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스쿨링 ; EBS 슬로리딩에서 올바른 독서방법 찾기

그룹홈스쿨링하는 아이들과 함께 EBS 다큐프라임, 슬로리딩 3부작을 시청했다. '슬로리딩'은 용인시 성서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단 한권을 교재로 한 학기 동안 국어 수업을 하는 내용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또박또박 낭독하고, 교사가 읽으면서 설명해주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그 단어로 문장이나 글을 지어보기도 하고, 작품의 시대 배경을 조사하고, 책에 나온 나무와 꽃을 야외로 나가 확인하고, 책에 인용된 시와 노래를 듣고, 책에서 한 주제를 뽑아 도서관에서 심화학습을 하고, 아이들이 출제한 문제로 독서골든벨을 진행하고, 찬반 토론 수업도 한다. 아이들은 이 과정에서 책을 찬찬히 여러 번 읽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 이전에 아이들은 한 달에 90권 이상 읽는 아이가 43%에 이르는 등 1일 평균 1~2권씩 읽는다고 했다. 아이들은 책을 빨리,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었다. 인터뷰 중에 한 아이는 멍때리고 있는 상태에서도 읽는다고 했다. 아이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책을 읽는다는 것과 책의 내용을 안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한 학기 프로젝트가 끝나고 한 아이는 "이제는 책을 읽으면서 안다. 책을 읽으면서 배운다."고 했다. 정희진은 <정희진처럼 읽기>에서 "독서는 몸이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터널이나 숲속, 지옥과 천국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거친 후에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썼다. 책을 읽어도 변화가 없다는 것은 책읽기가 잘못된 것이라는 거다.
'슬로리딩' 프로그램은 올바른 독서 습관과 책을 대하는 태도란 어떤 것인가 스스로 터득하도록 하는 프로젝트이다. 책은 천천히, 깊게, 즐겁게 읽어야 한다는 거다. 지금은 공부의 목적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일 수 밖에 없다. 책읽기도 마찬가지다. 공부나 독서 모두 입시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좋은 성과를 얻는가?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에 담긴 뜻이 무엇일까? 이 프로그램식 표현으로 하자면 '한 달에 100권씩 읽는 것보다 육 개월에 1권 읽는 것이 더 좋다.'는 뜻 아닐까?

소설책 한 권으로 6년 국어교육 과정을 이끌어갔다는 일본 사례
'슬로리딩'은 일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일본 고베시에서 1960~70년대 한 국어교사가 중고등 과정 6년 내내 <은수저>라는 단 한권으로 가르쳤고 그 제자들은 대부분 좋은 대학에 갔다고 한다. 그 학교에 그 국어교사의 수업 관련 유품이 진열장에 전시되어 있었다.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왜 그 수업방식이 전승이 안되었는지가 궁금했다.
대부분 국어책으로 국어 공부를 한다. 하지만 국어는 국어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어로 표기되어 있는 모든 것이다. 국어책 밖의 국어를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해 간다는 것이다. 세상에 대한 이해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다. 몰라서 궁금한 것이 호기심이다.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으면 확장은 없다. 지식은 연결되어 있다. 책은 책과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한 권으로 이뤄진 6년간의 수업. 부족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어 찾고, 활용하고, 연관 분야로 넓혀가는 공부
'슬로리딩'을 시청하고 나서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에게 각자 보완할 점에 대해 물었다. "한 번 이상 읽는 건 생각한 적이 없는데 두 번 읽겠다."고 하고, "줄거리 중심으로 읽고 재미없으면 건너뛰기도 하는데 깊게 읽겠다."고 한다. "단어를 찾고 외울 뿐 다른 참고자료를 찾은 적이 없는데 이젠 (연관) 자료를 찾겠다."고 한다. 낭독을 하겠다는 녀석은 하나도 없다. 다음날 이 달 시간표를 짤 때 모두에게 동일한 시간을 낭독시간으로 고정하고 낭독하라 했다.

서당에서 묵독은 없다! 각자의 운율 장단을 갖고 두런두런 웅성웅성 낭독이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읽기 습관이 되어있지 않다. 누구도 그러지 않기 때문에 혼자 소리내어 읽는 것은 창피할 수 밖에 없고, 바쁜데 읽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도 참기 어렵다. 하지만 소리내어 읽기는 중요하다. '슬로리딩'에서 '슬로리딩의 원조'인 서당으로 현장학습을 간다. 서당식 교육은 다독이 아니다. 천천히 꾹꾹 눌러 소리내어 읽는다. 한 책을 읽고읽고 또 읽고읽다보면 원리가 깨우쳐져서 그 원리로 모든 사물을 미루어 헤아릴 수 있다고 했다.
낭독은 뇌에 각인되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생각의 깊이를 더 깊게 한다. 그래서 읽을 때 자기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오래 혼자 산 경우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말들은 잊는다고 들었다. 사람 앞에서 말을 제대로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짜증내고 화내기만 하지 입을 닫고산다. 생각보다 끔찍할 정도로 사람에게서 말이 사라지고 있다. 말을 채우기도 빈약한데 말이다. 지식과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 자기 의사를 분명히 표현하기 위해서, 애써 배운 말이 사라지지 않도록, 아니 발성과 발음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알기 위해서라도 낭독이 필요하다.
오늘 오후 첫 시간. 모든 아이들이 낭독시간으로 맞추라고 한 시간이다. (여기서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은 각자 자기 시간표가 있는데 시간시간이 서로 다르다) 아이들이 낭독을 한다. 억양이 없고(기계니?), 급하고(쫒아오니?),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이민 2세야?), 끊어읽기가 아쉽다(이해는 한거야?). 아이들의 낭독을 중단시켰다. 돌아가면서 한 아이씩 30초 정도 낭독하게 했다. 개별적으로 꽤 차이가 있다. 아이들에게 낭독 시범을 보여주면서 주문했다.
- 의미있는 단어의 묶음끼리 끊어읽되 억양을 넣어라.
- 읽으면서 의미가 확실히 잡히는지 자각하면서 읽되, 의미를 놓치면 다시 읽어라.
- 의미가 안잡히면 단어찾기, 의미찾기를 하고나서 읽어라.
-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발음을 정확하게 하라.
슬로리딩은 책을 천천히, 깊게, 넓게, 곱씹어가며 읽는 방법이다. 그룹 홈스쿨링하는 아이들이 책을 읽고나면 책을 읽기 전과 비교해서 '어떻게 자신이 달라졌는지'를 물어봐야겠다.
* 위 사진들은 EBS '슬로리딩' 이미지를 캡처한 것임
첫댓글 저는 제 의사 표현과 발음 두가지다 되질 않으니 반드시 낭독을 열심히 하겠어요.
의미있는 단어의 묵음끼리 끊어서 낭독하진 않았었는데, 그렇게 끊어서 읽는게 좋을 것 같아요.
느리더라도 천천히 음미하면서 낭독해야겠어요
여러 지식 습득하는 것보다 하나의 지식을 지혜로 써먹을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하시모토 선생님의 제자가 되었다는 생각을 가지고 패스트리딩이 아니라 슬로리딩을 하도록 할께요. 낭독도 발음 좀 더 정확히 하고 목 아프지 않는 것에 적응하려고 열심히 하겠어요~
저한테 필요한게 특히 낭독인데 낭독을 열심히해야겠습니다.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천천히 읽어지더라도 낭독을 하면서 꼼꼼히 읽겠습니다.
단어를 찾아보는것도 중요하고 낭독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서당식 공부를 보고 충격적이었어요..지금 이 세대에도 저런 공부법이 있구나 하는..?
그렇게 외우다시피 해야겠어요, 앵무새는 되지 않게끔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