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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資相克世搖搖
노동과 자본가 상충해 요동치고 1)
物理虛無似水泡
사물의 이치 거품처럼 허무하네.
簞食一瓢猶樂道
일단사일표음이 즐거움이 되고 2)
土階三等更欽堯
삼단 집은 요임금 흠모케 하네. 3)
芥薑菜熟當魚果
겨자 생강 채소는 어과 못잖고 4)
桂稻香生勝酒肴
계수 벼 향 술과 고기보다 낫네. 5)
先救窮農時正急
가난한 농민 구함이 우선 급한데
割鷄何必用牛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필요하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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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자상극(勞資相克): 노자는 노동자와 자본가를 아울러 말하고, 상극은 상극(相剋)과 같으니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충돌함이다. 이어진 세요요(世搖搖)는 세상이 (시끄럽게) 요동친다는 말.
2) 일단사일표음(一簞食一瓢飮): 논어(論語 雍也)에 공자가 안회(顔回)를 칭찬한 말이다, “어질다 안회는! ‘한 대나무그릇의 밥을 먹고 한 쪽박 물을 마시며(一簞食一瓢飮)’ 누추한 곳에 산다. 남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겠거늘 안회만은 그렇게 사는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참으로 어질다, 안회는!”
3) 토계삼등(土階三等): 흙 계단 세 층이란 말로 묵자(墨子)가 요순(堯舜)의 검약함을 말한 것이니, 궁궐이라야 마루높이 석자의 초가집과 세 층의 흙 계단이었다고 한다.
4) 개강채숙당어과(芥薑菜熟當魚果): 원문에 고강(苽薑)은 개강(芥薑)일 것이니 겨자와 생강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고, 채숙은 채소 익힌 것이다. 천자문(千字文)에 과진이내, 채중개강(果珍李柰, 菜重芥薑), 곧 과일 중에서는 오얏과 능금이 가장 귀하고, 채소 중에서는 겨자와 생강이 중요하다는 표현이 있다. 당어과는 생선과 과일을 당한다, 곧 당할 만하거나 못지않다는 뜻이다.
5) 계도향(桂稻香): 계수나무 향기[桂樹香]와 벼의 향기[稻香]로 아름다운 천연의 자연 향.
6) 할계(割鷄): 이 구절은 논어(論語 陽貨)에, 공자가 한 말의 인용이다. “공자가 무성(武城)에 갔을 때 현악에 맞춘 노래를 듣고 은근히 웃으면서 말했다, ‘닭 잡는데 어찌 소 잡는 칼이 필요하겠는가(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 莞爾而笑曰. 割鷄 焉用牛刀)?” 농담이라고 했던 공자의 뜻은 최선을 다했다는 의미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