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은 한국불학사에서 지눌과 효봉의 조술자, 간화선의 계승자, 정혜쌍수의 실천자, 돈오점수

의 지지자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오늘(10월4일)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스님)이 개최한 ‘구산스님 열반 30주기 국제학술대회’

에서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구산 수련의 살림살이와 사고방식’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고영섭 교수는 “구산은 간화선을 닦는 방법으로써 혜능이래 남종선의 가풍을 이은 지눌의 정혜

쌍수 가풍을 원용하여 실천한 수행자였다”면서 “그는 지눌과 같이 돈오 - 점수 - 체증의 체계를

또렷하게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그의 수증론을 따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

다. “그 결과 구산은 깨침과 닦음의 두 축에서 볼 때 돈오점수 체계의 지지자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영섭 교수는 구산스님이 지눌스님과 효봉스님의 선을 계승하면서 독자적 해석을 가미했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지눌-효봉의 정혜결사를 계승하기 위해 송광사를 거점으로 제2정혜결사

운동을 주창했다”면서 “대승불교의 보살행인 육바라밀에다 ‘만행바라밀’을 추가해 ‘봉사의 날’로

새롭게 해석한 칠바라밀을 제창하여 생활불교의 길과 대중불교의 길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불교정화불사 참여와 한국 선의 해외전법 등의 선구적 노력이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고영섭 교수는 “한국불교사에서 정화불사의 주도자, 정혜결사의 계승자, 칠바라밀 제창자, 국제포교의 선구자로서의 지위를 확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영섭 교수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윤원철 서울대 교수는 논평을 통해 “구산스님의 사상과 활동의 역사적 의의를 두루 잘 짚어주었고, 각론및 총론에서 개진하는 견해들은 전반적으로 설득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했다.

 

이밖에도 오늘 세미나에서는 김경집 위덕대 교수가 '구산 수련의 정화와 결사운동'에 대해 발표하고 오경후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연구원이 논평을 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2부 ‘구산스님의 사상과 간화선’에서는 로버트 버스웰 UCLA 교수가 ‘간화선 (看話禪) 에 있어서 의정(疑情)의 전환’에 대해 발표하고, 최연식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논평을 했다. 이어 마틴배츨러(불교명상지도자)가 ‘화두 선과 현대의 만남’을 주제로 발표했다. 논평은 변희욱(서울대).

 

우제선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3부 ‘구산스님의 사상과 국제포교’ 에서는 르노네우바우 교수(에콰도르 키토대학)가 ‘한국불교와의 인연 : 남아메리카 포교활동에 있어 구산스님의 가르침과 한국 불교의 통불교적 가치'에 대해 발표하고, 최성렬 조선대 명예교수가 토론했다. 이어 스티븐 배츨러(불교 명상지도자)가 ’선불교 의심수행(疑心修行)의 역사‘란 주제로 발표하고 정덕스님(중앙승가대)이 토론했다.

한편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10월 10일까지 구산스님이 수행한 도량을 직접 순례한다. 

 

 

   
 

구산스님 상좌 현호스님(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은 은사의 ‘별명’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통해 스승을 추모했다.

현호스님은 ‘별명으로 살펴본 구산스님 이야기’라는 글을 통해 ‘우바리 존자’와 ‘단지비구’라는 은사의 별명을 회고했다.

이밖에도 △일 수좌 △효 상좌 △아홉 산 스님 △이뭣고 스님이 다. 현호스님은 “별명은 그 사람이 살아 온 삶의 과정을 짐작할 수도 있고, 한편으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성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면서 “별명을 헤아려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 별명 속에 내재되어 있어서 그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미리 가늠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정화불사의 선구자이며, 한국불교 세계화의 초석을 놓은 구산스님의 행장을 후학 현호스님이 밝힌 ‘별명’을 통해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전문을 소개한다. 
 

 

별명(別名)으로 살펴본 구산(九山) 스님 이야기

 

사람의 외모나 특징을 근거로 해서 남들이 그 사람의 별칭(別稱)을 지어 부르는 것을 별명

(別名)이라 한다. 그러니 그 사람의 별명을 살펴보면 그 사람이 살아 온 삶의 과정을 짐작할

수도 있고, 한편으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심성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어떤 사람의 삶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부르는 것이 별명이기 때문에 그 별명이 간혹 그 사람을 대변하기도 한다. 하기에 사람들의 별명을 헤아려보면 그 사람의 인품이 별명 속에 내재되어 있어서 그 사람의 생애와 사상을 미리 가늠할 수가 있다.

 

산(山)을 바라볼 때 어떤 방향에서 보고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산의 모습이 다르게 보이듯, 어떤 사물을 이해하고 판단하는데 있어서도 그 기준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볼 수도 있다. 마치 장님들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서로 각기 다르게 이해하고 자기주장과 견해를 이야기하듯. 사람이 제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처럼 우리가 어떤 사람의 이름을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인품이 떠오른다.

어떤 이름이나 직책을 갖게 되면 그 직책이나 이름값에 어울리는 일을 해야 한다.

하기에 그 자리에 가면 그 사람이 되어야 하고, 그 이름을 쓰면 그 이름에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뜻.

그래서 간혹 주위 사람들의 별명을 살펴보고 그 별명이 상징하고 있는 숨은 뜻을 음미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난 1980년 구산(九山) 스님의 법어집 석사자(石獅子)를 간행할 때의 일이다.

구산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연보(年譜)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한편 스님의 별명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았다.

돌이켜보면 구산 스님의 일생은 시대적인 갖은 변화와 우여곡절 속에서도 수행자의 본분을

잃지 않고 올곧게 살다 가신 삶이었다.

은사(恩師)스님을 생각할 때마다 잔잔한 미소와 함께 강인하면서도 인자한 모습이 한 아름

그리움으로 가득해 짐을 느낀다.

 

보조사상연구원(普照思想硏究院)에서 2013년 10월 4일. “구산 스님의 생애와 한국 선(禪)의

세계화”란 주제를 가지고 국제학술회의를 법련사 대웅보전에서 거행한다니 감회가 더욱 새

롭다.

특히 이번 학술회의는 구산 스님의 열반 30주기를 맞이하여 1973년부터 송광사에 개설된 불일국제선원(佛日國際禪院)에서 고행 정진했던 외국인 제자들이 뜻을 모아 구산 스님의 사상과 생애를 되새겨보고 서구사회에 한국불교의 전통 선사상(禪思想)을 어떻게 널리 홍포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좋은 계기가 되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돌아오는 2013년 12월 15일(음. 11. 13)은 은사스님의 제30주기 추모법회일이다. 하기에 은사스님을 기리는 마음으로 보조사상연구원의 국제학술회의를 맞아 “별명으로 살펴본 구산(九山) 스님 이야기”를 다시금 상기해 보았다. 은사스님의 자용(慈容)과 간절한 법문을 되새겨 보면서...

 

사람마다 나름대로 나란 멋에 살건만

이 몸은 언젠가는 한 줌 재가 아니리

묻노라 주인공아 어느 것이 참나련고

 

* 첫째, ″우바리 존자″

전라북도 남원(南原)에서 1910년 1월 27일(음. 12. 17)에 출생한 스님은 승보종찰 조계산 송광사(松廣寺)에서 1937년 사월초파일에 효봉(曉峰) 스님을 은사로 출가 입산하였다. 득도 후에는 일생을 지계청정(持戒淸淨)으로 수행 정진하였으며, 출가 전에 부처님 10대 제자 중 지계제일(持戒第一)인 우바리존자(優婆離尊者)처럼 이발업에 종사했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 둘째, ″단지 비구(斷指比丘)″

1955년 8월 2일. 대한불교 조계종 종단 정화불사(淨化佛事) 당시 서울 조계사(曹溪寺) 대웅전에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내는 500자 혈서(血書)로써 종단 정화불사의 당위성을 주창한 탄원서를 비장한 각오로 썼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 셋째, ″일 수좌″

인연 따라 가는 곳마다 항상 삼보(三寶)에 대한 신심과 원력으로 대중외호와 가람수호에 진력하였으며, 통영 미륵산 미래사(彌來寺) 창건과 대구 동화사(桐華寺)와 순천 송광사 중창불사, 서울 법련사, 광주 원각사, 미국 고려사 등을 원만히 개설했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 넷째, ″효 상좌(孝上佐)″

자나 깨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스승에 대한 효순심(孝順心)과 공경심(恭敬心)으로 극진히 시봉하였을 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은혜에 대한 효행설화(孝行說話)와 천도법문(遷度法門)을 고구정녕하게 설법했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 다섯째, ″아홉 산 스님″

1972년부터 근세 한국불교 최초로 미국에 삼보사(三寶寺)와 LA 고려사(高麗寺), 스위스 불승사(佛乘寺) 등을 개설한 후, 1973년에 송광사 조계총림(曹溪叢林) 문수전(文殊殿)에 불일국제선원(佛日國際禪院)을 개원하고 수많은 외국인 제자들을 교화했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 여섯째, ″이뭣고 스님″

언제 어디서나 항상 불교의 정법사상(正法思想)인 심지법문(心地法門)에 의거하여 ‘이뭣고’ 법문으로 후학들을 선도하였으며, 불조심인(佛祖心印)을 계승한 조계선풍(曹溪禪風)과 목우가풍(牧牛家風)을 크게 진작했기에 얻게 된 이름이다.

 

이와 같이 구산 스님의 여러 가지 별명들이 마치 스님의 그림자처럼 떠오르는 것은 스님께서 평생을 지계청정으로 가람수호(伽藍守護)와 삼보호지(三寶護持)에 진력하였고, 철두철미한 수행정진으로 삼세제불(三世諸佛)과 역대조사(歷代祖師)의 종지(宗旨)를 선양하면서 불일보조국사(佛日普照國師)의 조계선풍인 정혜쌍수(定慧雙修)와 목우가풍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선풍(禪風)을 크게 진작키 위해 1969년에는 은사이신 효봉 스님의 유훈을 받들어 승보종찰 송광사에 조계총림을 개설하여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였고, 또 조계총림의 후원단체로 전국 대도시에 불일회(佛日會)를 결성하여 7바라밀(七波羅密) 사상으로 생활불교를 주창하였다. 이와 같은 스승과 부모에 대한 지극한 효순심은 길이길이 후학들의 규범이 되리라.

 

1973년에는 미국 가주에 한국 최초 사원인 삼보사와 LA 달마사(達磨寺)의 개원법회를 주관한 후, 세계일화(世界一花)의 정신으로 조계산 송광사에 외국인 제자들을 위해 불일국제선원을 개원하니 “Zen Master Nine Mountains, 아홉 산 스님”이란 이름으로 스님의 명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1974년 1월 5일에는 청신녀 김해유인 김법련화의 49재를 기해 송광사 서울분원으로 법련사를 개원하였으며, 1980년에는 송광사 LA분원으로 고려사를 설립하였다. 1982년에는 구미(歐美)에 불승사(佛乘寺)와 대각사(大覺寺) 등을 개설하고 인연 따라 동서양을 순방하면서 한국불교의 선사상을 크게 진작시켰다.

 

세상사 본래 공적(空寂)하여 오고 감도 죽고 삶도 없는 본무생사거래(本無生死去來)라지만, 은사스님은 추운 겨울날에 오셨다가 1983년 음력 11월 13일 추운 겨울날에 가신 75년간의 생애였다.

돌이켜보면 1961년 음력 12월 23일, 눈이 포근히 내린 추운 겨울날. 전님 광양 백운산(白雲山) 상백운암(上白雲庵)에서 은사스님을 상봉한 후, “깜장 호랑이[玄虎]”란 법명을 받게 된 것도 몸씨 추운 겨울날이었으니, 눈이 내리는 겨울철만 다가오면 은사스님이 마냥 그리워진다.

금년 2013년 12월 15일(음.11.13)은 구산 스님의 제30주기 추모법회 날이다. 은사스님 가신지 벌써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오늘날 보조사상연구원에서 “구산 스님의 생애와 한국 선(禪)의 세계화”란 주제로 국제학술회의를 거행한다니 실로 감개가 무량하다.

 

승보도량 송광사 8차 중창 부촉하고

은사스님 가신지 어제련듯 절절하네.

오심없이 오셨다 가심없이 가신 스님

인자하신 그 모습 온누리에 가득하네.

 

불기 2557년, 단기 4346년, 서기 2013년 10월 1일

보조사상연구원 국제학술회의

“구산(九山) 스님의 생애와 한국 선(禪)의 세계화”

대한불교 조계종 승보종찰 송광사 조계총림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현호(玄虎)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