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 시장국밥집을 찾다
이영백
직장생활 하면서 등산 다녔을 때 자주 어울려 가던 식당이 생각난다. 어느 집이라고 할 것도 없이 값싸고 먹기 좋은 “돼지국밥”집을 자주 이용하여 왔다. 게다가 씹은 소주 한 잔으 떠들썩하게 술판까지 이어지는 국밥집이 즐거웠던 것이다. 그래서 등산을 안 다녀와도 곧잘 고교 동기생들과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한 서민들의 국밥집 다녔던 일이 아련하다.
국밥은 “밥 따로”, “국 따로”가 아닌 아예 음식 만들 때부터 섞어 요리가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국밥은 이미 밥을 따로 해 두었고, 국이 따로 끓여져 있었지만 2차 가공으로 걸쭉하게 국에다 식은 밥을 들이부어 새로 요리가 탄생한 것이다. 그것이 더 맛을 내기 때문에 선호하게 되었을 뿐이다.
대구에서는 다른 도시에 없는 음식이름으로 “따로국밥”이라는 음식이 있다. 나도 촌에서 왔기에 1971년 따로국밥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러나 당최 돈도, 시간도 없어서 먹지 못하였다. 교사 발령받고 스스로 자금 들고 교동에 따로국밥 식당에서 사 먹어 보았다. 참 아무것도 아닌 것을 국 따로, 밥 따로 있다고 “따로 국밥”이라니 이상하였다. 그러나 실제 먹어보니 그 맛은 어디에 찾을 수도 없었고, 다만 우러난 깊은 맛이 좋았다.
셋째누나는 추운 겨울날이며 반찬도 만들기 어렵고 그랬는지 곧잘 김치국밥을 잘 끓여내었다. 그 한 그릇이 마치 보약을 먹은 듯 배부르고, 땀까지 흘려 권식(眷食) 모두가 칭찬하였다. 셋째누나가 끓인 김치국밥이 맛있었고, 또 그립다.
시골이라고 어디 좋은 음식이 없을까? 어린 날 시장에 가면 시장국밥을 사 주었다. 이 국밥은 새벽부터 준비하여 쇠고기와 대파를 썰어 넣어 오랫동안 끓여 두었던 것이다. 그 깊은 맛은 우리나라 서민음식의 뿌리가 되었지 싶다. 구수한 냄새는 지금도 나의 코끝을 즐겁게 기억하고 있다.
간혹 고향 생각나면 “불국사공설시장”에 들려 친구 형이 끓여내는 “돼지국밥” 사먹으러 찾아가 본다. 그 돼지국밥이 때에 따라 맛이 다른 것은 그만큼 정성이 부족하여서일까? 아니면 사먹는 사람의 입맛이 이제 고급으로 되어서일까?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맛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나이 들어가면서 입맛은 자꾸 고급화되어 가고, 먹어본 음식은 옛 맛이 아니다. 그 누구를 탓하랴. 예전 배고픔에서 이제 입맛을 잃어버리고 산다. 또 음식은 고급화된 것만 골라 먹어왔기에 그 예전의 깊은 맛을 구분할 줄 모르게 된 것이다.
예전 시장에서 새벽부터 대파 넣고 끓이던 그 국밥은 어디에서 찾을까?
첫댓글 엽서수필 시대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