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 글은 막걸리님의 전용게시판이 생기면서 회원마당에 실려있는 글을 발췌해 온 것 입니다. 막걸리 판사님 부디 양해해 주시길......**
오늘은 재판전날이기도 하고 한, 일전이 있어서 일찍 집에 와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이글을 씁니다. 지금 상당히 한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군요. 김병지가 잘 막고 있습니다.
후배여러분 크리스마스 계획은 세웠습니까. 아직도 옆구리가 시린 여우나 늑대의 처지라면 어찌 하오리까. 방콕하소서.
오늘은 법원의 좌, 우 배석판사에 대하여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법관은 법률상 대법관, 판사, 예비판사(사법연수원 27기부터 2년간 법원에서 별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정식 판사로 임명됨)로 나뉠 뿐, 합의부의 재판장을 지칭하는 부장판사라는 용어도 공식 명칭은 아니고 관행화된 호칭에 지나지 않습니다. 좌, 우배석판사는 합의부의 재판시 부장판사의 좌, 우에 앉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뿐입니다. 그러나, 좌, 우 배석판사간에는 엄연히 서열이 있고, 하는 일도 구분되어 있습니다.
먼저 좌, 우 배석판사간에도 엄연히 서열이 있습니다. 누가 더 높겠습니까. 조선시대 의정부의 좌의정과 우의정은 누가 더 높습니까. 물론 좌의정입니다. 그러나, 법원은 우배석 판사가 서열이 높습니다. 저도 누가 무슨 이유로 그렇게 정했는지는 모릅니다만, 짐작컨대, 세상은 오른손 잡이가 지배하고, 누구의 오른팔이라는 둥 우리의 관념속에 오른 팔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우배석, 좌배석은 우선 연수원 기수로 정하기 때문에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사법연수원을 늦게 수료하면 좌배석이 되는 쓴맛(?)을 보아야 합니다. 연수원 기수가 같은 경우에는 물론 연수원 성적으로 결정합니다. 그래서, 법원에서는 연수원 성적은 무덤까지 가지고 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근무지나 담당업무 선택에 있어서도 연수원 동기생끼리는 성적우수자가 우선권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저도 작년과 올해 상반기까지는 연수원 26기와 근무하는 바람에 우배석이었으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저보다 공부를 쬐금 잘한 연수원동기와 근무하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좌배석을 하는 불운(?)을 겪고 있습니다. 후배여러분, 공부는 무조건 잘하고 볼 일입니다.
우배석은 법정에서 재판기일부를 작성합니다. 오전, 오후에 진행할 사건을 적절히 안배하고, 판결선고일정을 조정하기도 합니다. 물론 부장판사와 상의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재판부의 총무로서 각종 경조사와 행사일정을 챙겨야 합니다. 한마디로 살림꾼입니다.
좌배석은 법정에서 소송기록표지에 재판진행기일을 표기하고 기록을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라는게 별것은 아니고 기록을 법대 위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입니다.
당연히 판결문의 서명날인란도 부장, 우배석, 좌배석의 순서로 되어 있습니다.
일상 생활에서는 식사를 하러 갈 때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습니다. 식당이나 사무실에 들어 갈때는 부장, 우배석, 좌배석의 순서로 들어 갑니다. 평소 걸어 다닐때는 좌배석은 부장의 왼쪽, 우배석은 부장의 오른쪽에서 약 한걸음 뒤에서 걸어갑니다. 법원 근처에서 점심시간대에 보면 삼각편대로 걸어 다니는 무리들이 심심찮게 눈에 보일 것입니다. 아마도 십중 팔구는 재판부의 좌, 부장, 우배석 일행일 것입니다. 이것은 법원의 불문율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어느 법원에서 재판부가 현장검증을 가게 되어서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부장이 가운데에 누워 자고, 위 불문율에 따라 좌배석은 왼쪽에, 우배석은 오른쪽에 누워 잤다고 합니다.
그런데, 잠을 자던 중 소변이 마려워 좌, 우배석이 화장실에 갔다 온 후, 그만 잠결에 자리를 바꿔 잤습니다. 그 후, 부장이 화장실에 가기 위하여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 사이에 하극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날, 두 사람은 엄청 기합을 받았다는 야그가 전해 내려 오고 있습니다.
집사람이 애인에게 편지쓰냐고 핀잔을 주고 있군요. 다음에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