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문안 에티켓을 알아 둡시다
“안색이 좋지 않군요” 등의 말은 삼가해야
주스대신 책·입원용품 선물도 좋아
운동을 좋아하는 양모(67)씨 는 얼마전 일산호수공원에서 조깅을 하다가 인근병원에 입원한 친구가 문뜩 생각났다. 그래서 그 동안 가야지 하면서도 이런저런 일 때문에 깜빡했던 친구의 병문안을 이날 가기로 마음먹었다. 병이 좀 나았을지도 궁금했고 오랜만에 친구 얼굴도 보고 싶어 한걸음에 병원으로 달려간 양씨.
여느 문병객처럼 그는 친구의 건강을 걱정하면서, 오랫동안 병원에만 있어 궁금했을 다른 친구들의 소식과 최근 이야깃거리를 들려주었다. 병상에서 앉는 게 고작인 친구는 미소만 띄웠고, 회복을 기원하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고 병원을 나섰다.
그런데 병원을 나와 집으로 가려는 순간, ‘아뿔싸!’ 이제야 자신의 복장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헤어밴드와 손목밴드, 러닝타이즈에 운동화 등 마라톤 전용 복장을 갖춘 자신이 병상에 있는 친구와 그의 부인 눈에는 어떻게 비쳐졌을까. 걷지도 못하는 사람 앞에 운동복을 걸치고 나타난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환자의 쾌유를 위한 병문안이라고 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은 뒤 자신을 찾아오는 문병객이 ‘손가락’에 관한 말을 꺼내면 그렇게 듣기 싫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무심결에 한 문병객의 손짓이 고의인 것처럼 비쳐져 이 사람들의 병문안 목적까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고 한다.
평소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이 입원했다는 말을 들으면 남의 일 같지 않아 선뜻 병문안에 나서는데, 예상 밖의 실수로 환자의 심기를 더 나쁘게 하고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양씨처럼 늦게나마 자신의 실수를 깨닫는 경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이 되기 전에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병문안 에티켓에 대해 알아보자.
▲ 이런 말은 충격적= 환자 본인은 병이 초기일 경우에도 온 신경이 병의 정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주위 위로의 말은 그저 건성으로만 들릴 뿐이다. 그런데 병석에 있는 시간이 장기화될 때에는 기분이 상당히 초조하고 불안해지므로 문병객의 말 한마디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때문에 “아직도 안색이 좋지 않으시군요, 상당히 쇠약해 보여요, 듣자니 한때는 위독했다죠? 사촌이 자네와 같은 병으로 사망해서 퍽이나 근심했어. 쓸개를 떼어냈어요?” 등의 말은 언뜻 듣기에는 위로의 말 같지만 실은 환자의 입장에선 충격이 강한 말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당신과 같은 병으로 내가 아는 사람이 사망했다는데 정말 조심하세요”라는 말을 별 생각없이 하는 사람이 있다. 보통 몸조리 잘하고 조심해서 쾌차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겠지만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다리 수술을 했거나 당분간 병상에 누워있어야 하는 사람에게 골프 등의 운동 얘기를 하는 것, 암 수술, 위절제술로 미음식을 하는 환자에게 최근 맛있는 음식을 먹은 얘기를 하는 것은 큰 실수다.
▲ 건강한 기분이 드는 말= 때문에 괜히 위로한답시고 이말 저말 꺼내면서 말실수를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환자의 말을 경청하며, 맞장구 쳐 주는 것이 훨씬 낫다. 꼭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면 “안색이 아주 좋아졌어요, 뺨에 살이 올랐는걸요, 예정보다 퇴원이 빠르겠어요” 등의 긍정적인 말이 바람직하다.
▲ 주의해야 할 병문안 선물= 가장 흔한 병문안 선물로 주스나 꽃을 사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때론 이런 선물이 환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보호자가 달가워하지 않는 선물이 되는 수가 있다.
과일·통조림주스·과당음료는 당뇨·고혈압·심장병 환자에게 주의해야한다. 생과일·날음식은 암·면역력감소 환자에게 주의해야하고, 오렌지·딸기주스·콩음료는 만성신부전증 환자 방문시 피한다. 화분과 난은 폐렴 등 감염 환자나 면역력 감소 환자 방문 시 삼가야 한다.
만약 감염환자가 아닌 환자에게 꽃을 선물할 경우에는 수명이 길고 계절감을 느낄 수 있는 꽃이 좋다. 꽃 색깔은 화려한 빨간색이 좋겠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피를 연상시키므로 주의하고, 극단적인 백색 꽃이나 노란색 꽃은 근조용 꽃을 연상시키므로 피한다. 또 향기가 강한 꽃도 피한다. 병원에서 오랫동안 요양치료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점점 성장하는 화분식물이 도움이 된다.
▲ 책·음악·입원용품 선물 좋아= 입원 환자의 평소 취미생활을 떠올려 색다른 선물이 주스보다 나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바둑이나 골프 등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환자라면 관련 서적을, 특정 음악을 좋아하면 입원 기간 틈틈이 감상할 수 있는 노래를 선물하면 좋다. 책과 음악은 불안정한 환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입원 기간 유용하게 쓰이는 용품도 훌륭한 선물이다. 장기간 투병 생활을 한다면 입술 보습제를, 면연력감소 환자라면 항균효과 비누나 관련제품을 선물한다.
회복기에 병원 주변을 산책을 할 때 쓸 수 있는 무릎 담요나 바람막이 숄도 세심한 배려가 깃든 선물. 항암제 치료로 머리가 빠졌거나 뇌수술로 삭발한 환자라면 퇴원 할 때 쓸 수 있는 근사한 모자를 선물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