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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양팀의 지금까지의 상황을 어설프게나마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8경기를 보면 KDB 생명과의 1,2라운드 2연전과 2라운드 삼성생명전을 제외한 다섯 경기에서는 대체적으로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발전된 경기를 했습니다.
각 포지션 별로 간단히 발전의 모습을 살펴보면, 가드 포지션에서는 박혜진 선수의 포스트 공격력과 돌파 공격력의 적극성 증가와 이승아 선수의 '마당쇠'적 헌신이 눈에 띱니다. 더불어, 이은혜 선수도 단신이지만 경기 중간중간에 투입되어 게임 리딩과 볼 배급, 그리고 가끔씩은 3점슛에 대해서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포워드 포지션에서는 김은혜 선수의 부상이 선수단 전체에 있어 크게 느껴집니다. 김은혜 선수는 다른 팀 포워드 선수들에 비해 수비력이 다소 처지고, 발이 느린 것이 사실이나, 박건연 전 감독의 조련 하에 몇 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리바운드 기량과 원래 지니고 있었던 중장거리 슛 능력, 그리고 팀 내 최고급 고참으로서 우리은행의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선수입니다.
김은혜 선수가 경기를 뛰지 못할 때 이 빈 자리를 메꾸어 줄 대표적인 선수는 고아라-박언주 선수 정도인데 오늘 경기까지 종합하여 이 두 선수의 임무 완수도에 대해 점수를 메겨 본다면 '그럭저럭'입니다. 두 선수 다 슛 성공률를 더 높힐 필요가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센터 포지션에서는 양지희 - 배혜윤 선수, 즉 '양배' 콤비가 공격적인 성향으로 타팀 골밑과 자유투 라인 근처 하이 포스트를 비교적 잘 공략하고 있습니다. 특히 배혜윤 선수의 '신비로운 골밑슛'이 이번 시즌 들어 성공률이 높아졌는데 비시즌 동안의 배혜윤 선수의 믾은 노력이 보입니다.
KB 국민은행은 정선민 - 변연하 선수가 게임의 칼자루를 거의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선민 선수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하면 진짜 지겨운 잔소리가 되겠지만 다섯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오색빛깔'의 플레이로 KB 국민은행에서 존재감을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정선민 선수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무기는 어시스트 능력입니다.
정선민 선수의 어시스트는 일반 선수의 어시스트와는 질과 타이밍을 달리 하는 어시스트입니다. 관중석에서 "이야~!!!"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받는 선수의 입맛에 딱~!!! 맞는 어시스트를 많이 보여 줍니다. 정선민 선수의 어시스트는 당구장에서의 짜장면, 옛적 학교에서의 '까먹는' 도시락, 이등병 시절 야간 외곽근무 직후 먹는 '뽀글이'나 '사발면'같은 맛을 자기 팀 선수에게 제공해 줍니다.
지난 11월 5일 KDB 생명 전에서 KB 국민은행이 어려운 상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챙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정선민 선수의 어시스트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경기에서의 정선민 선수에게 느낄 수 있는 것은, 이 선수는 상대에 따라 어떻게 게임을 운영할지, 어떤 수를 쓸지 바둑 국수인 이창호 9단만큼 잘 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경험이고, 아직도 리그를 호령하고 있는 '바스켓 퀸'의 진행형 모습입니다.
요즘 변연하 선수를 보면 지난 시즌 아웃의 설움을 이번 시즌에 한 번에 털어버리겠다는 각오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정선민 선수의 가세로 게임 운영면에서의 부담은 줄었지만 정선민 선수의 부재시의, 혹은 이번 경기처럼(후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정선민 선수가 잘 안 풀릴 때의 게임 운영은 변연하 선수가 지난 시즌 재활을 하며 얼마나 농구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득점력에 관해서 이 선수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제 식상할 정도이고요.
그 밖에도 주전 가드로 저돌적인 돌파와 템포 바스켓 조절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박세미 선수와, 리그 최고의 '패스트 타임 3점슈터'로 떠오르고 있는 강아정 선수, 골밑에서 최고의 탄력을 자랑하고 있는 정선화 '새댁'의 플레이도 정덕화 감독님의 조련 하에 업그레이드된 모습입니다.
선수들의 이런 모습들은 이번 시즌 KB 국민은행이 명실상부한 우승후보팀이라는 것을 아주 잘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팀의 중심이 되는 선수들이 비록 '노장대열'이라 후반기 체력 안배에 있어 정 감독님이 조금은 골치를 썩히시겠지만요.
오랜 세월동안 대한민국 크리스마스 시즌의 '영웅'으로 군림하고 있는 맥컬리 컬킨의 대표작, '나홀로 집에2 - 뉴욕을 해매다'에서 꼬마 캐빈에게 뉴욕의 한 수리중인 집에서 엄청난 곤혹을 치르고 난 후 캐빈을 운좋게 잡은 두 도둑 중 한 명은 악랄한 목소리로 캐빈의 귀에 이렇게 속삭입니다. "넌 전투에서는 이겼지만 전쟁에서는 졌구나."
이 도둑의 악랄한 대사만큼 이번 경기의 우리은행에게 어울리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은행이 이번 경기에서 2승째를 거두었다면 오늘의 MVP는 바로 양지희 - 배혜윤 선수 중 한 명일 것입니다.
무엇보다 파울관리가 잘 됐습니다. 조기 파울트러블로 김광은 감독님의 애를 태우던 두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4쿼터 끝까지 퇴장을 당하지 않는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물론, 김광은 감독님이 경기 중반 이정현 선수 카드를 꺼내들면서 두 선수의 조기 파울누적을 조절했던 덕도 있겠지만 수비에서의 요령이 점점 느는 모습이 확연하게 보입니다.
배혜윤 선수는 '언더사이즈(Under-Size) 포스트맨'입니다. 신장이 불과(!) 181센티미터에 불과한 단신 포스트 자원입니다. 하지만 상대 팀 포스트진 선수들은 이 선수를 막는 게 그렇게나 힘들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배혜윤 선수의 '과감함'에 있다고 봅니다.
이번 경기가 아닌 다른 경기 때도 배혜윤 선수는 과감한 플레이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단 과감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공을 잡기 전 자세부터가 공격적이고, 교과서적입니다. 상대가 디나이(외곽에서 내곽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을 막는 수비)를 하기 힘들게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공을 잡은 후 큰 스텝으로, 혹은 가끔씩은 신비해 보이는 투스텝으로 툭툭 밀고 갑니다. 조금이라도 틈이 생긴다 싶으면 바로 점프슛 아니면 레이업슛으로 올라갑니다.
이번 경기에서 배혜윤 선수의 득점 중에는 골대 정면에서 치솟아 올라 정면 백보드를 맞히고 성공시키는 슛이 많았는데, 직접 농구를 해보신 분들이면 이 슛이 결코 쉽지는 않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배혜윤 선수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KDB 생명의 조은주 선수의 일대일 공격 시의 모습입니다. 물론, 스피드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은 사실이나, 조은주 선수와 같은 신장의 배혜윤 선수는 단기간 내에는 안 되겠지만 장기적으로 조은주 선수의 플레이를 눈여겨보고, 벤치마킹 해야 합니다. 다음 시즌 쯤에 배혜윤 선수의 '조은주 화(化)'를 기대해도 좋겠지요?
WKBL TV의 해설자님이 잘 집어주셨듯이 이번 경기 우리은행 선수들의 박스 아웃은 경기 내내 치열했고, 효율적이었습니다.
우리은행이 2007-2008 시즌부터 하위권을 달리게 된 주된 이유가 바로 '리바운드 싸움에서의 소극성'입니다. 즉 박스 아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전 감독이셨던 박건연 감독님이 코트 위의 선수들에게 계속 "박스, 박스!!! **야 박스해야지!!"라 독려하는 모습을 저는 수십 번이나 보았습니다. 정태균 감독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장 안타까워 하셨던 점이 소극적 마인드로 인한 박스 아웃의 부재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번 시즌 들어 많이 좋아진 모습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졸전의 3경기'를 제외하고 우리은행의 박스 아웃은 최근의 어느 시즌보다 좋습니다. 센터, 포워드, 가드 포지션 가릴 것 없이 리바운드에 적극 참여하는 마인드로 비시즌 동안 무장을 잘 한 듯 합니다.
양지희 - 배혜윤 선수의 뒤를 받쳐줄 이정현 선수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정현 선수는 많은 시간을 출장하지는 않지만 센터진의 파울 트러블이 잦은 우리은행의 현 상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원이며, 국내 신인 장신 선수 중 가장 기대되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아직 '어벙벙'한 모습이 없지 않은 모습입니다. 김광은 감독님이 양지희 혹은 배혜윤 선수를 잠시 쉬게 하고 이정현 선수를 코트 위에 내보낸 이유는 시간을 떼우라는 것이 아니라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적극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들어오라는 의도임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공격에서 스크린을 걸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로우 포스트에만 있지 말고, 언니들이 픽앤롤을 할 때 감각적으로, 또는 배운 대로 스크린을 서 주고 나서 스크린이 걸리면 턴해서 빈 공간을 확보해 공을 받고, 킥 아웃 패스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수비에서는, 상대의 센터를 적극적으로, 파울을 감수하고서라도 몸싸움을 해서 수비해야 합니다. 자세를 좀 더 낮추고 발을 많이 움직여 상대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말아야 합니다.
몇 년 전, 신장 190센티미터가 넘는 신세계의 정진경 선수는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프로에서 은퇴라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이는 체격이라는 '하드웨어'만 가지고는 좋은 센터가 되기 힘들다는 것을 방증하는 좋은 예인데, 이정현 선수가 잘 인식해야 하는 예입니다.
코트 위에 있는 시간 동안 자신이 갈고닦았던 것, 그리고 코칭 스텝에서 죽어라고 연습시켰던 것을 이정현 선수는 파울이 누적되는 한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해내야 합니다. 이것이 이루어지면 출전 시간은 자연스레 늘게 되고, 출전 시간이 늘게 되면 '실전 경험'이라는 값진 소득을 보다 짧은 시간 내에 쌓게 되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했던 이승아 선수가 파울관리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며 출전시간에 지장을 받게 되었던 경기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출전 시간은 약 17분, 이번 시즌 동안의 활약도와 기량, 그리고 공헌도에 비하면 더없이 짧기만 했던 출전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기 시에 우리은행의 벤치를 주의깊게 보신 분이라면 김광은 감독님이 중요한 시간에 이승아 선수를 찾는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6년 간 키워왔던 제자에 대한 편애가 아니냐.'라고 하시겠지만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전 경기를 시청, 관람한 제 입장에서의 위 물음에 대한 대답은 '아닙니다.'입니다. MIP(기량발전상) 수상이 가장 큰 근거입니다.
여러 글에서 말씀드렸듯 이승아 선수는 궂은 일에 매우 능한 선수입니다. 단순히 경기 당 6개가 넘는 리바운드 수치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이승아 선수의 궂은 일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울 수 있습니다. 특히, 루즈볼에 뛰어드는 기세가 부상이 걱정될 만큼 파죽지세입니다.
공격면에서 본다면 패스 타이밍이 빠릅니다. 화려한 노룩 패스는 보기 힘들지만 사이드의 선수에게 또는 패턴에 따라 하이 포스트 정면으로 들어오는 선수에게 들어가는 패스 타이밍이 좋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박혜진 선수가 공을 돌리는 것보다 이승아 선수가 공을 돌리는 것이 더 공격이 빨라 보이는 때가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승아 선수가 보완할 점을 꼽아 본다면 좀 더 과감성있는, 좀 더 자신감있는 모습과 플레이입니다.
경기 전 연습할 때 이승아 선수의 모습을 보면 가끔씩 눈치를 보는 경우가 보입니다. 물론, 팀의 막내로써 주전으로 발탁되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군기'가 너무 든 게 사실입니다. 이는 코트에서도 가끔 보이는데 감독님 말씀대로 이승아 선수 코트에서 눈치 보는 모습 - 예를 들면 3점 찬스에서 주저한다던지, 작전 타임 시 우물쭈물한 모습을 보인다던지 - 에서 하루빨리 탈피하여 '당찬 신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거듭 말씀드리면 우리은행 팬 분들은 가슴이 너무도 아프시겠지만 우리은행은 4쿼터 59초를 못 버티고 승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저도 나름 많은 여자농구 경기를 직접 또는 인터넷으로 보아 왔지만 이런 '드라마' 혹은 '천당 문 앞에서 직빵으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기는 처음 봤습니다.
4쿼터 종료 59초 전부터 임영희 선수는 3가지 실수를 했습니다. 다들 너무나 잘 아시겠지만 강아정 선수에게의 인턴셔널 파울, 자유투 2구 모두 실패, 그리고 변연하 선수에 대한 일대일 마크에서의 실패.
사실 임영희 선수는 이번 경기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며 리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냈습니다. 어린 가드 선수들이 쫒기는 상황에서 당황할 때 스몰포워드 포지션에서 가드 포지션으로 즉각 변경하여 경기를 뛸 수 있는 선수는 우리은행에서 임영희 선수가 유일합니다. 이번 경기 같은 경우에도 임영희 선수는 경기가 다소 안 풀릴 때 픽앤롤 플레이에 의한 명 패스로 돌파구를 찾아 냈습니다.
WKBL에서 일대일 돌파 후 점프슛이 가장 좋은 선수로 저는 이경은 선수와 더불어 임영희 선수를 뽑습니다. 임영희 선수의 풀업 점퍼는 성공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슛이 이루어지기 전의 돌파 개인기 능력은 상대 선수 1~2명, 때로는 3명을 제칠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입니다. 선수 전체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해결사 역할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슬래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선수입니다.
바로 앞에서 말씀드린 4쿼터 막판에서의 실수는 임영희 선수의 본 기량이기 보다는 '마인드'의 문제라 볼 수 있습니다. 경험이 많은 선수가 적은 우리은행에서 감독님과 코치님, 그리고 팬분들이 승리를 세이브할 수 있으리라 여기는 선수는 임영희 선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임영희 선수는 부담을 가지고 4쿼터 막판을 뛸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담을 즐기는 것도 팀 에이스의 숙명이라면 숙명입니다. 프로 13년 차의 임영희 선수는 숙소에 가 승부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이 점을 잘 생각해야 합니다. 부담과 책임감의 굴레에 빠지기보다는 즐기는 선수의 모습을 머릿 속에 자주 그려야 합니다. 그것이 팀 에이스입니다.
KB 국민은행의 선수들의 발은 바로 이틀 전에 신세계 전을 치룬 탓에 4쿼터 내내 무거워 보였습니다.
정선민 선수는 경기 초반 기가 막힌 2개의 어시스트를 보여주며 '퀸'의 체면을 잃지는 않았으나 '퀸'답지 않게 4쿼터에 결정적인 패스 미스를 저지르며 경기를 내 줄 뻔 했습니다. 물론 12득점이라는 많은 득점을 해냈으나 이번 경기에서 정선민 선수답지 않은 플레이가 많이 보였다는 것은 이 경기를 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만합니다.
지난 주 토요일 KDB 생명 전에서 좋은 템포 바스켓을 이끈 박세미 선수는 본의 아니게 수비에 있어 구멍이 될 뻔 했습니다. 김광은 감독님은 이를 노려 경기 종반 박혜진 선수와 이승아 선수에게 박세미 선수를 공략하게 했고, 이는 60프로 이상 맞아떨어졌습니다. 두 선수가 박세미 선수를 상대로 득점을 많이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이 작전을 실패라고 보신다면 오산일 것입니다.
박혜진 선수와 이승아 선수는 박세미 선수와의 일대일 포스트업에서 더블팀을 노렸습니다. 예상대로 4쿼터 4파울에 걸린 박세미 선수를 돕기 위해 다른 선수의 더블팀이 불가피해졌고, 이를 놓치지 않고 두 선수는 탑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돌려 손쉬운 득점 기회를 여럿 만들어 냈습니다.
여기서 정덕화 감독님의 고민이 깊어집니다. '세미를 빼자니 공격 속도와 3점 성공률이 줄어 추격이 불가능해질 것이고 안 빼자니 미스 매치가 자꾸 나고.' 이 고민에서 정덕화 감독님의 선택은 '박세미 선수에 대한 믿음'이었습니다. 결국 박세미 선수는 4쿼터 말반의 폭풍의 도가니에서 3점을 꽂아 넣음으로 정 감독님을 안도케 했습니다.
변연하 선수도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습니다. 정덕화 감독님이 벌떼 농구를 한다해도 코트에 되도록이면 오래 있어야 할 선수는 변연하 선수입니다. 그만큼 변연하 선수는 팀에 있어 핵심 선수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다시보기를 하니 정덕화 감독님 4쿼터 작전타임 때 "연하한테 공가면 연하 틈나면 올라가(슛 쏴)!!"라고 공공연히 말씀하시더군요.
결국 변연하 선수는 찰나의 순간의 마지막 회심의 3점슛으로 이번 경기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2승'을 의심치 않았던 우리은행 선수들과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호반체육관의 관중들을 공황상태로 만들어 버리며 팀의 5승 수확의 특등 공신이 되었습니다.
이번 패배로 우리은행팀의 충격은 너무도 컸습니다.
김광은 감독님은 너무나도 기가 막힌 가운데 경기 종료 후 넥타이를 집어 던지기까지 하셨습니다. 이미 반 정도 흥분 상태로 양복 마이를 벗은 상태로 경기를 지휘하시며 선수들과 한데 어울려 2승을 기뻐할 일에 누구보다 기대했던 김 감독님이기에 그랬습니다..
저를 비롯한 춘천 관중들은 몇 분 동안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이럴 수가.... 이 어린 선수들에게 이런 좋은 경기 후의 승리의 기쁨이란 3연승, 4연승, 5연승 후의 기쁨과도 맞먹는 소중한 것인데...이렇게...'기적'의 희생양이 될 지 누가 예상했겠습니까.
팀에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는 팀과 우리은행은 충격에서 헤어나오는 능력과 속도가 확실히 다릅니다. 이에 KDB 생명과의 2연전 대패 이후 신한은행전부터 다잡아 왔던 조직력과 끈끈함, 그리고 과감함이 정성껏 쌓은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듯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경기에서 '1패'를, 연패 기록을 '7'로 늘렸다는 수치적 기록은 그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지 모릅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최고참이자 주장인 임영희 선수가 이번 패배의 주 원인이 되었다는 것도 우리은행으로서는 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수들 스스로 분위기를 다잡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충격패 이후 얼마나 빨리 이번 경기 내내 보여주었던 최상의 경기력으로 돌아가느냐의 문제는 김광은 감독님과 조혜진 코치님에게 거의 전적으로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실업팀에서, 프로팀에서 13년 간 우리은행팀에만 뛰며 산전수전 다 겪은 조혜진 코치님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제가 겉에서 본 조혜진 코치님은 신한은행의 전주원 코치님과는 다릅니다. 전 코치님은 외향적인 면이 짙습니다. 그에 비해 조혜진 코치님은 내면의 카리스마와 신뢰감으로 선수들을 이끌어 가는 스타일을 경기장에서 많이 보여 줍니다. 이에 겉만 본 농구팬의 입장에서 감히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조 코치님이 좀 더 선수단 내에서 외향적으로 나오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어찌보면 이번 패배 후 다음 부천에서의 신세계 전을 준비한다는 것은, 다시 제로점에서 시작한다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한 순간에 무너진 공든 탑을 다시 단기간 내에 세워야 하는 아주 힘든 과정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탑 다시쌓기에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여부는 이번 시즌 남은 기간동안 우리은행이 '꼴지팀은 잠깐 바뀐 모습을 보인다 해도 역시 꼴지팀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어.'라는 실망 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느냐, '우리은행이 확실히 발전하고 있군. 계속 기대할만 해.'라는 칭찬을 받으며 재기(再起)의 발판을 잘 마련하느냐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 사람의 팬으로써 이번 시즌에는 우리은행이 기존의 팬들, 그를 넘어서서 다른 팀 팬들까지 감동하게 하는 신선한 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의심치 않고 싶습니다.
쓸데없이 긴 글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우리은행에 너무 무게를 두며 쓴 것 같아 KB 국민은행 팬분들이나 다른 팀 팬분들에게
거북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마무리하며 해 봅니다.
읽으시는 분들의 넓은 도량으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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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선민선수는 농구신
정진경 선수는 신장보다도 부상이 너무 고질적이였죠
예 잘 참고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