게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벌들에게는 매우 높은 영양을 제공하는 먹이인 것이다.
둘째, 단일종 재배이다. 요즘에는 돈이 되는 옥수수와 콩 같은 한 두 가지 작물만 집중적으로 키운다. 돈이 안 되는 다른 식물은 제초제를 사용해 씨를 말려 버린다. 그러다 보니 꿀벌이 살아남는데 필요한 수많은 개화 식물이 잡초(雜草)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사라졌다(잡초는 얼마나 인간편의적인 작명인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저마다 태어난 이유가 있고 살아갈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아, 인간은 곤충도 익충, 해충으로 딱 잘라 구분한다).
셋째, 농약이다. 꿀벌이 모아오는 꽃가루에서는 최소 6가지의 농약 성분이 검출된다. 모든 등급의 살충제, 제초제, 살균제뿐만 아니라 심지어 농약 제조 과정에 쓰이는 훨씬 더 독성이 높은 성분도 포함된다. 특히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 중 하나인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ntinoids)가 치명적이다. 보통 씨앗에 이 농약을 뿌리는데, 작물이 자라면서 농약 성분이 모든 부위에 골고루 퍼진다(미국에서 재배하는 옥수수의 95% 이상에 이 농약이 뿌려진다). 꿀벌이 네오니코티노이드의 니코틴계 신경 자극성 성분에 중독되면 방향 감각을 상실해서 자기 집을 못 찾게 되고, 면역체계가 교란되어 기생충의 공격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니코틴은 사람도 중독시키는데 꿀벌에게는 더 치명적이겠다).
2015.11.01 00:02 [출처: 중앙일보] [박용삼의 ‘테드(TED) 플러스’] 그 많던 꿀벌은 다 어디로 갔을까
http://news.joins.com/article/18979691
(2017.12.20 평상심)
첫댓글 저는 지금 벌이 한 통이 있고 뉴크(분봉이 된 작은 벌통)가 하나 있습니다. 벌을 키운지는 한 20년이
되는데 베로아 마이트가 뉴질랜드에 들어오기 전에는 벌이 참 쉬웠는데 이제는 참 어렵습니다. 게을러
그런지 벌이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있어서 허탈할 때가 있습니다. 어제까지만 왕성하던 벌통이
다음날 파장처럼 한산해서 열어보면 텅텅 비어 있습니다. 글에서 밝히신 대로 요새는 벌의 수난 시대인
것 같습니다. 벌을 키우면서 인간이 나 자신이 참 비열하다는 자괴감을 느끼게 합니다.
집 주위에도 잡벌들만 보이고 꿀벌은 드물어요.
한인들 중에 양봉가도 여럿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