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我全六慧(아전육혜) (1) 曲則全(곡즉전)-굽은 나무는 몸을 보전한다. 이상호 ================================================================== 我全六慧(자전육혜) 我(나 아), 全(온전할 전) 六(여섯 륙-육) 慧(슬기로울 혜, 지혜혜) 我全六慧(자전육혜)는 나를 보전하는 6가지 지혜를 말한다. 살아가면서 나를 온전하게 보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이든 나를 보전하여야 이룰 수 있다. 내가 사라진 이후는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사람 중에는 무리하여 자신을 온전하게 보전하지 못하고 곤혹을 겪다가 죽기도 한다. 예로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을 잘 보전하는 사람이라 하였다. 그런데 그 자신을 잘 보전한다는 것은 말은 쉬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것이 아니며 인생을 지혜롭게 천명을 다하여 살라는 뜻이다. 노자(老子)가 도덕경에서 나를 보전(保全)하는 6가지 지혜를 말하였다. 그것은 곡즉전(曲則全), 왕즉직(枉則直), 와즉영(窪則盈), 폐즉신(敝則新), 소즉득(少則得), 다즉혹(多則惑)이다(노자 도덕경 제22장). 오늘은 그중에서 곡즉전(曲則全)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曲則全(곡즉전) 曲(굽을 곡, 휘다, 구부러지다) 則(법칙 즉) 全(온전할 전, 보존하다) ‘굽은 나무는 몸을 보전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살면서 지나치게 곧거나 굽힐 줄을 모르면 누군가의 타켓이 되어 지위는 물론 목숨도 보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과 삶을 유연하게 관리하여 자기를 보전하고 목적을 이룬다는 의미다. 이는 겸허하고 유연하게 살라는 뜻이지 비굴하게 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 1. 곧고 강한 길만 고집하는 자는 위험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은 곧은 길도 있고 굽은 길도 있다. 오르막이 있고 내리막도 있다. 그런데 계속 순탄하고 곧고 큰길만 가다 보면 스스로 오만해지기 쉽다. 그리고 그 길은 모든 사람이 선호하는 길이기에 시기하는 자와 경쟁하는 자가 넘치게 된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하면 오만해져 자신을 망치기 쉽다고 한다. 그것은 선각자들의 입으로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진리다. 요즈음 젊은 날 한때 성공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람이 나중에는 세상에 오점을 남기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그런 것을 보면 텔레비전에서 인기를 얻고 가요경연에서 우승하여 인가 스타가 되었다고 10대, 20대의 젊은이인데도 ‘00거리’하며 그의 거리까지 만들어 주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 사람의 삶의 성공과 인격을 평가하려면 나이 들어 죽을 무렵에 하여야 한다는 말이 있다. 차를 몰고 갈 때도 곧은 길도 있고 굽은 길도 있다. 곧게 쭉 법은 길은 속도를 내어 힘차게 달릴 수는 있지만 나태하고 오만하여 과속하므로 큰 사고를 내고 심지어 자신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경우도 많다. 지나치게 곧고 큰길을 달리는 사람은 자신이 그 속도와 분위기에 취하여 겸허함을 잃고 나태하고 오만하게 되기 쉽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구불구불 굽은 산골길을 운전하여 갈 때는 매우 조심하므로 사고를 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런 구불길을 갈 때도 자기의 운전 능력만 믿고 곧은 길을 갈 때처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저지를 수 있다.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에는 언제나 곧고 큰길도 있지만 굽은 길도 많다. 곧고 큰길이 건, 굽은 길이건, 그 어떤 길이건, 길을 갈 때 중요한 것은 오만함을 버리고 겸허함을 간직하여야 목숨을 보존하고 목적지에 잘 도달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목적한 바를 이루고 천명(天命)을 누리려면 목숨을 잘 보존하고 삶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목숨을 보존하고 삶을 이어가는데 장애물은 굳이 건강의 문제만 아니다. 삶을 무리하므로 혹은 지나치게 강하게 사람들을 대하므로 그 역풍을 맞아 목숨과 삶을 보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대체로 역풍을 맞는 사람치고 유연함을 간직한 사람은 없다. 성정(性情)과 언행이 저급하거나 지나치게 강하여 맞는 역풍이 더 많다. 그래서 노자는 지나치게 곧은 나무는 목숨을 보존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지나치게 곧은 길만 고집하는 자는 늘 위험하다. 목적을 위해서 앞만 보고 달리는 자는 위험하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그 앞에 장애물이 있는지, 복병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알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가는 길에 취하여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목숨을 잘 보존하고 천명을 다하기 어렵다. 그래서 노자는 목숨과 삶을 보전하여 목적을 이루고 천명을 다하기 위해 曲則全(곡즉전)의 지혜를 배울 것을 설파하였다. 분명한 것은 곧고 강한 길만 고집하는 자는 위험하다. 2. 노자가 말하는 曲則全(곡즉전) 곧은 나무는 몸을 보존하기 어렵지만 굽은 나무는 몸을 보전하기 쉽다. 곧게 잘 자란 나무는 다 자리기도 전에 좋은 재목이라고 베어간다. 베어가지 않으면 누군가 시기하고 탐욕이 생겨 나무에 상처를 내고 만다. 그러나 구불구불하게 못생긴 나무는 그런 염려 없이 제 수명을 다 누릴 수 있다. 이것은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이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道)는 자연 귀의의 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라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알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사람은 인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고 스스로 겸허하여 잘난체하지 않으며 아무리 어지러운 세상에서도 자기 몸을 보전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자연의 이치는 화창한 날도 있고 궂은 날도 있다. 화창한 날만 생각하여 궂은 날도 화창한 날에 행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문제를 일으키고 몸을 보전하지 못하고 제대로 목적을 수행할 수 없다. 또 인생길에는 곧고 쭉 뻗은 신작로의 길도 있지만 구불구불한 산골길도 있다, 그런데 구불구불한 산골길을 곧은 신작로를 갈 때처럼 가다간 사고를 당하여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 그러한 사람은 똑똑한 척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어리석은 사람이다. 부귀와 공명을 탐내어 자기의 지혜를 드러내려고 애쓰는 사람이 많다. 특히 요즈음 정치인들이 그런 사람이 많다.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온갖 언행을 드러내다가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다. 정치인들의 막말은 그런 것들이다. 그들은 일시적으로는 뜻을 이룰지 모르지만 결국에는 그 과정에서 부정과 불의에 빠지기 쉽다. 또 그런 사람은 자기의 욕망에만 매진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을 살피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어 원망을 사게 된다. 욕망만을 향해 지나치게 앞만 보고 달리는 자는 자기를 돌아보는 삶의 여유와 유연성을 잃고 오만해지기 쉽다.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그래서 결국 탄핵의 화살을 맞게 된다. 장자도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은 다 복을 구하되 나는 홀로 몸을 굽혀 보전하려 한다” 3. 曲則全(곡즉전)의 지혜 조선시대 남이(南怡 1443~1468) 장군은 장래가 촉망되고 기개 넘치던 장수였다. 18세에 무과에 급제하여 승승장구하였다. 젊은 나이에 이시애의 난을 진압하여 당상관에 오르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연소 병조판서에까지 오른다. 그의 포부는 대단하였으며 기개 또한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혈기 왕성한 20대의 남이는 그칠 것이 없었다. 그는 그야말로 직선의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기개와 열정은 그의 <북정가>에도 잘 나타나 있다. 白頭山石磨刀盡 (백두산석마도진)-백두산의 돌은 칼을 갈아 다하고 豆滿江水飮馬無 (두만강수음마무)-두만강의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 男兒二十未平國 (남아이십미평국)-사나이 스물에 나라를 평정치 못하면 後世誰稱大丈夫 (후세수칭대장부)-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리오. 그러나 그런 남이를 시기하고 견제하는 자들이 많았다. 남이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결국 남이는 당시 권력을 쥐고 있던 한명회, 신숙주 등 수하의 간신 유자광의 음모에 의해 고문을 받고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었다. 그는 풍운아처럼 살았다. 그러나 그는 향연 25세로 삶을 마감했다. 남이는 곧고 굵게 앞으로 나아갈 줄만 알았지, 자신을 살피고 유연할 줄 몰랐다. 겸허의 소중함을 체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曲則全(곡즉전)의 지혜를 몰랐던 것이다. 曲則全(곡즉전)의 지혜는 아무 곳이나 굽히고 자신을 숨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비굴하라’는 것은 더구나 아니다. ‘소신을 지키고 주체성을 간직하되 겸허하고 유연하라’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거슬리지 말라는 것이다. 곧은 길은 곧은 길대로 조심스럽고 당당하게 가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굽은 길은 굽은 길에 맞게 가라는 것이다. 曲則全(곡즉전), 굽은 나무는 자신의 몸을 보존한다. 결코 오만하거나 경직되지 말아라. 자신의 성취와 직위에 취하여 다른 것을 못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아라. 자연의 순리를 거역하지 말아라.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주체성을 살려 삶을 보전하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항상 겸허한 마음과 행동으로 주변을 살피는 유연성이 필요하며 그 상황에 맞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지혜를 가지라는 것이다. 가장 큰 핵심은 ‘겸허하라’는 것이다. 오늘의 한국 정치인들은 곧고 굳게 목적을 향해 나아가되 화합과 존중의 유연성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 젊은 날에 성공한 사람들이 젊은 날의 영광과 화려한 성공에 취하여 오만해지면 자신을 망친다. 모두가 노자가 말하는 曲則全(곡즉전)의 지혜를 배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세상은 더욱 평화로워지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