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토. 맑다. 열하루.
이렇게 좋은 데서도 잠을 금방 깼다.
눈을 뜨니 배들이 보인다.
이야! 좋네!
심심하니까 산 위에 있는 성에 가 보기로 했다.
차 놔두고. 시나브로 걸어서.
여유롭게 언덕을 오르면서 길도 물으면서 입구를 찾았다. 닫혔네, 열시부터래.
일단 아침 먹을 식당 찾으러.
어느 BAR라 그러는지 CAFETERIA라 그러는지 하는 곳에 들어가 달팽이 요리는 무서워서 못 먹고 고기 완자랑 생선 튀김.
의외로 맛있다.
맛있게 먹고 나서 정확히 10시네.
또 올라. 여기도 신전 자리였다나?
되게 좋은 위치다.
좀 초라해 보이긴 하지만. 입장료 내고 성 꼭대기에 올라갔다.
다 무너져 남은 계단이 없다.
따가운 햇볕아래 이리저리 아무 생각 없이 구경 다녔다.
계단 잔해가 로마 유적지 꺼랑 똑같이 생겼다.
박물관도 가 봤다.
이곳이 도자기 생산지였는지 도자기들이 많고 그것들을 수출할 때 썼던 것 같은 배 잔해들도 있다.
그냥 슥 둘러보고 또 시나브로 아스팔트길을 비비 돌아 내려왔다.
바다도 잘 보인다.
차에 올라 바로 고속도로를 타니 멀미가 안 난다.
처음으로 점심 먹기 전에 즐거운 여행.
그냥 냅다 달린다.
120이 제한인데 130 놓고 달려도 차들이 우릴 추월한다.
스포츠 차는 봥 하고 순식간에 지나간다.
점심은 또 휴게소.
한쪽에 밖에 없어서 고속도로 위 다리를 지나(스릴 만점!) 스테이크는 준비가 안돼 양 다리 시켜 먹는다.
되게 맛있다.
맛있고 맛있다.
빠져 나와서 또 냅다 달렸다.
할 일 없이 막 달렸다.
휴게소도 들러 가면서.
좀 산을 오르나 싶더니 귀가 멍 해지고 눈길 조심 표지판도 나타난다.
저 반대편 산은 눈으로 덮였고 이 쪽도 그늘진 곳엔 아직도 눈이 하얗게 쌓여있다.
오호! 스페인에서 눈이라.
산속에 처박혀 있어 맨 마지막에 점령 되었군.
그라나다가 나타난다.
침엽수 때문에 아주 파랗다.
우리도 그라나다 입성! 큰 도시다.
복잡해서 그냥 ALHAMBRA를 찾아 빙 둘러 구시가지 중에서도 언덕배기에 올랐다.
알함브라는 밖에서 안 보여.
위치만 확인하고 그 근처에 좋은 hostal 잡았다.
할머니가 하시는데 영어도 잘 하시고 아주 친절하시다. 방도 좋다. 화장실도 좋고.
저녁 먹으러 시내로! 까지는 좋았는데 뭔 차가 이리도 많은지 일차선 밖에 없는 도로지만 막혀서
차가 안 나갈 정도다.
주차장 찾는데도 밀려서 낑낑.
하나 찾았는데 completo.
또 이리저리가다 하나 찾았는데 만차.
중심가에서 한참을 밀려나와도 completo.
밤은 깊고 차는 많다.
사람도 어찌나 많은지 큰 거리는 영화관에서 밀려나오는 사람들 같았다.
밤 문화 발달이란 말이 좀 의아했는데 사람 많은데 오니 알겠다.
제 3의 도시[{내가 잘 못 안 것으로 나중에 알아보니 제 3의 도시는 발렌시아이고 이 도시는 작은 도시}] 라던데 바르셀로나보다 복잡하고 사람도 많다.
겨우 시내를 벗어나도 차는 꽉.
졸릴 때 쯤 되서 잘 나가기 시작하고 식당을 보자마자 쳐들어갔다.
8시부터라서 그냥 샌드위치.
기다리니까 뜨거운 빵에 치즈랑 햄.
이런 걸 싫어하는 나인데도 너무나 맛있게 먹었다.
아무 생각 없이 다시 집으로 온다.
맘껏 씻고서 손톱발톱도 깎고 하제 볼 알함브라 공부 좀 하고 지금 잘라고.
외곽이고 이 언덕이 차가 없으면 못 올라오기 때문에 조용하다. 아함~
14. 일. 맑은 것 같다. 열이틀
여기도 경치 좋네. 도로가라 엄청 시끄러웠지만.
오늘은 알함브라.
일단은 아침을 먹는데 비싼 호텔 들어가서 buffet으로 비싼 거 먹는다.
빵은 맛없고 과일은 일등급.
과일만 맛있어서 잔뜩 먹었다.
한 사람당 8유로나 하네.
입장료 끊으러 갔는데 악!
뭔 사람이 이래 많아 처음으로 줄도 섰다.
줄 서서 5분정도 만에 들어갔다.
별로 많진 않은데, 이렇게 많은 적이 없어 그리 놀랐나?
10유로씩 다 내고서 드디어 들어간다.
길을 잘못 들었는지 왕궁이 안 나오고 헤네랄레프가 나와 버렸다.
나무로 꾸민 길이 멋있다.
성벽처럼 생겼다.
반대편을 보니 알함브라가 보인다.
상상과 달리 웅장하지도 않고 별로 예뻐 보이지도 않고 크지도 않다.
정원을 지나니 유일하게 아랍 시대에 지어졌다는 별궁으로 들어갔다.
아라베스크 무늬가 정말 정교하고 아름답다.
하얀색에 갈색 지붕, 천국을 뜻한다는 작은 연못들. 분수도 있고.
11시까지 입장해야 되는데 여기 본다고 늦어버렸다! 뛰어라! 열심히 서둘러 걸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고 막 걸었다.
그래도 지형은 익혀가며.
급하게 가니까 입구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만 늦게 온 것이 아닌지 표 들이대면서 묻는 사람이 많다.
뭐 여름도 아니니 어떻게 되겠는가.
다행히 통과 되고 알람브라 궁전에 들어갔다.
역시 아랍식이네. 동양풍도 약간 나고. 천장도 멋있고 벽에 그려진 무늬도 아주 정교하다.
그렇게 정교한 무늬가 타일로 된 밑 부분 빼고는 모든 벽에 새겨 있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너무 신기하잖아!
이런 무늬가 이렇게 많다니!
처음 간 곳은 아라야네스의 정원.
네모의 큰 연못과 뒤에는 탑, 정교한 무늬와 얇은 대리석 기둥으로 된 회랑. 연못에 비치는 회랑도 멋있다.
금붕어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숨 막히게 정교한 장식들.
밖은 초라하더니, 그라나다 왕국은 잘 살지도 않았는데 싼 돈 들여 싼돈 들여 지상낙원을 만든 것 같다.
그 주변 방도 둘러 보았는데 잘 기억이 안난다.
나중에 본 게 너무 화려해서.
그 다음 쪼금 나가니 사자가 분수를 떠 받치고 있는 사자의 정원이 나왔다.
회랑이 좀 작다지만 그래도 기둥이 너무 얇은 거 아니냐!
사자의 정원을 둘러싼 세 개 정도의 방도 둘러본다.
처음엔 아벤쎄라헤스의 방.
천장은 밑으로 뾰족한 곳에 집을 지어 놓은 것 같은 모양, 그것들이 촘촘히 박혀 있어 꼭 벌집 같다.
더군다나 별 모양이다.
뾰족한 게 여덟 개.
밑에는 열두 모의 분수.
굉장히 화려하다.
색깔로 화려함이 아니라 정교한 조각으로 화려하다.
다음에는 반대편의 두 자매의 방.
이곳 천장도 벌집이고 팔각형이다.
또 무슨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리처럼 연결된 곳을 지나 다음 건물로.
다리에선 알바이신 지구가 멋들어지게 펼쳐진다.
그 건물 밑으로 가니 또 정원이다.
풀을 모양에 맞게 잘라놓고 키 큰 나무가 둘러싸고 있다. 멋있다.
나오니까 또 무슨 궁전.
연못이랑 같이. 슥 둘러보고, 정원 좀 보고 카를로스 5세 궁전이 있는 출구로 나왔다.
르네상스풍의, 알람브라와는 전혀 다른 느낌.
이 궁을 짓는다고 알람브라를 일부 철거해 버렸다니 아쉬워 죽겠다.
들어가도 별 거 없었다.
2층으로 된 둥근 회랑과 둥근 광장.
외벽에 문고리가 달려있고 벽돌에 구멍이 송송송송 나 있다는 건 좀 낫다.
앉아서 한참 쉬었다. 따사로운 햇살 받으며.
이제는 알카사바로 들어간다.
뭔진 몰라도 요새 같다.
올라갈 데가 많아서 도시는 잘 보인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흰색 벽들이다.
산 속에는 굴들. 집시들이 살았다는 곳. 더위를 이기며 이리저리 탑을 옮겨 다녔다.
경치하난 끝내주고.
젤 높은 탑에도 올랐다.
왜 이리 덥누.
카테드랄도 보이고 도시가 시원하게 보여 좋다.
나와서 또 한참 동안 쉼. 그러다 심판의 문 뒷부분 보고 헤네랄리뻬로 다시 간다.
이번엔 여유롭게. 아름다운 곳이다. 분수도 있고.
이번엔 아까 못 갔던 이 층이나 저 위에도 가 본다.
올라가는 언덕마다 잘 다져 놓은 나무들이 있다.
산에서 물 끌어 온다더니 계단을 따라 물 내려가는 곳도 있다.
시원한 물.
찬우는 정신 팔다 가운데 둥근 물웅덩이에 발 미끄덩.
멋있는 나무 굴과 멋있는 나무 사이 길을 따라 나왔다.
참으로 멋있는 곳이었지.
숙소 돌아와서 한 한 시간쯤 놀았다.
노래도 부르고 계산기도 가지고 놀고.
심심하니 이르지만 저녁 찾으러.
오늘은 일요일이라 하제 출근 준비 하는지 차가 별로 없다.
주차장도 많이 비어서 쉽게 주차했고. 길을 걷는데 처음으로 거지가 보인다.
배고파서 버거킹 보자마자 들어갔다.
나는 고기 세 장 있는 햄버거. 맛있게 먹었다.
그거 먹고도 덜 차서 감자까지.
나오면서 밤도 사 먹었다.
음식 값이 엄청 비싸다.
물도 사고서 차 째고 그냥 돌아왔다.
그러다 마음 바뀌어 언덕 위에 도시가 잘 보인다는 곳으로.
야경도 괜찮네.
멍 하니 앉아 있다가 내려왔다.
TV를 보는데 투우를 한다.
겨울인데? 그것도 말 타고 한다.
혼자서 작살처럼 생긴 창을 대여섯 개 꼽는다.
성난 소지만 불쌍해 보인다.
어떤 사람은 말을 다 다치게도 한다.
소가 지치고 사람이 말에서 내려 드디어 망토 내들고, 칼 내들고 달려드는 순간에 광고가 뜬다.
머리 쥐어뜯으며 소리지르며.
세 번인가 했는데 다 광고 때문에 마지막 부분을 못 봤다. 이런~
지금은 2부 리그인 듯한 스페인 축구.
이 도시 팀이 나와서 중계하는 것 같다.
오늘 좋은 구경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