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일 2017년 1월 29일.
마태 5, 1-12.
행복하여라... 예언적 관점과 자비의 실천
오늘 우리는 마태오복음서가 전하는 행복선언을 들었습니다. 행복선언은 하나의 예언이고 축복입니다. 비록 지금 가난해도, 비록 지금 굶주려도, 또 지금 울고 있어도 하느님이 함께 계시기에 결국 우리의 바람과 열망은 성취된다는 예언자적 선언입니다. 예언자는 미래의 일을 미리 알려 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계시는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과 현실을 바라보고 외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세상의 통념을 따르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지극히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고 판단하는 것 조차 따르지 않을 대가 많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기존의 관습을 부정하기도 합니다. 주로 예언자는 약하고 힘 든 사람들 편에서 가진 자와 강자를 비판합니다. 권력을 권위로 포장한 자들에게도 거침없이 지적을 하기 일쑤입니다. 재물을 가진 자들에게 그 재물이 하느님에게서 나왔음을 인지시키고 자비를 실천하라고 촉구합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그들의 적대자들은 물론 지켜주고 보호해주라고 외치는 동족과 약자들에게서도 불이익을 받거나 따돌림을 당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하지만 예언자는 이런 일에도 개의치 않습니다. 당시 예수님을 예언자라고 본 사람들이 허다했습니다. 예수님도 유대교 기득권자들에게 대항하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예수님에게서 하느님의 올바른 뜻을 깨달은 초대교회 공동체는 비로소 그 분의 노력이 곧 하느님 나라였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들도 그 길을 따르겠다고 다짐합니다. 이것이 제자의 길이었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를 버리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마르 8, 34). 버려야 할 것과 반드시 지켜야 할 것에 대한 신앙인들의 고백이었습니다. 대단한 결기입니다. 이때도 예수님은 예언자의 모습으로 고백 된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예언자의 관점에서 행복에 대해 묵상합니다. 예언자와 같이 그리스도 신앙인은 이제까지 사람들이 당연시 하는 일을 예수님의 관점으로 다시 보기를 합니다.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는 예수님의 선언은 부와 재물이 행복의 기준이라는 통념을 깬 것입니다. 인생의 만족과 보람을 재물에서 찾을 수 없다는 결단이기도 합니다. ‘(옳은 일에) 굶주리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선언은 먹고 마시는 일에 자기 삶의 보람을 보지 말라는 말입니다. 비록 현재 굶주려도, 인간으로 또 하느님의 자녀로 보람 있는 삶이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 우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선언은 기쁘고 즐거운 것만 찾아 살 수 없는 인생이라는 말입니다. 때론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을 때 이것을 불행이라고 단정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더 나아가 자기의 고통뿐만 아니라 우리이웃의 고난과 고통에도 동참할 줄 아는 사람이 진정으로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내 이웃에게서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선언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어떤 분인지를 알게 됩니다. 예수님의 삶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선언입니다. 하느님은 가난하고 굶주리며 울고 있는 이들을 먼저 축복하십니다. 세상의 관점으로는 불행한 이들이 분명하지만, 하느님이 그들을 분명히 축복하셨기에 그들은 행복합니다. 즉 우리의 통념을 바꿔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난 받고 힘 든 일을 겪은 이들의 불행을 외면합니다. 우리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들입니다. 오늘 예수님은 ‘사람은 그들을 외면하고 버려도, 하느님은 그들을 버리지 않으신다’고 선언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우리는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릅니다.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든, 하느님은 우리를 버리지 않으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는 예언자의 실천에 대해 묵상합니다. 행복을 위한 조건에는 고난과 고통이라는 현실도 있지만 우리 삶을 헤쳐 나갈 마음 자세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온유하라. 자비를 베풀라, 마음을 깨끗이 하고 평화를 위해 일하라. 의로운 길에 서서 의롭게 살라. 거창한 삶이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 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실천의 덕목입니다. 고통과 슬픔 가운데 위로를 받은 이들은 그냥 거기에 만족하고 머물러 있지 말고, 자신이 받은 위로를 나누어주고 그리고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 닦아 하느님의 자비를 입은 사람으로 살라는 요구이고 결단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를 위한 이해타산을 앞세우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가난도 있고, 굶주림도 있으며, 슬픔과 아픔도 있습니다. 세상의 통념은 그것을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며 외면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행복선언을 들은 신앙인에게 그들은 우리의 축복을 기다리는 이들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사실을 믿는 우리라면, 하느님의 축복을 그들에게 실천합니다. 그리스도 신앙인은 자기의 소원성취를 하느님에게 빌지 않고, 그 축복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그것을 실천합니다.
그 실천이 제자로서의 삶입니다. 나를 돌아 본 사람이 주변을 돌아 볼 줄 알고, 다른 이들에게서 다시 자신을 바라보는 안목을 구합시다. 행복은 마음을 다잡고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하느님의 시선을 닮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존재합니다.