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천풍이가 김정숙을 토굴속에서 갖쳐있다가 기정숙이
온몸에서 불덩이 열이나고 오환까지 겹치니 천풍가 또다시 바늘로
사관을 터어 보았지만 하루밤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하니
천풍는 바늘 침이 효과를 못보니 아무래도 밤새도록 끙끙
알터니 몸살이거니 하고 꿀물을 타서 먹인다 정숙은 몰골이
말이 아니고 눈이 한자나 쑥들어갔다
천풍는 죽을 끓여 먹여보지만 넘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토굴속에 혼줄이 난 모양이다 천풍는 그냥있을수도
없어 인근 군부대 의무대에 가서 약을 지어오기로 하고 삼거리로
내려가니 오영희 차가 올라오는 것이다 천풍는 오영희가 오늘이
보름이 아닌데도 서울에서 오니 이상하게 생각한다 차에서 내린
오영희는 천풍에게 자기 나 많이보고 싶었지하며 지금 어디가는 냐고
한다 천풍는 이차 저차 하여 군의무대 약타려 간다고하니 오영희는
생수공장을 하게되니 내차에 가정 상비약을 사왔다고한다
천풍는 오영희가 매사에 빈틈이 없다고 혼자 중얼거린다
오영희가 초막에 가니 정숙이가 끙끙대며 눈물까지 흘리는 것을본
오영희는 내가 서울서 오면서 종로 보령약국에서 상비약으로
감기 몸살약도 가저왔으니 먹어보란다 오양희는 직감적으로
정숙이가 천풍에게 얌전히 있지 못하고 밤에 고약한 무슨짓을 해서
몸살이라고 생각이든다 다시 오영희가 정숙에게 너는 평생가도
감기한번 않했는데 여기서 무슨일을 저질렸는냐고 농담까지 한다
그제야 정숙은 너 신랑 따라 토굴에 갔다가 전기가 꺼저
이틀동안 굴속에 갖쳐다가 몸살이 났다고하니 오영희는 내가
너무 오바했나 하면서 속으로 미안한 모양이다 이렇게 지리짐작으로
평소에 정숙이가 행실이 개차반으로 밖에 나가면 애들이 물가에
어린애 나간것처럼 안심이 않돼는 정숙이다 이러나 저러나 오영희는
무슨일이 터전든지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원체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사이니까 간 쓸개라도 빼주는 사이니 말이다
그런데 오영희가 갑짜기 온것은 동대문 시장에 약수를 공급하니
약수가 좋다고 인근 평화시장 상인들도 먹겠다고 야단이니 오영희가
천풍에게 약수 수량이 넉넉한지 확인 하려 온것이다 옆에 있던 천풍는
아마도 지금 서울보내는 양만큼은 더 보내도 된다고한다 그러면서오영희는
가방에서 주먹만한것을 꺼내드니 거기 서울 히노차 대리점지이요 하고 당장
내일까지 10톤 트럭 한대를 동대문 시장어디에 갔다
달라고 하고는 운전기사에게 모래부터는 트럭두대로 약수를 운반하라고
그자리에서 일을 치라하니 천풍눈이 히둥그래진다 옛날 군시절 무전기보다는
적고 큰 성냥통 두개나되는 것으로 연락을 치하니 밖에 세상이 변하긴많이
변한줄안다 그것이 바로 80 년대초 처음으로 등장한 핸드폰이다 너무커서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았는가?정숙이가 오영희를 보고 너 그전화기를
얼마에 구입했는냐고 하니 이거 미국 모토로란데 500만주고 샀단다
그런데 천풍는 약수를 지금보다 배를 싫어낸다니 이제 접봉산은
개판된다고 속으로 중얼중얼한다 물좋다고 서울장안 사람 다먹게 한다는것
아닌가 이건뭐 김선달이 대동강물 팔아먹는 꼴이니 오양희는 못 말린다고
한다 이리하여 밤이되니 오영희는 천풍와 잠자리를 해야하는데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고 하필 내가올때 정숙이 몸저 누었으니 친구 의리상 신랑에게
덤벼들지 못하니 오늘밤은 헛탕치고 말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되고 말았다
다음날 오영희는 정숙을 데리고 서울가서 몇일동안 쉬도록 하겠단다
이참에 천풍는 원님덕에 몇일이라도 여자들에게 시달리지 않으니
사람사는것 같았다 오영희는 신랑에게 오늘은 그냥가고 보름날에는
땅바닦이 꺼저도 오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애들이 아빠보고 싶다고 야단
이란다 천풍는 근 달포 동안에 난리법석을 떨던 초막이 쥐죽은 듯이 조용하니
옛날처럼 살맛이난다 그때 그시절이 좋았는데 하면서 낮잠이나 원없이
자겠다며 초막에서 열십자로 퍼저 잠을 청한다.☞ 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