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후보자는 흰옷을 입은 사람?
'입후보자'를 영어로 캔디데이트(candidate)라고 한다. 이 말의 뿌리를 올라가 보면 흰옷을 입은 (로마의 공직 후보자)라는 뜻이 있다. 고대 로마선거에서 입후보자들이 모두가 순백색의 장삼인 toga를 입고 선거에 나갔던 데서 나온 말이다.
사심과 속임과 비굴함과 변절이 없는, 'candid' 의 뜻처럼 솔직하고 성실하고 공정함을 유권자들에게 약속하며, 또한 그것을 그 흰 장삼으로 상징했던 것이다.
1896년 미국 대통령에 출마했던 브라이언은 이 로마의 하얀 장삼차림으로 유세를 하고 다녀 인기를 모았던 일이 있었다.
국민들이 직접 뽑는 선량은 정책공약 이전에 이 하얀 장삼으로 상징되는 인간적 도덕적 소양을 먼저 보장받아야 했다. 돈에 오염되지 않은 결백 , 권력에 비굴하지 않는 용기, 사욕에 변질되지 않는 의지를 유권자들에게서 인정받아야 했다.
이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그 하얀 장삼 깃에 푸른 끝동을 단다. 선량의 표시요. 또한 국회의원 배지랄 것이다.
이 푸른 끝동에도 많은 의미가 부여되어 있다. 푸른 하늘은 그것을 가리는 한점 구름이 없어야 하듯이 진실하고 공평하며 사욕을 버려야 한다는 끝동색이요. 푸른빛이 어느 빛깔과도 가장 조화가 잘 된다는 데서 조화 협조의 끝동색이며 또 노복들이 입는 의복색이라 하여 충실한 유권자의 심부름꾼이어야 한다는 끝동색이다.
이제 국회의원 선거일을 4일 앞두고, 각 당의 후보자들은 저마다 선거전에 불을 뿜고 있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가의 마음 속에는 사리당략, 민리국약 두 가지 요인이 공존되어 있는 데 사리당략을 민리국약에 우선시키는 정치가와 반대로인 경우의 정치가가 있다.
영어에도 그것에 따라 정치가를 폴리티션(politicion)과 스테이츠맨(statesman)으로 구분하고 있다.
영국의 정치학자 캐드린은 "폴리티션은 특정의 이익이나 목적 그리고 선거에만 몰두하고 당략을 최대의 관심으로 삼으나 스테이츠맨은 멀리 내다보고 다수의 이해를 생각하며 사리와 당략을 초월한 정치적 지도자를 뜻한다. 폴리티션은 스테이츠맨쉽이 없다"고 했다.
나라 안팎의 사정으로 볼 때,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야말로 스테이츠맨이 크게 요구되는 절박한 때이다.
후보자들은 자신이 모두가 스테이츠맨임을 내세우지만 그것은 양두요, 구육은 실제로 폴리티션인 경우가 아닌 지 유권자들은 그것을 간파하는 날카로운 눈과 현명함을 지니고 있어야만 하겠다.
하지만 선거막판으로 가면서 정책대결은 고사하고 사리당약에만 혈안이 되어 지역주의와 세대갈등에다 빠지지 않고 색깔론까지 조장시켜 끝없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부의 후보자들을 보면서,
흰 장삼과 푸른 끝동의 의미가 부디 우리에게 `개발에 편자'로 전락되지 않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