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맞이한 '재'는 저에게 '잿빛'이란 색으로 왔습니다.
문득, 잿빛이 사전에 무어라 설명되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 재의 빛깔과 같이 흰빛을 띤 검은빛. '
흰빛을 띤 검은빛 ㅡ 이말 참 이쁘네요.
저는 첫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큰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엄마란 걸 제 아이가 알아차리지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된건..
.. 저는 4남매중 넷째입니다.
결혼이 늦었던 제게 젖먹이 조카들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천사들이었습니다.
제 품에 안긴 채 솜털난 얼굴로 생글거리면
팔이 뻐근한지도 모르고 한참을 돌보곤 했습니다.
누가봐도 제가 낳은 아이로 착각 들게끔.
어쩌면 저 역시
제가 엄마라 꿈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행복을 주던 조카들이
어느 순간 자지러지게 울어버립니다.
귀저기를 갈아보고 분유도 먹여보고
이것저것 얼래고 달래도 당췌 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조카들의 엄마가 와서 안아주면
언제 울었냐는 듯 싸악 ㅡ 편안해진 얼굴.
큰언니 아들렘도 그랬고
둘째언니 아들렘도
오빠네 아들, 딸도
모두가 제게 그런 경험을 주었습니다.
그때 든 배신감이란.
그리고 그럴때마다 같이 들었던 생각은
ㅡ ' 난 엄마 자격이 없는건지도 몰라 '
이 기억이 '엄마'란 이름을 앞둔 제게
두려움으로 찾아왔었습니다.
.. 아, 울엄만 몸이 불편해 내 아이를 돌봐줄수도 없는데 ..
물론 말.도. 안.되.는. 걱.정.이었지만
출산전엔 꽤 심각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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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가 아직 유모차를 타고 다닐때 즈음
<회색아이>를 만났습니다.
마르틴이 세상에 막 머리를 내놓았을때 처음 들은건
불길한 소리를 했다고 나무라는 말이었어요.
아빠가 한말
" 아이 피부색이 이상해, 커서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리면 어떡하지? "
시간이 흐른 뒤 엄마는
마르틴이 마음속까지 회색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하얀 고래를 보러 남극으로 여행 갔을 때도
태평양의 조그만 섬에서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났을때도
아프리카에서 새끼 기린이 엄마 배 속에서 나오면서 버둥거릴 때도
전혀 감동하지 않는 걸 보면
마르틴은 틀림없이 이상한 아이예요.
.
.
글쓴이 말 중
ㅡ ' 어른이 하는 짓좀 봐 '
지금껏 아이들을 위해 해온 여러것들이
진심,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 생각하게 한 그림책이었습니다.
첫댓글 잿빛이 흰색이 도는 검은색이네요.
이대로 이쁜것을 어른들은 어째 그랬을까요.
글 읽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종이꽃님 세 아이는 행복하겄다 합니다^^
웃고 놀줄 아는 아이들로 키우고 있어요 ^^
회색아이..
어찌보면 어른들의 시선으로..
잿빛의 뜻을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되네요...흰색이 도는 검은색...
어른들 맘대로 회색을 좋지 않은 이미지로 새겨놓은거 같아서 ..
전혀 감동을 하지 않는..
회색..
아이...
데려와야겠어요.
아직 못 본 책인데..
감정이 없던게 아닌데 제멋대로인 어른들 생각이었지요^^
@종이꽃 아! 더궁금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