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의 실종… “못 찾겠다, 소똥구리·따오기”
예전엔 흔했는데 50년 자취 감춰
조유미 기자 입력 2023.06.05. 03:17
지난달 26일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콜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야생 소똥구리를 찾은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환경부는 2017년 소똥구리 복원 연구를 위해 ‘몽골 소똥구리 50마리를 5000만원에 산다’는 입찰 공고를 냈다. 이후 ‘야생 소똥구리 1마리를 찾아오면 현상금 100만원을 준다’는 말로 와전되면서 ‘찾았다’는 제보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4년간 400건 가까운 전화가 왔지만 실제 소똥구리가 확인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래픽=송윤혜
4일 국립생태원이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야생 소똥구리는 공식 기록상 1969년 8월 2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서 채집된 것이 마지막으로 나온다. 소똥구리는 소똥이나 말똥 등으로 지름 3~4㎝ 크기의 둥근 경단 모양을 만들어 굴리며 이동한다. 과거 전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도시에선 개발 때문에 소똥구리가 살 만한 풀밭이 없어졌다. 농촌은 농약과 사료 사용이 늘어나면서 ‘먹고 살 만한 똥’이 줄었다. 소똥구리는 경단 안에 알을 낳고 번식하는데, 인공 사료를 먹인 소나 말은 분변이 묽어 소똥구리가 둥근 경단을 만들어 굴리기 어렵다고 한다. 1970~19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현재 성인들이 기억하는 소똥구리는 생김새가 유사하고 가축 배설물을 굴리며 사는 긴다리소똥구리나 보라금풍뎅이 등이라고 한다. 소똥구리는 2급 멸종 위기 야생 생물이고, 최근엔 우리나라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진 상태인 ‘지역 절멸종’으로 분류됐다.
사라지는 토종(土種) 생물은 소똥구리뿐이 아니다. 동네 개울이나 습지에서 흔히 보이던 물방개와 맹꽁이, 장수하늘소도 멸종 위기종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던 황새와 따오기도 비슷한 처지다.
연못에서 잡고 놀던 물방개(2급 멸종위기종)는 수질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급감하며 야생에서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길거리에서 파는 검정물방개와 큰알락물방개, 호랑물방개 등은 모두 해외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다. 중국에서 많이 온다. 토종 가재와 꼬마도롱뇽도 멸종 위기종은 아니지만 비슷한 이유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장수하늘소(2급 멸종위기종)는 1968년 곤충 가운데 처음으로 천연기념물로 등록됐으며 1980년대 이후 발견되지 않다가 최근 일부 지역에서 서식이 확인되기도 했다.
황새는 1950년대 전국에서 서식했지만 지금은 1급 멸종 위기종이 됐다. 밀렵과 농약 사용 등으로 1970년대 들어 집단 서식이 사라졌고 이후엔 중국과 러시아에서 월동하러 오는 20~50마리 정도만 매년 불규칙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2급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도 1979년 1월 비무장지대(DMZ)에서 한 마리가 발견된 뒤 자취를 감췄다.
국립생태원은 황새나 따오기 등 멸종 위기종에 대한 복원 연구를 통해 번식에 성공한 개체를 지속적으로 야생에 방사하고 있다. 황새는 2020년 기준으로 방사한 68마리가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돼 멸종 위기 등급을 1급에서 2급으로 낮추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인공 번식으로 방사가 가능한 종은 대부분 2급이고 번식이 어려우면 1급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센터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똥구리와 유전적으로 정확히 일치하는 몽골 개체 200마리를 2019년 들여와 번식에 성공했다”며 “곧 자연에 방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1969년 이후 야생에서 사라진 국내 소똥구리가 과학의 힘으로 다시 자연에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멸종 위기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급 멸종 위기종인 나팔고둥은 뿔소라로 오인돼 횟집에서 팔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1급 멸종 위기종을 포획·채취하거나 죽이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외래종을 들여와 키우다 자연에 방사하기도 하는데, 그러면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거나 교잡이 일어난다”며 “버려진 외래종 물방개 때문에 토종 물방개의 개체 수가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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