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8지 세계 평화의 날 담회(요약)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I. 위기에 놓인 인류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기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베풀어 주신
희망의 희년인 새해를 시작하며,
저는 모든 이 에게 진심으로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5년에 가톨릭교회는 희망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는 행사인 희년을 거행합니다.
이 장엄한 선포는 온 땅에 울려 퍼져 땅의 사용, 재화의 소유,
특히 가난한 이들과 자 기 소유물을 빼앗긴 이들을 비롯하여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 등 삶의 모든 측면에서
하느님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희년을 선포하는 구약 의) 나팔 소리는, 억압의 숙명을 지니고
이 세상에 태 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빈부를 막론하고
모든 이에게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희년은 해방을 가져다주시는 하느님 의 정의를
이 세상에 세우고자 노력하도록 우리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때입니다.
지구가 착취당하고 우리 이웃이 억압당하는 많은 상황에 대하여
우리도 목소리를 높이고 고발해야 할 의무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불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말씀하신
"죄의 구조"의 형태로 이따금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죄의 구조는 일부 사람들의 불의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공모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강화되고 지속됩니다.
(공모 네트워크와 같은) 상호 연결된 구조적 문제들 이 생겨나고 얽혀서
우리 세상에 큰 혼란을 야기합니 다.
저는 특히 모든 종류의 불평등, 이주민에 대한 비 인간적 처우,
환경 파괴, 허위 정보로 의도적으로 조 성된 혼란, 모든 유형의 대화 거부,
군수 산업에 쏟아 부은 막대한 재정 지출을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 인류 전체의 존재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따라서 이 한 해를 시작하며 우리는 고통받는 인류의 이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고자 합니다.
가끔 어쩌다가 하는 자선 활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지속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려면 문화적이며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II. 문화적 변화: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희년의 거행은 지상 재화가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우리에게 일깨워 줌으로써,
불의와 불평등의 현재 상황에 맞서는 수많은 변화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불의는 가난한 국가들을 덫에 빠뜨리는 부패로 더욱 심화됩니다.
빚진 이들을 착취하려는 사고방식은 특히 남반구에서 수많은 국가를 짓누르는
현재의 "부채 위기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는 말입니다.
외채가 부유한 국가의 정부와 민간 금융 기관들이
단순히 자기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하여
가난 한 국가들의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을 부도덕하고
무차별적으로 착취하는 통제 수단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저는 여러 차례 말해 왔습니다.
이번 희년의 정신으로,
저는 국제 사회가 북반구와 남반구 사이의 생태적 빚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외채를 탕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촉구합니다.
이는 연대를 위한 호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의를 위한 호소입니다.
III. 희망의 여정: 세 가지 제안
하느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빚을 지고 계시지 않지 만,
당신의 은총과 자비를 모든 이에게 끊임없이 베 풀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 음과 지구의 부르짖음도 듣고 계십니다.
우리는 올해를 시작하면서 잠시 멈추어 서서,
끊임없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의 모든 빚을 탕감해 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생각하며 우리 마음에 희망과 평화가 흘러넘치게 하여야 합니다.
희망은 관대함 안에서 넘쳐 흐릅니다.
희망은 계산하지 않고, 은연중에 요구하지 않으며, 잇속을 챙 기지 않습니다.
희망이 바라는 것은 오직 한 가지입 니다.
바로,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우고 부서진 마 음을 치유하며
온갖 종류의 속박에서 우리를 풀어 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은총의 해를 시작하면서 저는,
세상 만민이 삶의 존엄성을 되찾고 희망의 길을 다시 나서 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부채의 위기를 이겨 내고, 모든 이가 용서받은 죄인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습니다.
우선, 부유한 국가들은 생태적 빚을 인정하고,
빚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 국가들의 부채 탕감을 위하여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부름받았음을 인식하여야 합니다.
당연히 이것이 금융과 채무의 악순환을 원점으로 되돌리는
그저 일회적인 자선 행위로 끝나지 않으려면,
새로운 금융 체계가 고안되어 민족들의 연대와 화합에 기초한
'세계 금융 현장'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또한 저는, 모든 나라에서 사형 제도를 폐지할 것을 제안합니다.
실제로 이 형벌 제도는 생명의 불가침성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용서와 재활에 대한 모든 인간적 희망을 없애 버립니다.
나아가, 전쟁으로 점철된 이 시대에,
군비에 들어가는 공적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제 기금 설립을 위하 여 사용합시다.
이 기금은 기아 근절 그리고 빈곤국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증진과
기후 위기 대처를 목표로 하는 교육 활동 지원을 위하여 사용될 것입니다.
IV. 평화의 목표
이러한 제안들을 받아들여 희망의 여정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분명 그토록 바라던 목표인 평화가 동트 고 있음을 보게 될 것입니다.
2025년이 평화가 꽃피는 한 해가 되기를 빕니다!
인간적 협상 테이블과 계약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닌 참되고 항구한 평화 말 입니다.
하느님께서 무장 해제된 마음에 베풀어 주시는 참평화를 찾아 나섭시다.
무장 해제된 마음은 자신이 하느님 앞에 죄인이라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짓누르는 빚을 감할 준비가된 마음,
미래에 대한 걱정을 떨치고 모든 이가 더 나은 세상 건설에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마음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주님의 평화를 주소서!
저는 각국과 정부의 수반, 국제기구 지도자, 다양한 종교 지도자,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저의 진심 어린 새해 인사를 보내며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드립니다.
바티칸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Transisens
제58차 세계 평화의 날 담화 전문은
'서울주보 홈페이지 (https://cc.catholic.or.kr)- 교회 메시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