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求諸己(반구저기)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 상 제4장에 나오는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라’는 말로서 대학 교수들이
한국 사회의 소망을 담은 2007년의 사자성어로 선택하여 잘 알려진 말이기도 하다.
지금도 유효하지만 당시 위정자들이 잘못을 지적당하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대신 오히려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풍조를 이 말로 표현한 것이다.
사실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문제는
본인 스스로가 자초한 경우가 많다. 맹자는 말하기를
‘다른 사람을 친밀하게 대하는데도 가까워지지 않으면 자신의 인자함을 반성하고,
다른 사람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신의 지혜를 반성하고,
다른 사람에게 예의를 차렸는데도 상대가 예에 맞는 답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경의(敬意)를 반성하며 행위가 기대했던 것을 얻지 못한 사람은
모두 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라’고 했다.
옛날 하(夏)나라의 우왕(禹王)때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우왕의 아들 백계(伯啓)가 나가 싸웠지만 참패하였다.
백계는 ‘나의 모든 군력(軍力)이 적지 않음에도 패배한 것은
나의 덕행이 유호씨보다 부족하고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만 못했기 때문이니
나는 먼저 나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아 고쳐나가겠다’라며 더욱 분발하여 백성을 아끼고
덕을 베풀어 결국 유호씨도 그에게 감복해 귀순했다는 고사에서 이 말이 유래하였다.
맹자 공손추 상편 7장(부분)
또한 맹자 공손추(公孫丑) 상편 7장에 ‘활을 쏴 과녁을 맞추지 못해도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원망하지 않고 자기에게서 원인을 찾을 뿐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공자가 논어 위령공(衛靈公) 편에서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찾고(君子求諸己/군자구저기),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小人求諸人/소인구저인)라고 한 말도 같은 뜻이다.
사람이 어떤 잘못을 했을 때 자신을 탓하는가 남을 탓하는가를 보면
군자인지 소인인지 금방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보면 사람이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려 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듯하다.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원인을 돌리고 원망하는 일이 많다
‘자기의 잘못을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만 탓한다’
는 뜻의 책인즉명(責人則明)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또한 사람의 이러한 약한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려는 사람들이
이를 부추겨 사회와 나라를 혼란하게 하고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정당하다고 억지를 쓰는 일이 일어난다.
공자는 논어 이인편(里仁篇) 17장에서
‘어진이를 보면 그와 같아지려 생각하고(見賢思齊焉/견현사제언),
어질지 못한 이를 보면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라(見不賢而內自省也/견불현이내자성야)’
하였으니 이는 반구저기보다 한 걸음 더 나간 수양의 도(道)를 가르치는 말씀이다.
그러나 자신의 이익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겐 이 말은 소귀에 경읽기
즉 우이독경(牛耳讀經)이요 말해도 듣지 않는 마이동풍(馬耳東風)에 불과하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에게 불리한 일이 생기면
일단은 모든 것이 남의 탓이라고 우기려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