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향내를 쫓아서 떠나는 월목회
그윽한 봄기운을 받으며 동해를 따라 달렸다. 월목회 회원 십육 명이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활짝 켰다. 푸르디푸른 동해의 너울이 햇살에 출렁이고 갈매기는 먹이를 찾아 하늘을 날고 있었다. 바위틈에 줄지은 강태공들도 보였다. 일행 모두가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현장을 목격하면서 백암 온정 마을을 향했다.
후포 어시장에서 시장기를 해결했다. 회장님의 선창에 따라 파이팅을 외치며 일시에 건배(乾杯)했다. 활어 회 한 점을 초장에 푹 찍어 상추에 싸서 한입 가득 넣었더니 그윽하고 아삭한 감칠맛으로 한 여인을 품은 듯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더니 회원들도 웃음 가득함이 행복스러워 보였다. 일상의 일은 잠시 접어두고 떠나는 여행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평해 초입에서 차 머리를 좌로 돌렸다. 멀리 백암산이 보였고 계곡의 물소리가 우렁찼다. 행렬은 좌우측 도로에 벌거벗은 배롱나무의 사열을 받으며 산기슭으로 들어갔다. 샛노란 개나리는 방실방실 웃고 있었지만 배롱나무는 아직도 울상이 되어 떨고 있었다. 드디어 목적지 백암산 자락에 당도했다. 회원들은 뒷산을 올랐다. 진달래며 산수유가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우리를 맞아주었다. 내려와서는 P 회사의 연수원에 여장을 풀었다.
일행의 행동은 통일이었지만 욕탕만은 성별(性別)하여 들어갔다. 알몸으로 탕에 들어가 일상의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파크골프라는 인연의 소중한 만남을 확인하면서 우정과 단합을 다졌다. 저녁에는 한자리에 모였다. 소주잔을 기울이며 월목회 발전과 화합을 다지는 잔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아쉬움에 못 견뎌 노래방으로 갔다. 십팔번이 흐르고 너와 내가 밀착하여 춤과 함께 회포를 풀었다. 숙소로 돌아와 아쉬운 밤을 보냈다.
다음 날은 바닷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 국도를 따라 내려오다 고래불해수욕장의 바닷길을 따라 대진을 거쳐 영덕의 풍력발전소에서 잠시 쉬었다. 수십 미터 풍력기의 날개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천천히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력은 시속 백 킬로미터 이상이라고 했다. 완전 무공해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산 위에서 꾸준히 돌아가는 풍력기를 바라보고 있으니 세월을 휘저으며 살아온 옛일들이 추억 너머에서 넘어와 상념에 젖기도 했다. 단체 기념사진을 담고는 곧장 자리를 떴다.
포항의 죽도 시장과 운하를 둘러보았다. 시장은 생명이 활기찬 모습이어서 언제 가도 좋다. 온갖 고기들이 퍼덕거리고 사람들은 먹을거리를 흥정하는 모습 또한 보기가 좋았다. 살아있는 삶의 현장이라 그런가 보다. 운하 길은 형산강과 죽도 시장을 잇고 있었다. 운하 좌우측은 휴식 공간과 조각물로써 볼거리가 많았다. 새로운 공간으로 나그네의 발길을 붙들기도 했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식당에 들렀다. 고디탕 맛이 일품이었다. 회장님의 마무리 회고와 앞으로의 발전을 당부하면서 잔이 부딪쳤다. 돌아오는 길은 비마저 우리의 앞날을 축복해 주었다. 다음 구장에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은 무척이나 가벼웠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