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한 번에 가장 많은 금액을 쓴 경우를 살펴보았습니다. 대체로 사용내역 항목이 동일해 실질적 확인이 불가하지만 확인할 수 있는 선에서는 <직원들 격려>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다소 이례적인 경우는 관악구인데요, K2 신림점에서 330만원을 지출했습니다. 정보 비공개로 어떤 사유로 지출했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구에 비해 월등이 높은 금액을 한 번에 지출한 경우로 사용 내역이 몹시 궁금해집니다. 강동구에서 파출소 방문 격려로 지출한 내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구 의장은 직원과 의원 간담회 및 격려에 큰돈을 쓴 것으로 확인됩니다.
앞서 근거로 든 2016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건당 50만원 이상의 경우에는 주된 상대방의 소속 및 성명을 증빙서류에 반드시 기재하여야 한다고 되어있습니다.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시 별도의 요청이 없더라도 50만원 이상 금액의 집행내역이 있다면 이에 대한 설명 또는 증빙서류를 공개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24개 구의회 사무국 중 어디도 이를 공개내역을 통해 설명하거나 증빙서류 필요 여부를 묻지도 않았습니다.
집행목적을 살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돈을 무엇에 제일 많이 썼는지를 확인해 보는 항목입니다. 아쉽지만 정보가 공개된 구 의회 의장만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거의 모든 구에서 의원들과의 간담회, 구정업무 간담회에 돈을 지출했습니다.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을 보면 의원 간담회 뿐 아니라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쓸 수도 있고, 지역에서 상황이 어려운 주민을 돕는데도 돈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 의회 의장들은 대체로 의원 및 직원들과의 만남과 격려에 업무추진비를 쓴다는 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의정활동이 한정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듭니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는 활동 내용에 관한 주요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 정치의 혁신을 위해 연구하고 토론하는 모임을 개최하거나 지역 주민들을 만나는 데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주민을 만나고, 지역 정치의 발전을 위해 여러 사람을 만나 식당에서 간담회를 했을 수 있습니다.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어쩌면 직원 격려와 의정활동을 위한 간담회로 식사비를 사용하는 것은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이 강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꼭 밥을 먹어야만 간담회가 진행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식사는 하시되, 조금 더 다채로운 의정활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요? 규칙에 위배되는 것도 아닐텐데요.
마지막으로 각 구 의장님의 업무추진비가 가장 많이 쓰인 <집행장소>를 살펴보겠습니다. 관악구를 제외하곤 모두 식당입니다. 위 표는 각 구 의회 의장실에서 40개월 동안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쓴 특정 장소만 기록해 둔 것입니다. 다소 재밌는 결과를 보실 수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특정 업체만을 이용한 사례가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동작구 의회 의장님은 2014년 ~ 2016년 동안 ‘명성***’에 전체 업무추진비 중 25.8%를 사용했습니다. 주변에 여러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식당(으로 추정되는데)이 그곳 뿐일수도 있지만, 다른 구와 비교해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수치라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종로구는 16%, 서초구는 10.8%를 한 곳에서만 업무추진비를 지출했습니다. 어떻게 판단해야할까요?
종합해보면 집행 내역과 집행장소와 방법이 너무 획일적입니다. 의원 및 직원들과의 간담회, 주변 동료를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시민들과 만나는 일에, 시민들의 삶과 정치를 위해 연구하고 탐구하는 일에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것 아닐까요? 업무추진비를 다양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의정활동을 요구하는 것이고, 이를통해 더 많은 시민을 만나라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실질적인 정보 비공개가 아니라 투명한 정보 공개로 비판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의 상황은 매우 아쉽게만 보입니다.
덧: 7월 17일 정보공개청구를 했습니다. 위 자료에는 성북구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아직 공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성북구 의회 의장실은 언제 정보공개 해주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