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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3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서 핫핑크돌핀스가 촬영한 남방큰돌고래의 모습.
바다에 나가서 활발히 조업하는 어민들은 고래, 돌고래를 좋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래나 돌고래가 어민이 잡아야 할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설치해 놓은 정치망 등에 돌고래 걸릴 경우에는 어구 손상도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핫핑크돌핀스는 얼마전 한 주민분으로부터 대정읍 일대에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나타나게 되면서 자리돔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대정읍 바다에서는 전통적으로 갯바위 일대에서 자리돔을 잡아왔는데, 최근 돌고래들이 나타나면서 자리돔이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입니다.
정말 남방큰돌고래와 자리돔 어획량 감소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제주특별자치도 해양수산연구원이 발간한 남방큰돌고래 생태조사보고서(44쪽)에 의하면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먹이는 넙치, 돌돔, 참돔, 전갱이, 고등어, 쥐치, 달고기, 오징어 등입니다. 자리돔은 남방큰돌고래의 주요 먹이는 아닙니다. 그러므로 돌고래들의 먹이 활동 때문에 자리돔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또한 돌고래들이 최근들어 제주해군기지, 해상풍력발전단지 등을 피해 대정 바다에서 주로 머물고 있긴하지만 그렇지 않은 모슬포나 서귀포시 보목리 등 전통적으로 자리돔이 많기로 유명한 곳에서도 자리돔 어획량이 절반 가량 줄고 있어서 돌고래들의 서식과 자리돔의 감소는 무관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정읍 말고도 제주도 전역에서 자리돔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 신문 기사에 의하면 어민과 여러 관계자들은 자리돔 어획량이 점점 줄어드는 이유로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을 꼽고 있습니다.
동해에서는 명태가 자취를 감춘 대신 제주의 명물인 옥돔이 최근 들어 잡히고 있으며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은 실제로 한반도 해역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해수온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한대성 어종은 사라지고 난대성 어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죠. 제주 해역에서 자리돔이 줄어드는 이유도 수온 상승을 비롯한 여러 요인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속적으로 제주 해양생태계를 관찰해오고 있는 '깅이와 바당' 임형묵 대표는 자리돔 감소의 가장 큰 이유로 남획을 꼽습니다. 산란기를 앞둔 자리철은 물론이고 겨울엔 방어용 미끼로 엄청 잡아 자리돔의 개체수가 급감했다는 것입니다.
고래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양생물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변화, 각종 해양오염(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열과 방사선, 공단의 중금속, 기름유출 등), 과도한 연안개발과 불법포획 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고래들을 경쟁의 대상이 아닌 바다의 상태를 알려주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유지시켜 주는 고마운 친구로 바라보며 보호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2016년 6월 경향신문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됫박으로 퍼주던 제주 자리돔도 ‘귀하신 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6142149015
ㆍ물회로 여름 최고 향토음식…어획량 작년 절반으로 줄어
14일 한 어민이 자리돔을 크기별로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에서 여름철 별미로 유명한 자리돔의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 제주에서는 흔한 생선으로 여겼던 자리돔마저 귀한 몸이 된 것이다.
자리돔 주산지인 서귀포시 보목동과 모슬포 어민들은 4월 중순쯤부터 자리돔 조업이 시작됐지만 어획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14일 밝혔다.
자리돔은 수협에서 일괄 유통되지 않고 어민들이 개별 판매하는 식이라 정확한 어획량을 산출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어획량 감소는 시장 거래 가격으로 체감할 수 있다.
제주동문수산시장에서 물회나 횟감용으로 지난해 ㎏당 1만5000원선에서 팔리던 자리돔이 올해는 2만원에서 최고 2만3000원까지 뛰었다. 한 판매업자는 “지난해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었는데 올해 어획량이 줄면서 가격이 더 뛰었다”며 “점점 어획량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자리물회 판매 가격을 지난해보다 1000원 이상 올리는 음식점도 생겨나고 있다.
어획량이 줄어든 이유는 뚜렷하지 않다. 다만 어민들과 판매업자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추측하고 있다.
자리돔은 흑갈색을 띠는 자리돔과의 물고기다. 주로 4월부터 9월까지 조업이 이뤄지지만 지금인 6월이 가장 맛있다. 제주에서는 자리돔을 회, 구이, 무침, 조림 등으로 다양하게 요리해 먹는다. 무엇보다 자리돔을 뼈째로 얇게 썰어 오이, 양파, 깻잎 등과 함께 넣어 된장 등으로 간을 해 먹는 자리물회는 여름철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손꼽히는 향토 음식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재는 잘 잡히지 않고 있으나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